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는 習·푸틴···美 수출규제 맞서고 중동 영향력 키운다[뒷북 글로벌]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10.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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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정상포럼 17일 막올려
佛·獨·伊 등 주요국 대거 불참
지난 회의보다 약 1000명 줄어
중·러, 서방 규제 등 대책 논의
이팔 갈등 중재에도 머리 맞댈듯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확장 역점 과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7~18일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이 개최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의 전쟁까지 벌어지는 국제 정세 속에 중국은 포럼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국가들로부터 코너에 몰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 문제에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일대일로 정상 포럼 사무국에 따르면 1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3회 포럼에 140개국, 30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2017년 제1회 포럼에 28개국 정상급 대표단, 2019년 제2회 포럼에 37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것보다 규모가 확대됐다고 사무국은 강조했다. 하지만 정확한 참가국과 참가 기구를 밝히지 않고 대표단 규모도 지난 2회 때(5000여 명)보다 약 1000명 줄어든 상황이다. 중국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정상급 대표단이 아닌 하위 세션에 참여하는 경우도 참가하는 것으로 집계하는 것 같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비판하고 있는 만큼 규모가 기대만큼 커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정상, 지도자급의 참여가 줄어든 상황에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이번 포럼의 최대 관심사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양국의 밀월 관계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중러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는 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 이슈로 떠오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미국 등 서방국가와 다른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쟁 초기만 해도 중립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달리 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미국을 대체할 안보 협력 대상으로 중국과 손을 잡도록 유도하며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분쟁을 통해 중국의 친팔레스타인 성향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에서 중립적 입장을 보여온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 봉쇄’에 비유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중국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러시아에 호재인 만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고,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경제제재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양국 경제 교류가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 금융·에너지 등의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는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분위기 속에 한반도 문제 역시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속내는 푸틴 대통령과 다소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할수록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나눌지는 우리의 향후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러 밀착이 강화되고 있지만 서방국가의 이번 정상 포럼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참가국의 경제난이 심화됐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탈퇴 의사를 밝힌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프랑스·독일 등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불참하기로 한 상황이다. 한국은 과거 두 차례의 포럼과 달리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일부 하위 프로그램에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참석하는 인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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