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SUE] 월드컵 가기는 더 쉬워졌는데...납득되지 않는 KFA의 '베트남 초청' 이유
[인터풋볼=김대식 기자(수원)]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방향성 자체가 의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FIFA 랭킹 95위)과 10월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베트남과의 평가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팬들의 비판에 2026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대비라는 이유를 꺼내들었다.
당장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고, 11월 첫 경기부터 괌 혹은 싱가포르를 만날 가능성이 높기에 베트남과의 경기를 통해서 이를 대비를 하겠다는 의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동남아와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베트남전이 성사된 배경 중 하나였다.
언뜻 보면 하나같이 다 납득이 될 수도 있는 이유들이다. 만약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의 출전권이 4.5장이였다면 말이다. 2026년에 열릴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32개국 체제가 아닌 48개국 체제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에 배정된 본선 진출 티켓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8개의 나라가 진출하게 되고,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 거치면 아시아에서만 최대 9개 국가가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4.5장 체제에서도 한국은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대한민국만 가진 역사다. 2014, 2018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해도, 한국의 전력으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걱정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 와중에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티켓이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아무리 아시아의 전력이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해도 일본, 호주,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전력상 우위를 가진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 난이도가 쉬워진 마당에 최종예선도 아닌 2차예선을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이다. 베트남 초정 이유가 더욱 변명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에는 이런 행보가 없었다는 점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은 2019년 9월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2차예선을 앞두고 한국이 만난 상대는 6월에 호주와 이란, 9월에는 유럽의 조지아였다. 2차예선을 대비하는 성격의 평가전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이 클린스만 감독보다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한 수 아래의 전력인 동남아 국가에 대한 대비를 안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벤투 감독이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아시아 축구를 경험했던 건 중국 충칭 리판에서의 7개월이 전부다. 벤투 감독 역시 동남아와 같은 아직까지는 아시아에서 전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절대로 크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4년 전에 비해서 아시아 국가의 전력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그래도 베트남까지 초청해서 안방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굳이?'라는 대답부터가 나온다.
월드컵 진출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4년 동안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기량이 2배나 증가했을까. 축구 실력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의 영역이지만 4년 전에 비해 동남아국가들의 전력이 2배 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비하지 않아도 2차예선은 언제나 통과 난이도가 낮았다.
베트남 초청을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KFA의 대답이 아닌 클린스만 감독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곧 있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조 순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서 16강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추첨에서 E조에 편성됐다.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같은 조다. 베트남은 D조다. 일본, 이라크, 인도네시아와 한 조다. 한국이 E조 1위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16강에서 만날 상대는 D조 2위다. 일본이 2위로 16강에 오를 만한 시나리오는 D조 전력상 가능성이 낮다. 2위 싸움은 이라크와 베트남이 펼칠 것이다.
월드컵 예선과 다르게 아시안컵 토너먼트는 단판 대회다. 패배는 곧 'Go Home'를 의미한다. 축구는 둥글기에 한국이 베트남이나 이라크를 만나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1960년 이후로 우승이 없는 아시안컵 트로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KFA도 클린스만 감독을 적극 지원하고, 아시안컵을 더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서 16강 상대가 될 수도 있는 팀을 불렀다고 설명했다면 베트남 초청 이유가 조금이나마 더 납득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KFA의 이야기는 분명히 달랐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