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찾은 美국무에 이스라엘 국방 "전쟁 장기화될 것"(종합)
공습 경보에 블링컨 장관·네타냐후 총리 등 벙커행
(서울=뉴스1) 김성식 김예슬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다시 찾은 가운데,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긴 전쟁이 될 것"이라며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 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양국 회담이 끝난 직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하마스의 기습 이후 미 항공모함 전단이 지중해 동부에 배치된 데 이어 블링컨 장관이 두차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한 점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전 세계가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블링컨 장관에게 긴 전쟁이 될 것이며 대가를 치르겠지만 유대인과 이스라엘, 나아가 양국이 믿는 가치를 위해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철책을 뚫고 이스라엘에 침입해 민간인을 학살·납치하고 텔아비브 등지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자 미국은 하루 만에 이탈리아에 있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를 이스라엘과 가까운 지중해 동부 해상으로 이동시켰다.
12일에는 블링컨 장관이 텔아비브로 날아가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13일에는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에 도착해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을 잇달아 만나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모두 지원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중동 6개국 순방 나흘 만에 이스라엘을 재방문한 것으로 국방부 청사에서 네타냐후 총리,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갈란트 장관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동 순방 내용을 공유하고 하마스와의 전장 상황을 업데이트 받았다.
또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 및 하마스에 잡힌 인질 구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 및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과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석방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이후 가자지구로 향하는 전기·식량·식수의 공급을 전면 차단했는데, 인도적 위기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이어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자 지난 16일부로 식수 공급을 재개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안전한 탈출과 구호품 보급을 위해 이집트와 라파 통행로 운행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한 논의도 오갔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미국 콜로라도 방문을 취소하고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이미 예정된 행사 일정을 당일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이스라엘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블링컨 장관과 네타냐후 총리가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던 도중 공습 경보가 울려 지하 벙커로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시간 넘게 이어진 장시간 회담 도중 미사일 공습 경보가 발령돼 참석자 전원이 약 5분간 지하 벙커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동석한 현장 기자들도 지하 계단으로 급히 내려갔다. 이들이 몸을 숨긴 사이 이스라엘의 대공방어망인 '아이언돔'이 가동돼 미사일을 요격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5분 뒤 공습 경보가 해제된 이후에야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AFP는 "블링컨 장관이 격화되는 분쟁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 국교수립 협상이 중단된 사우디아라비아, 하마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카타르 등 중동 6개국을 순방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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