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성적, 프로농구 흥행과 상관없다?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저인 7위에 그쳤다. ‘항저우 참사’라는 말이 나온다. 시즌 개막을 앞둔 KBL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다.
9년 전 10월 3일에는 남녀 동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했지만, 지난 10월 3일에는 남녀 모두 17년 만에 최악의 성적의 빌미가 되는 패배를 당했다.
지난 16일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이를 걱정하는 질문이 나왔다.
전창진 KCC 감독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전체의 잘못이다. 농구인 모두 알고 있는 문제인데 답을 못 찾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시안게임 성적이 프로농구 흥행에 영향을 줬을까? 관중 기록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남자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연장 승부 끝에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가장 극적인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남자농구가 꼽혔다. 자연스럽게 프로농구에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오히려 전 시즌 대비 정규리그 관중이 943,772명에서 953,078명으로 9,306명(평균 34명) 더 줄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그랬다. 정규리그 관중이 136,873명(1,043,515-1,180,388/평균 507명)이나 감소했다.
더구나 정규리그 총 관중도 전 시즌 대비 31,413명(1,030,731-999,318/평균 116명)이 더 증가했다.
12월 15일 이후는 관중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겨울방학이 포함되어 있다. 그 영향으로 관중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12월 15일까지 2006~2007시즌 초반 100경기를 소화했다. 2005~2006시즌 관중 수치를 2006~2007시즌 동일한 경기수 기준으로 살펴보자. 참고로 2005~2006시즌 100번째 경기는 대동소이한 2005년 12월 14일이다.
2005~2006시즌 초반 100경기와 이후 170경기 평균 관중은 각각 3,591명과 3,766명이다.
2006~2007시즌 초반 100경기에서는 2005~2006시즌보다 오히려 평균 7명(3,584-3,591/총 -707명)이 적었지만, 이후 170경기에서는 평균 189명(3,955-3,766/총 32,120명)이 더 많다.
초반 100경기 관중은 대동소이하지만,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뒤 170경기에서는 오히려 관중이 꽤 많이 늘었다. 이 덕분에 오히려 2006~2007시즌 관중이 전 시즌 대비 증가로 나타났다.
금메달을 땄을 때는 전 시즌보다 관중이 줄고, 최악의 성적이란 결과에는 관중이 늘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아시안게임 최고와 최악의 성적은 남자 프로농구 흥행과 큰 상관이 없다.
다른 종목을 참고하면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농구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더 큰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흥행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추측된다.
KBL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머리를 맞대고 아시안게임의 부진을 계기로 더 높은 무대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전창진 감독은 “농구 열기는 상당히 올라왔다. 연습경기, 컵대회를 보면 많은 팬들께서 찾아주신다. 새로운 농구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팬서비스를 잘하고, 구단이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팬들께서 체육관에 찾아오시게 해야 하고, TV로 시청하는 팬들께도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결과가 좋지 않은 건 아쉽지만, 더 재미있는 승부를 펼친다면 2023~2024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팬들이 프로농구를 관전할 것이다.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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