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도 투명한 유리알 같아, 비비[인터뷰]
세상 이야기가 그를 통해 굴절돼 전달된다. 멜로디로 들리기도 하고, 푸념 섞인 표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뭐라고 읊조릴 땐 가만히 그에게 귀 기울이게 된다. 그만의 힘이다.
가수 겸 배우 비비(김형서)는 발칙하게 노래하고 투명하게 연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톡하고 깨져버릴 것 같은 유리알 같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스포츠경향이 다가가 ‘똑똑똑’ 말을 걸었다. 환하게 웃으며 아이처럼 대답해주는 그였다.
학창시절 ‘이상한 아이’였다던 그는 쭉 ‘이상한 아이’로 남기를 고집했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외톨이였을 때도 있었고, ‘내가 안 노는 거야’라면서 사람들과 놀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난 특별하니까’라고 생각하면서요. 파울로 코엘료 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 강풀 작가 웹툰을 보면서 혼자 안정을 찾아나갔고요. 특히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보면서 ‘이상해도 괜찮구나’라고 안심했어요. 작중 인물들이 굳이 이해되지 않아도 그토록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날 보고 이렇게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죠.”
시인이 되고 싶었던 할머니와 뮤지션이 되고 싶었던 아버지가 준 영향력과 사랑은 그가 아티스트로서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었다.
“할머니는 재능이 많은 사람이에요. 어릴 적부터 무용을 했고, 시인이 되고 싶어 늦게나마 등단도 했죠. 아버지는 원래 음악을 했는데 제가 태어나면서 그만뒀고요. 대대로 꿈을 이루지 못한 걸 제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봐요. 평범하게 사는 두 분이었지만 ‘예술로는 어떤 얘기든 해야한다’는 마음을 나눴죠. 제가 예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요.”
누구나 그러하듯 집안엔 그만의 역사가 있다. 비비도 그랬다. 어릴 적 자연스럽게 느낀 마음의 결핍은 그에게서 가사가 되고, 멜로디가 되고, 연기가 되었다. 신작인 ‘화란’(감독 김창훈)에서 가족의 결핍을 견디는 ‘하얀’ 역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쌓이고 쌓인 경험때문이었다.
“기분이 좋거나 성취감이 클 땐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릴 때 결핍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힘들 땐 제가 가진 명성과 부를 바꿔서라도 평범한 삶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요즘은요? ‘이미 태어났는데 어쩌겠나’ 싶고요. 하하. 지난해에 여러 일이 있었는데요, 사실 그때에서야 알아챘어요. 마음의 평온은 부와 명성 따위 상관없고,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거라는 걸요. 평온할 수 없다면 그건 나의 탓인 거죠. 행복은 거창하지 않아요. 행복의 반댓말은 불행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것이고, 슬픔의 반댓말은 슬퍼하지 않은 것이라고 깨달았죠. 이런 마음을 콘트롤하기 위해 요즘은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려고 하고, 혼자 살지만 밥도 꼭 지어먹으려고 해요. 감정도 더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하고요. 이런 감정, 감추는 게 더 위험한 사람이라는 거 알죠?”
지난해 SNS 라이브방송 도중 오열하며 “팬들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모를 거다. 차라리 내가 가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해 논란이 됐던 사건도 언급했다.
“피곤하고 우울하고 고독한 감정에 침몰해있었어요. 평소였다면 그냥 화장 지우고 잠이나 잤을 텐데, 팬들과 소통하려고 ‘라방’을 켰다가 ‘언니 얼굴이 안 좋아보여요’란 얘기에 눈물이 난 거예요. 그땐 절 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정신도 없었고요. 같은 소속사인 윤미래 선배가 많이 놀라서 연락이 왔죠. ‘너 그래서 계약 안 할 거야?’라고 하길래, ‘아니오, 할 거예요’라고 답했죠. 헤헷.”
여러 일이 지나간 후 이제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고. 상업적 성공에 대한 압박감도 많이 내려놓았단다.
“예술은 내가 성공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해서 해야하는 건데, 한때는 ‘회사가 적자 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 다르게 갔던 것 같아요.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거죠. 요즘은 다시금 숭고한 마음을 찾고 싶다는 생각 뿐이에요. 초심을 유지하고 싶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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