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친화적 수사의 개척자… 우리들의 ‘영원한 수사반장’[자랑합니다]
과거 일선 경찰서 강력형사로 근무할 때 일이다. 관내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났다. 관할 파출소에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나는 수사관의 한 사람으로서 끈질긴 탐문수사 끝에 범인을 붙잡았다. 하지만 내게 붙잡힌 범인은 보육원 출신 청소년이었다.
그는 3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지방의 한 보육원에 맡겨져 생활했다. 하지만 만 18세가 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보육원을 떠나야 해 자립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혈혈단신 세상으로 나왔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건설공사 현장 등을 배회하며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던 중, “몇 푼 안 되는 돈까지 사기꾼에게 속아 빼앗기고 5일간 굶고 지내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남의 집 담을 넘어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그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지만,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시렸다. 나도 사회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가 수감된 이후 면회를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도 사죄를 드리고 싶다”는 얘기를 되풀이했다. 또 “참회의 눈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고도 말했다. 특히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가면 정말 열심히 생활해서 선행을 베풀며 살겠다”고도 말했다. 나는 말없이 들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기껏 영치금 몇 푼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가 출소해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그를 지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식당에 주방보조로 취직시켰다. 또 그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력이 닿는 대로 도왔다. 당시 그는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그 무렵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대한민국 수사의 전설,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 전 총경님께서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셨다. 이처럼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본인의 의지가 더해지면 복역수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사실 선배님께서는 현직에 있을 때도 범죄꾼들에게 무척 인간적이었다. 그분의 평소 지설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분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인품을 웅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선배님은 돌아가신 이후에도 ‘경찰영웅’으로 선정되고, 수사경찰 양성의 요람인 경찰수사연수원에 흉상이 세워졌다.
을지병원 독살 사건과 상업은행 영등포지점 강도 사건, 서울 중구 필동 일가족 피살 사건 등 40여 년간 재직하면서 그가 해결한 굵직한 사건만 해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야말로 전국의 강력 흉악범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또 당대 강력사건 수사 분야에서 최고의 강력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 명성은 정말 대단했다. 특히 1971년부터 18년간 방영됐던 TV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의 실재 인물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분은 뛰어난 수사능력 못지않게 범죄자 교화와 그 가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배려하고 보살피는 등 당시에는 드물게 인권친화적인 수사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시 말해 시대를 앞서간 ‘인권친화적 수사의 개척자요’, 숨은 ‘사랑의 전도사’였다. 정말 100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강력형사가 바로 그분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우리들의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 전 총경님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문영호 국기원 홍보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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