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 플랜?’ 오명 쓴 ‘데블스 플랜’, 알고 보니 ‘현실 정치 축소판’[SS연예프리즘]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초반부는 tvN ‘더 지니어스’부터 정종연 PD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고성이 오가고, 울고 괴로워하며 격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경쟁을 치러왔던 예전 출연자들과 달리 ‘데블스 플랜’에는 비교적 평화가 이어졌다. 목숨과 같은 피스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았다. 또 노골적으로 강자 옆에 붙어 살아남으려 했다. 흔히 보였던 배반이나 음모는 없었다. 지나치게 신뢰를 중시했다. “‘엔젤스 플랜’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니어스’ 시리즈만 해도 매일 한 명씩 떨어지는 데스매치가 있었는데, 데스매치를 없애면서 모두가 탈락하지 않는 방법이 생겼다. 이는 모두가 살아남는 공생으로 이어졌다. 평화의 중심엔 인류애를 강조한 궤도가 있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우는 ‘공리주의’를 외치며, 자신이 손해 보더라도 아무도 집에 보내지 않으려는 작전을 썼다.
궤도에게 의지한 채 목숨만 부지하려는 출연자가 생겨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팬이 가장 꼴 보기 싫어하는 유형이다. 극한의 경쟁 체제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자기 플레이를 해서 당당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서동주와 곽준빈과 같은 궤도 연합 핵심 플레이어조차 궤도의 정책에 반발했다.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 후회 없는 패배를 했을 때 응원해 온 시청자들과 같은 맥락이다.
비록 이 부분에서 팬들이 불편해하는 포인트는 있지만, ‘데블스 플랜’은 공리주의라는 이상이 얼마나 허탈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7회 ‘동물원 게임’이 결정적이었다. 궤도가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적인 플레이를 하는 가운데 무임승차한 연우가 자신의 점수를 더 따기 위해 꾀를 부린 모습이 화근이 됐다.
다른 사람들이 우승을 목적으로 게임을 펼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궤도는 충격에 빠졌다. 당일 궤도는 “난 여태 뭐한 거지?”란 생각에 멘탈이 흔들렸고, 이를 지켜본 하석진은 “실패한 복지 모델을 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더 많은 이득을 보고, 결과적으로 최후의 승자만 살아남는 ‘데블스 플랜’ 시스템에서 궤도의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에 불과했다. 공리주의가 아무리 올바르다 하더라도, 현실과 상황에 맞게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데블스 플랜’이란 작은 사회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궤도가 각성한 8회부터 본격적인 두뇌 서바이벌의 내음이 났다. 노골적으로 개인전을 선포했고,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다투려 했다. 정종연 PD의 시그니처인 매운맛이 이때부터 작동했다.
그런 가운데 다소 관망하는 태도로 살아남은 하석진이 ‘피스의 비밀’을 풀려고 일부러 감옥에 가 이시원과 비밀을 푸는 장면과 살아남은 다수 연합이 상금 매치에서 승리하는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은 ‘데블스 플랜’의 최고 명장면이다.
‘피스의 비밀’을 풀어 무려 13개의 피스로 남들보다 약 10개 이상 피스를 보유하고 있던 하석진이 궤도와 결승에서 만나 비교적 손쉽게 승리하면서 ‘데블스 플랜’ 첫 시즌 우승자가 됐다.
비록 ‘데블스 플랜’엔 다수 연합을 차례로 깨부신 홍진호 같은 영웅도, 회차마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더 지니어스’ 시즌2의 엄청난 논란이나 격정도, 장동민·오현민처럼 압도적인 수 싸움을 벌인 스타도 없었다.
그럼에도 ‘데블스 플랜’은 ‘현실정치’의 단면을 엿보게 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 실상 각종 두뇌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정치는 밀접하게 맞닿아 왔다. 대부분 우승을 목적으로 결탁하고 배반하며 격렬하게 맞부딪혔다.
다만 이번 ‘데블스 플랜’은 궤도라는 특별한 출연자로 이데올로기적 차원의 스토리가 더해졌다.제작진의 의도도 아닌, 한 플레이어의 신념에서 파생한 것이지만 단순히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수준이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종연 PD는 “두뇌 서바이벌 안에서 정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번에는 특별한 출연자 때문에 이념적인 해석이 나올만한 현상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전 작품보다 자유도가 높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궤도의 철학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신념을 실천한 플레이어와 게임을 게임대로 하려고 했던 플레이어 간의 충돌이었다”면서 “매우 작은 사회에서 발생한 현상이라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하는 건 과한 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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