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10 신흥대학 우뚝… AI·바이오 등 신사업 개척 주력”[로컬인사이드]
상위 1% 연구자數 국내 1위
최첨단 장비구축 750억 투입
교원 창업기업만 71개 달해
5년 생존율 79%… 국내 3배
“탄소저감·소재부품 등 도전
지역과 동반성장 해나갈 것”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개교 14년 만에 국내 정상급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데스밸리(침체기)’를 대비해 인공지능(AI), 탄소중립 등 연구 신산업 개척에 더욱 전력할 계획입니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개교 14주년(9월 28일)을 맞아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개교 후 교육, 연구, 창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속 성장을 하면서 국내 최정상급 연구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 UNIST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올해 세계 신흥대학(개교 50년 미만) 순위에서 국내 1위·세계 10위를 기록, 이 총장의 자부심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세계 상위 1% 연구자 수(HCR·논문 피인용 횟수가 많은 연구자)에서는 모두 10명의 이름을 올려 서울대(8명)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총장은 대학 고속 성장 비결로 엄격한 인사제도와 연구지원 시스템 등 선진화된 제도를 꼽았다. 대학가에서도 UNIST 교원 평가 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외 석학 4명을 포함해 8명의 추천을 받아야만 정년보장 심사 기회가 주어질 정도다. 엄격한 인사제도 속에서 교수들이 자연스레 경쟁하면서 우수 연구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공용연구센터인 ‘연구지원본부(UCRF)’도 이 총장이 내놓은 자랑거리다. UNIST에는 현재까지 약 300종의 장비 구축을 위해 7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장비 전담 운영 인력도 49명에 이른다. 이 총장은 “개교 초기부터 고가의 첨단장비를 한데 모으고, 전담 인력이 분석 서비스 등을 교원에 직접 지원해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교원들의 이 같은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 사장되지 않고,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창업 휴직, 교원 맞춤형 실험실 창업 교육과 같은 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덕분에 UNIST가 현재까지 배출한 교원 창업 기업은 71개에 이른다. 전체 전임 교원의 약 20%가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 중 게놈 기반의 정밀의료 기업으로 박종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클리노믹스’는 지난 2020년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됐고, 리튬2차전지 연구 권위자인 조재필 교수의 배터리 양극재 소재 생산 기업인 ‘에스엠랩’은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2400억 원이 넘어간다.
이 총장은 “창업 활동에 나선 교원에 대해서는 최대 6년간 신분을 보장해 주면서 오롯이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원제도 덕분인지 UNIST 교원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9.2%로 국내 평균인 29.2%의 약 2.7배 높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아직 고민이 많다.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들은 개교 20년을 맞는 즈음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스밸리를 맞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총장은 “개교 초기엔 젊은 교수와 최신식 장비를 갖춰 뛰어난 연구 역량을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교수 평균 연령의 노령화와 장비의 노후로 정체기가 온다”며 “‘젊은 피 수혈’과 ‘노후화된 장비 교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기 돌파 방안으로는 AI, 반도체, 탄소중립, 첨단바이오와 같은 연구 신사업 개척을 제시했다. 이미 AI대학원, 반도체특성화대학원 사업 유치 등을 통해 200억 원 규모의 사업비와 15명의 신임 교원 정원을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첨단 바이오기술 육성을 위해 지난달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울산대 의대와 함께하는 의공학 통합교육프로그램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운영을 시작했다.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와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의공학자를 동시에 배출하는 게 목표다.
이 총장은 탄소 배출 시설이 밀집한 울산이 ‘탄소중립 2050’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도 본격화, 지역과의 동반 성장도 꾀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탄소 저감 기술 등을 실증할 수 있는 탄소중립실증화연구센터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4대 중점 사업이 울산의 정체한 산업을 혁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AI 기술로 전통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반도체 연구로 역내 정밀화학 기업을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에 진출토록 하는 것이 그 청사진 중 하나다.
이 총장은 “울산을 제조산업 도시에서 첨단 스마트 산업도시로 전환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학의 모든 역량을 모아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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