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대감 커진 2023~2024시즌, 무엇이 달라졌나?

이재범 2023. 10. 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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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남자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 이후 28번째 시즌 개막이 다가왔다. 2023~2024시즌에는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고양 소노가 새로 창단했고, 전주 KCC가 아닌 부산 KCC로 달라졌으며, 지난 시즌 챔피언이 안양 정관장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한다. 이외에도 흥미를 돋우는 변화가 눈에 띈다. 무엇이 달라졌고, 그 의미를 한 번 살펴보자.

새로 태어난 소노
KBL은 어느 때보다 희망을 품고 지난 시즌을 치렀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관중들의 응원으로 코트 위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관중 입장 수익이 역대 최다인 80억 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큰 위기에 처했다. 캐롯이란 이름으로 창단했던 고양 데이원이 팀 운영 존폐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9개 구단으로 줄어들 수 있는, 프로농구 출범 후 최악의 상황에서 소노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소노가 지난 7월 데이원을 인수하는 창단 의사를 밝힌 뒤 KBL 이사회를 통해 가입을 승인 받아 KBL은 10개 구단을 유지한다. 데이원과 달리 가입금(15억)을 일시불로 납부한 소노는 9월 20일 창단식까지 가지며 KBL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준비를 마쳤다.

김승기 감독은 데이원에 이어 소노까지 2년 연속 창단 팀 감독이란 좀처럼 보기 힘든 이력을 쓴다. 유재학 감독이 신세기와 전자랜드에서 창단 감독을 맡은 바 있지만, 김승기 감독처럼 2년 연속은 아니었다. 소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이정현은 오리온에서 데뷔한 뒤 데이원과 소노라는 매년 다른 팀 이름의 선수로 활약한다.

김승기 감독은 팀이 새롭게 창단했지만, 팀 색깔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똑같이 운영을 한다. 김민욱이 들어왔다. 전력이 강해진 건 아니다. 6강 탈락할 전력이다. 플레이오프에 탈락해도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감독이 4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고 플레이오프를 갈 전력은 아니다”라며 “로슨(DB)이 있었다면 큰 소리를 치겠지만, 다 뺏겼다. 다른 선수들이 보강 된 건 아니다. 선수들을 정예로 구성해가는 상황이다. FA 선수를 데려와서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려고 했는데 (새로운 기업 인수가) 늦어졌다. 선수를 빨리 키워내야 한다”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그러면서도 새로 합류한 김민욱과 김지후를 자신의 색깔에 맞게 탈바꿈시켜 양궁농구의 한 축을 맡을 선수로 키웠다. 김승기 감독은 “김지후와 김민욱은 생각만큼 올라왔다”며 “시즌 들어가면 슛에서 보여줘야 하고, 확률이 높아져야 한다. 슛을 움직이며 쏠 수 있게 동선을 만들어놨다”고 했다.

소노는 지난 시즌 1,887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2점슛 1,766개 시도보다 121개나 더 많다. 3점슛을 2점슛보다 더 많이 던진 최초의 팀이다. 지난 시즌 나머지 9개 구단은 3점슛보다 2점슛을 1,200개 가량 더 시도했다. 보통 팀들은 전체 야투 시도 중 3점슛 비중이 33.4%이지만, 소노는 51.7%였다. 김승기 감독은 구단 창단식에서 “엠블럼에 맞게 3점슛을 많이 쏘는 팀이다. 하프라인 넘어가면 바로 3점슛을 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변함없는 3점슛 중심의 농구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창단 첫 해 팀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9팀 중 5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그 중 3팀이 4강 무대까지 밟았다.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2001~2002시즌 전주 KCC와 2005~2006시즌 원주 DB의 3위다. 반대로 1999~2000시즌 인천 신세기는 15승 30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다시 이뤄진 영남 4팀
KCC가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겼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KCC는 전주체육관이 너무 낡아 많은 팬들이 몰릴 경우 안정상의 문제 때문에 2015년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기려고 했다. 전주시의 새로운 체육관을 짓겠다는 약속을 받고 연고지 이전을 철회했지만, 새로운 체육관 건립이 늦어지자 KCC는 2023~2024시즌 개막을 50여일 앞두고 연고지 이전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KBL은 출범할 당시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고르게 연고지를 배분했다. 2001년부터 중립지역이었던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을 선정하며 총 4팀이 연고지를 바꾸는 큰 변화를 겪었다. 삼성과 SK가 수원과 청주에서 서울로 옮겼고, 팀이 새로 바뀐 KCC와 모비스도 대전과 부산 대신 전주와 울산을 연고지로 택했다. 이후 KTF와 오리온스가 연고지를 바꾸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었던 연고지가 2021년부터 또 다시 요동친다.

2021년에는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가 본사가 있는 대구를 연고지로 정했고, KT도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옮겼다.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과 소노 역시 연고지 이전 여부에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고양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KCC까지 현대모비스와 KT가 떠났던 부산에 안착한다.

