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이고 로망이고 용기였다”…故 박서보의 마지막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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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신념의 화가' 고(故) 박서보 교수님은 우상이었고, 로망이었으며, 전위적인 사고와 아방가르드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깨우쳐주신 분입니다."
홍익대 교수를 지낸 김영원 조각가는 고인을 "후배들을 아우르고 더 나은 길로 인도한 분"이라고 기억했고, 고인의 제자인 김택상 작가는 "개인적인 탐욕이 아닌 한국 미술계 전체에 대한 욕을 가지고 1세대 한국적 추상화를 일군 분"이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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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 메모리얼파크 영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신념의 화가’ 고(故) 박서보 교수님은 우상이었고, 로망이었으며, 전위적인 사고와 아방가르드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깨우쳐주신 분입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을 기억하는 동료, 선후배, 제자들의 목소리에 깊은 슬픔이 가득찼다.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은 든든한 나무와도 같았던 스승을 차마 보내기가 어려워 가슴에 맺힌 말로 그리움을 토해냈다.
고인의 동료이자 제자였던 서승원 작가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다.
서 작가는 “1962년 홍익대 미대 2학년이 되었을 때 파리에서 귀국한 직후의 박 교수님을 처음 뵀다”며 “(박 교수님의) 당당한 풍채와 패기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돌아봤다.
긴 시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선구자로 자리해왔던 고인이 제주에 짓고 있는 박서보 미술관의 완공과 화이트큐브에서 공개될 신문지 작품 전시를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은 너무도 큰 아쉬움이었다.
서 작가는 “이제는 (고인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다. 우리는 기대고 의지할 기둥을 잃었다”는 말로 슬픔을 삼켰다.
다바타 유키히토 도쿄화랑+BTAP 대표도 고인과의 긴 인연으로 별세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을 찾았다. 도쿄화랑에선 1975년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 전시를 통해 박 화백을 소개했다. 이후 박 화백은 2018년 도쿄화랑에서 같은 이름의 전시를 다시 열었다.
다바타 유키히토 대표는 “50년간 함께한 무수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제게 있어서 박 선생님은 한국의 아버지와 같다”고 말했다.
지난 나흘간 고인의 빈소에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하며 그와의 인연을 풀어냈다. 한국 미술계를 이끈 거목이면서 모교인 홍익대 미대 학장으로 ‘홍대 사단’을 이끈 교육자로의 면모도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
홍익대 교수를 지낸 김영원 조각가는 고인을 “후배들을 아우르고 더 나은 길로 인도한 분”이라고 기억했고, 고인의 제자인 김택상 작가는 “개인적인 탐욕이 아닌 한국 미술계 전체에 대한 욕을 가지고 1세대 한국적 추상화를 일군 분”이라고 떠올렸다. 기혜경 홍익대 교수는 “변화의 시기를 지날 때마다 먼저 알아보고, 연락해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던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는 버틸 큰 힘이었고 기댈 언덕이었다”고 돌아봤다.
박서보 화백은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남았다. 갑작스러운 타계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안타까움을 남긴 고인의 발자취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도 이어지고 있다.
1991년 박 화백의 첫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은 조현화랑은 총 14번의 전시를 열었고, 그의 마지막 개인전(11월 12일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불과 보름 전에도 부산에 직접 내려와 사흘간 함께 계셨다”며 “다음 전시도 함께 하자 했는데 임종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슬픔을 전했다.
조현화랑의 전시에선 고인이 2020년대를 기점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후기 연필 묘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디지털로 고인의 묘법을 재해석한 비디오 작품이 1000호에 달하는 연보라 묘법 대작과 더불어 몰입감 있는 관객 참여형으로 전시된다.
나흘장과 발인을 마친 박 화백은 경기 성남 분당 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에 든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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