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가 MV 같다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역동적인 화면에도 이야기는 왜 비었나
2. 단조로운 액션 디자인, 그 이유는?
3. 전종서, 연인이자 페르소나인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발레리나’(감독 이충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여성 원톱 액션 누아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동시에 서사가 얇고 음악감독 겸 뮤지션 그레이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혹평도 쏟아지고 있다.
“뮤직비디오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전 이 작품 속 ‘옥주’(전종서)의 복수 과정이 하나의 발레 공연처럼 보이길 바라고 연출했어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보이고, 미적으로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이충현 감독도 호불호 평에 대해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발레리나’를 왜 이렇게 만들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에, 차분하게 답했다.
■쟁점1. ‘옥주’의 복수극, 풍성하지 않은 이야기들
화려한 앵글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봤을 땐 ‘옥주가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간 남성들에게 복수한다’라고 납작하게 요약된다. 복수의 이유에 개연성이 없다고 논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많이 고민했던 거고요. 이건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는 거라 이미 사건들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고, 피해자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야기는 직설적으로 뻗어나가고, 옥주가 때려부수는 것에만 집중해나가기로 했죠.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체에 대해 아쉬워하는 의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의 스타일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호불호가 더 많이 갈리는 것 같아서 다음 작품 만들 땐 앞으로 더 고민해야할 것 같네요.”
■쟁점2. 액션물인데 액션이 단조롭다?
여성 원톱 액션에 총기를 주로 다루는 터라 액션 디자인이 다소 단조로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제가 액션물을 처음 연출해서 ‘발레리나’ 액션엔 만족하고 있지만, 그 다음 작품에서 또 액션물을 찍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사실 액션 디자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역시도 ‘발레리나’ 콘셉트와 연결되거든요. 많은 창작자가 더 새로운 액션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어쨌든 한 여성이 발레 공연을 하듯 아름답지만 치열한 무대 위 무용처럼 많은 인원을 돌파해나가는 액션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다만 오프닝 시퀀스 액션에선 ‘옥주’의 캐릭터성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앞뒤 계산하지 않고 당장에 판을 엎어버리는 옥주의 액션에 집중하려고 했죠.”
■쟁점3. 전종서, 이충현의 페르소나
그는 ‘콜’에서 함께한 전종서와 공개 열애 중이다. 이번에도 주인공 ‘옥주’로 분해 ‘발레리나’ 속 핏빛 복수를 재현한다. 전종서는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훌륭하게 연기하는 배우예요. ‘콜’ 땐 저나 전종서 모두 신인이라 현장을 추도하는 게 처음이었지만, 이젠 여러 작품을 하고 온 덕분에 전종서는 현장을 잘 이끌어갔던 것 같아요. 공개 열애 이후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조심스럽긴 했지만, 이 역은 전종서만 할 수 있는 배역이라 주저없이 제안했죠. 실제로도 불의를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폭풍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없었어요. 반면 많은 이가 전종서의 전작들 때문에 그가 차갑고 무서운 사람일 거로 생각하는데요.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에요. 그러면서도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불 같은 사람이라서 굉장히 매력적인 여자친구죠. 만나다가 서로 좋은 타이밍이 온다면 결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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