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쉬운 우리말] ‘가스라이팅’을 해석하면 ‘심리 지배’

김형택 기자 2023. 10.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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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 기사를 읽다보면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가스라이팅의 순화어를 '심리(적) 지배'로 정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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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4.19/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 가스라이팅 → 심리(적) 지배

요즘 언론 기사를 읽다보면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남편을 물에 빠져 죽게 유도해서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의 재판 기사에서도 자주 나왔습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정신적 학대의 한 유형으로, 친구·연인·가족 등 친밀한 관계는 물론 학교나 직장 등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가스라이팅의 순화어를 ‘심리(적) 지배’로 정해 놓았습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피해자의 자존감과 판단 능력을 잃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정신력이 약해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특히 가해자는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가스라이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가스라이팅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 연극은 잭이라는 남성이 자기 아내(벨라)를 억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잭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윗집의 부인을 살해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가스등을 켜야 했는데, 이렇게 하면 가스를 나눠 쓰던 다른 집의 불이 어두워져서 들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잭은 집안의 물건을 숨기고 부인인 벨라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몰아갑니다. 잭이 보석을 찾기 위해 가스등을 켤 때마다 벨라가 있는 아래층은 어두워지고, 벨라가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잭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하는 것은 물론 정신병자로까지 몰아세웁니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이 연극은 1940년 영국에서 먼저 영화화됐고, 1944년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더욱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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