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진 "'데블스 플랜' 출연, 내 자신 테스트 위해" [인터뷰]

우다빈 2023. 10. 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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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우승 기념 인터뷰
우승 상금 2억 5천만 원, 향후 사용 계획은?
스스로 중하위권 플레이어로 생각한 이유
지난 16일 하석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 우승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하석진이 꾸준히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도전하는 중이다. 타성에 젖기보단 거듭 행동하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데블스 플랜'의 우승자가 됐다.

지난 16일 하석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 우승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블스 플랜'은 최대 5억 원의 상금을 차지할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 장르 예능의 대가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았다.

'데블스 플랜' 공개 후 국내 1위 기록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전세계의 뜨거운 반응은 하석진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시금 플랫폼의 힘을 느꼈다고 실감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데블스 플랜'으로 하석진은 과거 '문제적 남자'에 이어 또 한번 두뇌 예능에서 활약, 우승까지 쟁취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화두에 오른 것은 그의 상금 사용 여부다. 이를 묻자 하석진은 "상금 2억 5,000만 원을 받았는데 쓰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달 중에는 정리를 하려고 하지만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대로 계좌에 있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승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2명의 출연자가 일주일동안 합숙하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격으로, 상징적으로 가져간다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촬영을 하면서 제가 1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총명기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출연자의 역할을 잘 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하석진은 어느덧 9개월 가까이 지난 녹화 현장을 떠올리면서 "경쟁 프로그램, 서바이벌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였다. 적응하는 시간이 무조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이틀차에 탈락한 기욤도 운이 없었던 것이다. 누구도 떨어질 수 있었다. 탐색전을 의도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하석진은 자신보다는 장르적으로 철저하게 연구하고 촬영에 임한 곽준빈 김동재 또는 출연자들을 이끄는 궤도를 우승 후보로 예상했단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 초반 하석진은 이들 위주로 게임이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넷플릭스로 모든 방송을 지켜봤다는 하석진은 "현실적인 인식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편이다. 비교적으로 감정을 배제했다"고 돌아봤다.

방영 내내 하석진은 궤도의 공리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하석진의 어록도 크게 화제가 됐다. 하석진은 '데블스 플랜'에서 궤도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 "이게 데블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 등의 어록들을 남겼다. 이를 두고 하석진은 "녹화 끝나고 종종 모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의 발언이) 궤도가 생각했던 논리, 공리주의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의존하는 플레이어를 왜 다 받아주는지, 방송의 흥미와 재미를 없애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하석진의 주장은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6일 하석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 우승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강자 연합' 안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보였던 이시원에 대해선 "감정적으로 많이 엮이게 됐다. 이시원이 나를 완벽하게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이서 피스에 대한 너무 큰 비밀을 갖고 있다 보니깐 저도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후 함께 감옥에 간 시점을 떠올리면서 "중세시대 적과 전투를 하다가 둘만 남은 상황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둘이기 때문에 버텼는데 혼자 있다면 폐소공포증이 생길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시원이 먼저 탈락하면서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에 눈물을 흘려 스태프들도 하석진을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하석진은 "5일간의 시간이 5개월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블라인드 오목 게임 후 격앙된 마음에 욕설을 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하석진은 "이시원과 작별을 한 후 오목 게임을 시작했을 땐 굉장한 몰입이 있었다. 당시 9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아 고통의 시간이었다. 게임이 끝났을 때의 통쾌함과 후련함이 있다. '오목 못 두시네' 대사는 조금 창피했다. 여자 출연자는 그저 앉아서 오목을 둔 건데 죄송했다. 인터뷰할 때 사과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시원 탈락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에 다음 게임의 부담감도 더욱 커졌다. 당시를 두고 하석진은 제작진의 기대감까지 느꼈다면서 "100명이 넘는 제작진의 열망이 제 어깨 위 책임감으로 느껴졌다. 엄청난 압박감이다. 수백 번 연습해서 이 감정을 만들었는데 현장에서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심정의 공포감이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데블스 플랜'은 '데블'이라는 제목과 반대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았던 서바이벌 예능이다. 하석진은 "녹화 초반에는 사람들이 왜 울지 싶었다. 나중에는 남들 다 눈물을 흘리니까 나도 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함부로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내 감정에 솔직하려고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과거 '문제적 남자'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하석진의 말을 빌리자면 '문제적 남자' 녹화 당시 긴 시간 한 문제에 집중했던 것이 이번 서바이벌에서 정신적인 체력을 전략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든 초석이 됐다. 앞서 밝혔듯 그는 자신의 최종 승리를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 하석진이 '데블스 플랜' 출연을 결정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시험에 가까웠다. 40대 초반에도 두뇌 대결을 할 수 있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지가 바탕이 됐다. "장거리 달리기로 비유했을 때 저는 출연자 12명 중의 중하위권 플레이어였어요. 이시원과 피스 비밀을 풀고 나서 선두권에 갈 수 있는 추진력을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보상까지 알고 싶었던 호기심이 컸어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다시 다짐했죠."

짧다면 짧은 기간, 치열하게 흘러가는 레이스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함에서 비롯됐다. 하석진은 일상 속에서도 안일함을 지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인터뷰 말미 하석진은 성실함을 강조하면서 "30대, 40대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고등학생보다 빨리 할 수 있다는 경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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