이런 연고지가 바뀌는 과정에서 2003~2004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8시즌 동안 영남에만 4팀이 몰려있었다. 오리온스가 대구에서 고양으로 이전해 이런 구도가 깨졌지만, KCC의 연고지 이전으로 다시 영남 지역에 4팀이 몰렸다. 2006~2007시즌에는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 부산 KTF, 대구 오리온스가 나란히 1~4위를 차지한 뒤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영남 지역에서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이뤄진 적도 있다. 앞으로 이런 구도가 재현될 지도 모른다.

영남에 4팀이 있는 경우 딱 좋은 하나는 매년 설날마다 적은 이동 거리로 경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명절 연휴 기간 지방과 수도권을 오가는 이동이 힘든 점을 고려해 설 연휴 기간 동안 KCC가 영남 3팀과 경기를 가졌다. 홀로 전주에 연고를 두고 있던 KCC는 이런 일정에 불만을 가졌는데 이 점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KCC가 개막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연고지를 옮겨 경기 일정이 수정될 수 밖에 없다. 이미 발표된 일정은 전주체육관 대관 기준이다. 부산사직체육관은 이미 여자 프로구단인 부산 BNK가 사용하고 있는데다 다른 행사를 위한 대관을 진행한 상태였다. KCC는 기존 일정에서 일부 경기 일정을 바꿔야만 한다. 이 때문에 라운드 개념이 파괴된다. 한 라운드에 7경기를 치르는 대신 다른 라운드에서 11경기를 소화하는 일정도 나온다(일정이 변경되어 한 라운드 11경기는 사라지고, 4,5,6라운드 모두 10경기씩 치른다). KBL은 관중이 많이 몰리는 주말 홈 경기를 각 구단마다 최대한 비슷하게 배정한다. KCC는 자신들이 다른 팀에 일정 변경을 요청해야 하기에 홈 경기가 주말에서 평일로 바뀌는 걸 감수한다. 참고로 11월 25일과 12월 17일에는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남녀 프로농구가 같은 날 열릴 수 있다.

KCC가 부산사직체육관을 홈 코트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KCC와 BNK의 경기가 이틀 연속으로 펼쳐질 경우 경기 전날 코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점이다. 부산시에서는 이를 위해 보조체육관 두 곳 중 하나를 프로구단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설 보완 공사를 한다. 선수대기실 공간도 하나를 더 마련해야 하는데 KCC는 여자 프로농구 기준 원정팀 선수대기실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바꾼다. 대신 원정팀은 남녀 프로농구 모두 같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마련했다. 가장 큰 문제는 코트 바닥의 타이틀스폰서 등 광고다. 남녀 프로농구 스폰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난관이다. 두 팀은 각 연맹의 승인 아래 코트 절반씩 각자의 스폰서와 구단 컬러를 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우승팀의 달라진 팀명, 정관장
2022~2023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안양 KGC인삼공사는 2023~2024시즌부터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해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란 이름으로 시즌을 치른다. 팀 매각이 아님에도 간혹 팀 이름이 바뀌곤 한다. 현대모비스와 KT, DB는 모비스와 KTF, 동부에서 모기업의 변화에 따라 팀 이름도 변경했다. SBS를 인수해 2005~2006시즌부터 가세한 정관장은 KT&G와 한국인삼공사, KGC인삼공사라는 변화를 거쳐왔다. 이는 DB의 전신 구단이 나래와 삼보, TG, TG삼보로 불린 것과 같은 최다 기록이다. 반면 삼성 썬더스와 SK 나이츠, LG 세이커스는 지금까지 팀 이름을 바꾼 적이 한 번도 없다.

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이나 챔피언에 등극한 팀이 팀 이름을 바꾼 건 2번 있었다. 2002~2003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챔피언에 등극했던 TG는 TG삼보라는 이름으로 바꾼 2003~2004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에게 졌다. 동양은 2002~2003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앞서 언급한 TG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어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동양에서 오리온스로 팀 이름을 바꾼 2003~2004시즌에는 3위를 차지한 뒤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우승팀 사례는 아니지만, 팀 이름을 바꾼 뒤 챔피언에 등극한 사례는 있다. KGC인삼공사와 오리온은 한국인삼공사와 오리온스에서 팀 이름에 변화를 준 2011~2012시즌과 2015~2016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다.

반쪽짜리 기록상 부활
KBL은 9월 21일 이사회를 열어 2023~2024시즌부터 득점, 3점슛,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등 6개 계량 부문 개인상 시상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2003~2004시즌 정규리그 막판 타이틀 수상을 위한 밀어주기 경기 이후 폐지되었던 계량 부문 시상을 다시 재개하는 것이다. KBL은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마련돼 리그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신 KBL은 기존 개인상 가운데 수비 5걸과 심판상을 폐지하기로 했다.

