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폐지’ 불공정 논란 없애… 심화수학 신설엔 사교육 과열 우려도[10문10답]
수능 국·수·탐구 공통과목 평가
문·이과 벽 허물어 융합학습 유도
국교위 검토 남긴 심화수학 신설
“학업부담”vs“이공계 기본” 찬반
내신,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로
1등급 ‘4%→10%’ 경쟁 완화해
수능출제위원 자격기준 대폭 강화
과세 정보로 ‘사교육 유착’ 배제
수차례 발표가 연기됐던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이 지난 10일 베일을 벗었다. 당초 올해 상반기 발표를 공언했던 교육부는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 따른 파장 속에서도 장고를 거듭하며 대입개편안을 10월까지 가다듬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에서의 ‘미세조정’을 공언했던 대로 이번 시안의 방점은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을 통한 혁신보다는 ‘안정’ ‘예측 가능성’에 찍혔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대입 제도 변경에 따른 공정성 논란, 사교육 과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평이 나온다.
1. 2028 대입 개편안 왜 주목받았나
2028 대입 개편안이 주목을 받은 것은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 대입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개개인의 진로 설계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현재의 대입 체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맞춰 대입도 상당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교육부도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포럼)’ 등을 수차례 개최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시안에 담긴 내용 외에 다양한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논·서술형 문항 도입, 영어 외 과목에 절대평가 추가 도입, 내신 절대평가로의 전환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주호 부총리는 10일 시안을 발표하면서 “입시의 현실과 바람직한 교육의 이상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이들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현재 안을 발표했다.
2. 2028 대입 개편 수능 어떻게 바뀌나
교육부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은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에서 모두 선택과목 없이 치르는 통합형 체제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체제이지만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학생은 동일 범위의 국어, 수학 시험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이 출제 범위이며,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가 범위다. 다만 교육부는 첨단분야 인재를 키우는 데 수학 심화학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려해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의 ‘심화수학’ 과목으로 두는 것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검토안으로 남겨뒀다. 사회·과학탐구 역시 둘 중 하나를 택해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치를 수 있던 것이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출제범위는 주로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통합사회1·2’와 ‘통합과학1·2’다. 이외에 수능 영역별 평가방식, 성적제공 방식, EBS 연계율 등은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할 방침이다.
3. 바뀐 이유와 기대 효과는
교육부는 수능을 공통과목 체제로 치른다고 발표하면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능에서는 선택 가능한 과목 조합만 816개로, 선택과목으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만점이라도 학생이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달라지는 등 유불리가 컸다. 이에 학생들도 진로에 맞는 선택보다 점수를 얻기 유리한 쪽으로 쏠리는 등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모든 학생을 유불리 없이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해 현재 선택형 수능 체제 하에서 빚어진 각종 폐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또 이번 시안에서 모든 학생이 사회와 과학 두 영역의 시험을 치르도록 해 과목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적인 학습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사회·과학 17과목 중 택2’ 체제로 선택과목별 개별 지식을 묻는 암기 위주 평가였다면, 달라진 탐구과목 체제를 통해서는 사회·과학의 기본·핵심 내용들을 바탕으로 논리적 사고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4. 국교위 검토안으로 남겨둔 심화수학
교육부는 2028 대입 개편안에서 수능 심화수학 영역 신설 여부를 국교위 검토안으로 남겨뒀다. 선택과목이 사라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 영역에서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지를 풀게 된다. 출제 범위는 수학Ⅰ, 수학Ⅱ(이상 공통과목),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이하 선택과목)에서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좁혀진다. 교육부가 검토 중인 심화수학 도입안은 출제 범위에서 사라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시험 범위로 하며 현재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과 같이 절대평가 방식 도입도 고려된다.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주요 상위권 대학은 심화수학 응시자에게 가점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변별할 가능성이 높아 수험생 학업 부담 증가 및 사교육 폭증이 우려된다. 반면, 첨단인재 양성을 위해 심화수학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어 확정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기본적인 수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데 벅참을 느끼고 흥미를 잃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 내신 어떻게 바뀌나
수능과 함께 고교 내신 평가 변화도 예고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는 오는 2025년부터 고교 1·2·3학년 전 과목에 5등급 상대평가와 5단계 성취평가(절대평가)를 함께 유지하기로 했다. 상대평가 등급과 절대평가 성취도(A·B·C·D·E)가 병기된다. 이는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던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되는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이 주로 배우는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또한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내신 평가제도가 학령인구 감소 속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판단해 2025학년도부터 10%로 늘린다.
6. 고교 내신 왜 바뀌었나
당초 교육부는 2025년부터 고1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2·3학년은 전면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성적 부풀리기 우려가 커지자 기존 안을 뒤집었다. 지난 6월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이 방침은 변화가 없었지만 4개월 만에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기존안이 그대로 반영되면 대입 수시에서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실시되는 1학년 공통과목만 변별력을 갖고 절대평가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고1과 고 2·3학년 내신 체제가 다를 경우 고1 내신의 중요성이 과도해져 내신 경쟁과 사교육이 일시적으로 과열되고 고 2·3학년은 내신 부풀리기로 대입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1 내신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2·3학년에서 만회할 기회도 사라져 수업 참여 동기가 사라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7. 상위학생 변별력 확보를 위한 대학들 움직임은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내신 등급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는 교육부의 2028 대입 개편안에 따라 현재보다 내신 경쟁이 완화되고 수능도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대학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보다 까다롭게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 선발을 위해 전형 요소의 조정 및 추가를 검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 등급을 상향하거나 면접을 강화할 수 있다. 내신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비교과 반영, 대학별 별도 내신 등급화 조짐도 보인다. 정시에서는 서울대처럼 수능 성적뿐 아니라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형식으로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심화수학 도입이 현실화되면 의대나 이공계열 중심으로 선발에 반영해달라고 대학에 요구할 수 있다.
8. 사교육 시장 확대 우려도 있는데
교육부가 2028 대입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자 달라진 대입제도에 불안해진 학생·학부모들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사교육계는 수능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모두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통합과학 평균 점수가 통합사회보다 통상 10점 안팎 낮았다는 입시업계 분석이 나온 가운데,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사회보다 과학을 어려운 과목으로 보고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 과목 대비를 위해 사교육 기관에 의지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쉬워진 수능·내신에서의 변별력 약화로 대학들이 인재 선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논술·면접을 강화하는 등 일종의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면서 학원들이 이를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공계 첨단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심화수학’ 신설도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9. 사교육 카르텔 근절방안은
정부는 수능 출제·검토위원의 과세정보를 국세청을 통해 확인하는 등 자격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수능 출제·검토 위원의 기타소득 등 과세정보를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확인, 사교육업체와 유착한 영리 행위가 있는 사람은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출제·검토 위원을 선정할 때도 학연, 지연 등 친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카르텔을 방지하기 위해 검증된 인력풀 안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뽑기로 했다. 출제 후 5년간은 수능과 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 행위가 금지된다. 교육부는 과세정보 확인과 영리 행위 금지는 올해 하반기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입시 비리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교육부 안에 전담팀도 운영한다.
10. 언제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확정되나
교육부는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국교위 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 확정한다는 목표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4년 예고제’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시안을 확정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기한보다 빨리 개편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음달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대국민 공청회도 개최한다. 국교위도 시안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미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회의를 열고 교육부로부터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보고받았다. 국교위는 학생·학부모·전문가·교육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국민참여위원회(500인)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국교위 의견을 교육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인지현·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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