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성악가들 인내 부족… 자신을 보여줄 기회 언젠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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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의 대표적 작곡가 바그너의 악극만을 연주하는 독일의 음악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축제다.
여기서 주역을 맡아 활약을 펼치며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은 한국 성악가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1)이다.
사무엘 윤은 "성악가들의 길이 다양해졌다"면서도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언젠가는 올 것이란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젊은 성악가들은 그 시간까지 인내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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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성악계서 독보적 활동 찬사
주목받는 주인공 역할에 의문
‘쓰임’받고싶어 한국으로 귀국
“클래식 대중화의 길잡이 될 것”
29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개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의 대표적 작곡가 바그너의 악극만을 연주하는 독일의 음악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축제다. 여기서 주역을 맡아 활약을 펼치며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은 한국 성악가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1)이다.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가수이자 독일어권 성악가의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란 칭호를 가진 그가 지난해 3월부터 모교인 서울대 교편을 잡은 것은 파격이었다. 잘나가는 유럽 정상급 성악가가 제 발로 성악 불모지 한국에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엘 윤은 13일 간담회에서 “50세가 넘어 (정년인) 65세까지 주인공으로 남 앞에서 돋보이는 인생을 사는 게 의미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 쓰임 받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 가수로서 국내 젊은 성악가들에게 길을 제시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말만 클래식 대중화가 아니라 실제 공연장으로 이끌 수 있는 ‘길잡이’를 하고 싶어요.”
‘쓰임 받고 싶다’는 사무엘 윤의 생각은 종교와 깊이 연관돼 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사무엘’이라는 이름도 성경 속 인물에서 따왔다. 그는 “사무엘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태어난 인물이다. 사무엘 윤이란 이름을 가진 후 많은 분이 저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종교와 가족은 긴 무명 시절의 버팀목이었다. 서울대 성악과 재학 시절 동기들의 70∼80%가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환경 속에서 그는 유독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학 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고 뚜렷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는 그는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던 고난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좌절 속에 버티던 중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 무렵 첫 아이가 태어났고 어둠 속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이듬해 쾰른 극장의 수습 단원으로 들어가 단역에서 출발해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2012년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을 맡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의 찬사를 받았다. 스스로 “정점을 찍었다”고 여기는 순간이었다.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그의 삶을 반영한 듯 ‘어둠에서 빛으로(From Darkness to Light)’란 제목이 붙여졌다. 1부는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가곡, 2부는 바그너, 도니체티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늘 덥수룩한 수염과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는 사무엘 윤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들다. 25년 전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았을 때 모습 그대로다. “25년이란 시간 동안 당연히 머리도 잘라보고, 수염도 시원하게 깎아봤죠. 그런데 아이들이 ‘아빠 오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최근 한국은 유럽 못지않게 클래식 열기가 뜨겁지만 성악 분야는 여전히 열악하다. 설 무대가 없는 대다수 성악가가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는 실정이다. 사무엘 윤은 “성악가들의 길이 다양해졌다”면서도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언젠가는 올 것이란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젊은 성악가들은 그 시간까지 인내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항상 제자·후배들에게 천천히 하라고 말해요. 음악에 대한 간절한 첫사랑의 마음을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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