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정상포럼` 오늘 개막…시진핑·푸틴 만난다

강현철 2023. 10.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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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개국 4천여명 참석…특별 포럼 개최·향후 계획 등 발표
'푸틴 참석' 정상포럼에 국제사회 주목
이·팔 전쟁 등 놓고 미국 견제 목소리 낼 듯
저개발국 '부채의 함정'에 빠트려...미국도 견제 나서
17일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 국립컨벤션센터의 모습. 중국은 이날부터 이틀간 140여개국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을 개최한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용어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세계 재패'를 위해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다.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올해 정상포럼은 '고품질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하며, 손잡고 공동발전과 번영을 실현하자'는 주제로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140개 국가·30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명의 전문가와 관료 등이 참석한다.

◇중국몽' 대외 확장 플랫폼…서방 국가들은 대거 불참

정상포럼 첫날인 17일에는 기업인 대회와 환영 리셉션이 진행되고, 개막식은 둘째 날인 18일 열린다. 정상포럼의 호스트인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일대일로 10년을 되돌아보며 향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둘째 날에는 개막식 외에도 상호 연결, 친환경 발전,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한 고위급 포럼이 진행되고 원활한 무역, 민심 소통, 싱크탱크 교류, 실크로드, 지방 협력, 해양 협력 등 6개의 특별 포럼도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대일로의 향후 방향 등을 담은 여러 건의 문건도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만나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 견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며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압박을 견제하는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최근 국제사회를 뒤흔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상황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이번 분쟁 직후부터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강조하며 친(親)이스라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두 국가 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호스트로서 기조연설과 참여국 정상과의 앙자회담을 통해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대한 중국의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다자주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는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서방의 곱지 않은 시각을 반영하듯 미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분과포럼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한다.

◇시진핑 '일대일로' 10년,… 스리랑카 등 참여국 '부채의 덫' 비판은 부담

일대일로는 올해로 발표 10주년을 맞았다. 시 주석이 제창한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인 일대일로는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을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참가국들의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일대일로의 시작은 시진핑 주석이 국가주석 취임 6개월째인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한 강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우의 증진 아름다운 미래 공동창조'라는 주제 강연에서 시 주석은 새롭게 내륙 실크로드 경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함으로써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의 서막을 알렸다.

두 달 후인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채택됨으로써 시 주석의 야심 찬 구상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One Belt, One Road)이라는 뜻의 일대일로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가 양대 축이다.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협력이 핵심으로 중국몽의 실현을 통한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대외 확장 전략으로 간주된다.

중국 명문 푸단대 교수 출신으로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전략은 이듬해인 2014년부터 시 주석이 해외순방 때마다 각국에 돈 보따리를 풀며 주요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일대일로에는 현재 150여개 국가와 3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해상에서는 43개국 117개 항구, 육상으로는 유럽 25개국 200개 이상 도시에 철도로 갈 수 있는 연결망도 구축했다.

중국과 이들 국가와의 상호 투자는 누적 3800억 달러(약 510조원)에 달한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이같은 경제적인 효과도 가져왔지만, 정치·외교적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로서 미국의 패권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야심찬 계획 추진은 일부 저개발 참가국들에는 부메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도 속출한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로 스리랑카를 꼽을 수 있다. 스리랑카는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2010년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함반토타항'을 건설하며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항구의 운영 실적은 차관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적자가 쌓이자 결국 2017년 항구의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팔아치웠고, 항만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겨야 했다.

파키스탄도 비슷한 경우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들여온 차관 탓에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이 해외에 진 빚 중 3분의 1은 중국이 채권자다.

잠비아와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각국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도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참여국들에 대한 일대일로 추진 방향을 기존의 대형 인프라 건설에서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지적했다.

일대일로가 구체화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견제와 대응도 강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의 금융 지원 정책이 개도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 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중국을 미국의 패권도 전국으로 상정하고 강력한 '중국 압박'에 나섰고 최근에는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내놓으면서 일대일로에 맞불을 놨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말 2027년까지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해 총 100억 유로(13조8000억 원 상당)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동남아에서의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온 이탈리아는 최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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