계량 부문 기록상 부활은 올바른 선택이지만, 이전 시상하던 항목 중 일부만 부활하고, 대신 수비 5걸과 심판상 시상을 폐지한 건 KBL이 밝힌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리그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라고 한 것과는 동떨어진 결정이다.

당장 지난 시즌 계량 부문 1위는 득점 자밀 워니, 3점슛 전성현, 리바운드와 스틸 아셈 마레이, 어시스트 김선형, 블록 오마리 스펠맨이다. 이들 가운데 워니와 전성현, 김선형, 스펠맨은 베스트5에 선정되었다. 지난 시즌에는 유독 베스트5 가운데 계량 부문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계량 부문은 언제나 주목 받는 주축 국내선수 아니면 외국선수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야투와 3점슛, 자유투 성공률 1위도 시상을 했지만, 이번 부활에서는 빠졌다. 지난 시즌 해당 항목 1위는 각각 하윤기와 신동혁, 이대성이다. 성공률까지 시상을 해야 신동혁 같은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나 식스맨, 1옵션이 아닌 외국선수도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6개 항목을 신설하면서 6개 항목 시상을 폐지했다. 수비 5걸은 기량발전상과 함께 한 때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시상 부문이다. 기존 수비 5걸을 선정할 때는 베스트5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했다. 더 다양한 선수에게 시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2014~2015시즌부터 수비 5걸이 부활하며 이 제한이 풀렸다.

이번 계량 부분 시상을 되살리면서 오히려 수비 5걸 선정 대상 기준을 예전처럼 되돌리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었지만, KBL은 반대로 갔다. 수비 5걸은 모두가 주목하는 공격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수비 같은 궂은일로 팀 승리에 공헌하는 선수들, 지난 시즌 수상자 가운데 오재현, 김진유, 김영현 등이 노력을 인정받는 시상 부문이다. KBL은 계량 부문 개인상 부활 보도자료에서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흑자를 기록한 제28기 결산’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주목 받을 선수들을 위한 시상만 부활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항목을 제외하거나 폐지한 건 굉장히 아쉬운 판단이다.

늘어난 신인선수 훈련 기간
KBL은 2012~2013시즌부터 드래프트 개최 시기를 바꿨다. 처음에는 시즌 개막 직전에 개최했지만, 한 동안은 대학농구리그 일정이 뒤로 밀려 시즌 초반 열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신인선수들이 1~2라운드를 뛰지 못한 적도 있다. 한국대학농구연맹은 2021년부터 대학농구리그 모든 일정을 9월 중에 마치는 걸로 바꿨고, KBL은 2021~2022시즌부터 다시 시즌 개막 전에 드래프트를 진행한다.

2023~2024시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로 평소보다 늦은 10월 21일 개막한다. 이전에는 보통 10월 초 늦어도 중순에 개막했다. 반대로 드래프트는 지난 두 시즌보다 일주일 가량 빨라졌다. 이 덕분에 이번에 뽑힌 20명의 신인 선수들은 정확하게 한 달 동안 팀 훈련을 소화한 뒤 개막을 맞이한다. 2014~2015시즌에도 드래프트 직후 24일 동안 시즌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이보다 더 길다.

신인 선수들이 팀 분위기와 전술에 녹아들 시간을 갖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다. 기존에는 몸을 만들고 팀 적응을 이유로 데뷔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인 선수가 데뷔 시즌 50경기 이상 출전한 인원이 가장 많은 건 2014~2015시즌과 2021~2022시즌의 4명이다. 지난 시즌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적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최소한 문정현과 박무빈, 유기상 등 빅3가 주목 받는다. 이외 선수들도 팀 사정에 따라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다. 50경기 이상 출전하는 신인 선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올해 대학농구리그가 열리는 경기마다 많은 팬들이 몰렸다. 고려대와 연세대뿐 아니라 대체로 평준화된 분위기였다. 평소와 달리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가 열린 경상북도 상주시까지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 관전했다. 신인 신수들이 시즌 개막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어느 때보다 길다. 이들이 코트에서 더 많이 뛴다면 대학 시절 이들을 지켜본 팬들까지 프로농구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다.

BONUS ONE SHOT
한국에서 볼 수 있는 ESAL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슈퍼리그(ESAL)가 이번 시즌부터는 홈앤드어웨이로 펼쳐진다. KBL에서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가 참가한다. 한국에서도 다른 리그의 프로 팀과 맞대결을 직접 관전할 수 있다. 정관장과 SK는 다른 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만큼 체력 관리를 잘 해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SAL의 홈앤드어웨이 안정된 운영을 돕기 위해 KBL은 최대한 수요일에 경기를 배정하지 않았다. 월요일에 경기가 열리지 않은 적은 있지만, 수요일에 경기가 일관되게 배정되지 않은 건 역대 최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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