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잠바에 각인된 고된 현대사의 기억 - 박정근 개인전

박종근 2023. 10. 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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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단잠바_100x140cm_2023 ⓒ박정근
희권 영애 이야기_Pigment print_100x140cm_2019 ⓒ박정근
제주에 홀려 아예 제주로 이주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 환경, 인물의 면면을 10년째 묵직하게 기록하고 있는 박정근 작가가 제주시 원도심 관덕로의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주제는 '사소한 위로' 하나다.
오태경_Pigment print_140x100cm_2019 ⓒ박정근
전시는 제주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온몸으로 겪으며 헤쳐 온 두 노인의 이야기를 각각 스튜디오126와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선보인다. 4·3사건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잃고 강원도와 부산, 일본까지 다녀온 조희권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스튜디오126에, 4·3사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6·25전쟁 참전용사인 오태경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 풀어 놨다.
겨울_pigment print_100X,140cm_2020 ⓒ 박정근

질곡의 세월, 조 할아버지의 삶의 지팡이가 됐던 노래와 잠바, 오 할아버지의 숨 쉴 구멍이 되어주었던 엿가락과 담배 한 개비 이야기에서 작가는 일상의 아주 작고 사소한 사물 하나, 행위 하나의 의미를 다시 그려냄으로써 ‘현재’가 있게끔 해 준 그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건넨다.
산_110x145cm_2022 ⓒ박정근
비참하고 막막하고 고달팠던 과거의 기억을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사물이나 행위에 대입하고 치환함으로, 하지만 절대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애써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처연하단 느낌마저 든다.
부재_100x140cm_2023 ⓒ박정근
우리의 의식 속에 각인돼 남아있는 한국 현대사의 모호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개인의 서사를 되짚다 보면 제주라는 섬의 역사가 보이고, 거기서 우리의 역사가 보인다"며 "우리 주위의 작고 사소한 사물이나 장소가 그들의 어느 순간에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위대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한다. 10월 30일까지.
사소한 위로-〈주단잠바와 노래방〉 포스터
사소한 위로-〈엿가락과 담배연기〉 포스터

박종근 중앙일보s 비주얼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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