구조조정에 파산까지… 창업 3~7년 된 중기 스타트업 데스밸리 깊어졌다
올 상반기 8873억원…전년 60%에 그칠 전망
VC, 초기 스타트업 및 프리IPO 중심 투자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후 폐업률 66% 넘어
중기 스타트업이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은 시작했으나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이 데스밸리 구간을 투자금 조달로 넘어야 하는데, 벤처투자 돈줄이 메마른 탓이다. 그나마 있는 투자도 초기·후기 스타트업에 몰려 있어 중기 스타트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벤처투자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창업 3년 초과~7년 이하’의 중기 스타트업이 유치한 벤처투자금액은 총 8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투자금액이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작년(2조7305억원)의 60%에도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타트업은 보통 창업 3년 이하의 초기 스타트업, 3년 초과 7년 이하의 중기 스타트업, 그리고 7년 초과의 후기 스타트업으로 나뉜다. 중기는 사업 모델에 대한 첫 번째 관문은 넘었지만 돈을 벌기는 전이라 자금 사정이 가장 안 좋을 때로 꼽힌다. 덕분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실제 작년까지는 전체 벤처투자금액 중에서 중기 스타트업 대상 투자 비중이 40%를 넘었다. 스타트업에 돈이 몰렸던 2021년엔 전체 투자의 45%가 중기 스타트업을 향했었다. 반면 올해는 중기 스타트업이 유치한 벤처투자금액은 38%에 그친다. 금리 인상, 시장 불확실성,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다.
시장에선 중기 스타트업으로의 투자 유인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당장 기업가치가 높지 않고 투자 규모 자체도 적어 투자 부담이 크지 않지만, 중기의 경우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초기 투자는 유치했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만 높아진 상태다.
자금 회수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도 벤처캐피탈(VC)이 중기 스타트업을 외면하는 이유로 꼽힌다. 앞선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가 높아졌다고 해도 후기 스타트업은 상장 등을 앞두고 있어 투자 회수 가능성이 크지만, 중기 스타트업의 경우는 그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투자(VC)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좋은 기업과 기술을 가진 중기 스타트업으로의 투자가 아닌 다음에야 VC들은 출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기업공개로 투자금 회수가 유력한 프리IPO가 아닌 다음에야 시리즈 B·C는 아예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기 스타트업을 향하는 벤처투자가 줄면서 구조조정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었던 클래스101은 설립 5년 만인 올해 두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350명이던 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투자유치에 실패,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탓이다.
지난 7월엔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인 프레시코드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17년 사업을 시작해 설립 5년 차인 2021년 회원 수 20만명을 넘어서고, 단일 상품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지만 투자유치 난항 속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8년 설립된 국내 첫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이 올해 서비스를 종료했고, 대화형 커뮤니티 ‘남의집’도 접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은 2020년 이미 66%를 넘어섰다. 올해 70%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을 향한 VC 등의 투자 물꼬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트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VC 펀드 결성 지원안을 내놓는 등 투자 유도에 나섰지만 시장 불확실성 증대,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2021년과 같은 호황이 또 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 “우선 경쟁력은 있지만, 경기에 따른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을 접을 위기인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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