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로는 달리고, 배우로는 천천히…‘힙하게’ 수호의 ‘템포’[스경X인터뷰]
2018년 발표된 그룹 엑소의 노래 중에 ‘템포(Tempo)’라는 곡이 있다. 11월 나온 엑소의 5집 앨범 타이틀곡인데, 곡의 내용을 요약하면 ‘그녀에게 맞추기 위해 다가가는 내 템포를 망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녀의 속도, 나의 속도. 주인공은 현란하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거리를 좁힌다.
여기에 비유할 수 있을까. 가수로서 배우로서, 수호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도 그 나름의 ‘템포’가 있다. 엑소 수호로서의 모습이 조금 더 에너지 있고 박력이 있다면, 배우 김준면으로서의 모습은 조금 더 차분하고 꾸준하다.
배우로는 김준면이라는 이름도 있는 수호는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힙하게’를 통해 오랜만에 연기자로 섰다. 드라마로는 2020년 공개된 seezn의 웹드라마 ‘하와유 브레드’ 이후 3년 만이고, 이를 TV채널로 넓히면 2018년 방송된 MBN ‘리치맨’ 이후 5년 만이다. ‘힙하게’는 2020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해 지난해 2월 소집해제한 수호의 복귀작이다.
“선우 역으로 그저 열심히 했던 작품이었어요. 저에게는 소집해제 후 첫 연기작품으로,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됐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서 무사히 마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7년 만인 것 같아요.”
물론 대중은 그를 메가히트 그룹 엑소의 리더로 더 잘 알고 있지만, 수호의 연기경력도 그 안에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한창 활동 중이던 2014년 KBS2 ‘총리와 나’ 카메오 출연을 시작으로 웹과 TV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물론 복무 기간에도 배우나 가수로서 준비한 게 있었어요. 욕심도 그만큼 더 자라났고요. 오래 쉬어서 욕심이 생기니까 그것 때문에 과욕을 부릴까 봐 걱정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죠. 김석윤 감독님을 뵀는데, ‘모범생의 이미지지만 정색을 했을 때 나오는 냉소적인 느낌이나 신비함 등이 선우 역과 잘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가 연기한 김선우는 극 중 배경이 되는 무진시에 갑자기 나타나 문장열 형사(이민기)에게는 의심을, 봉예분 수의사(한지민)에게는 호감을 산 인물이다. 계속 알듯 모를듯한 미소와 정체불명의 행동으로 극 중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부상하지만, 결국 진범이었던 박종배(박혁권)를 막아서다 희생당하고 만다. 극적 장치로는 시청자를 낚는 ‘중요한’ 미끼 역할이었던 셈이다.
“김석윤 감독님 작품의 그런 장치가 좋았어요. 회사의 보아 선배님이 ‘김석윤 감독님은 또 하고 싶은 분’이라고 부럽다고 해주셨고, 비 정지훈 선배님도 ‘뮤직뱅크 때부터 친한 감독님’이라면서 좋으신 분이라고 해주셨어요.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물어보셨는데, 특히 (임)윤아 누나가 집요하게 물어봤던 것 같아요.(웃음)”
모든 일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을 즐기는 수호는 받아든 대본에서 자신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자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일단 김석윤 감독으로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여지를 줄 수 있는 연기를 주문받았고, 박혁권과 박노식 그리고 한지민 등 극소수의 배우들과 함께 범인의 정체를 공유받았다. 그게 아니라도 매 장면 김석윤 감독과 범인의 느낌과 아닌 느낌 중 어느 것을 택해 연기할 것인지 집요하게 문의하며 촬영했다.
“항상 준비를 많이 하고, 연구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데뷔한 지는 11년이 됐는데, 11년 동안 이렇게 계속해온 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작품을 너무 오래 안 하다 보니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런 부분들이 채워진 것 같아서 좋습니다.”
원래 수호는 엑소 데뷔 전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택한 이유도 선배 슈퍼주니어의 다양한 활동을 보며 동경했기 때문이다. 고3 시절 부상으로 춤을 쉬게 되고, 연습생 동기 샤이니의 데뷔를 보면서 절치부심해 연기전공을 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더 글로리’의 임지연을 비롯해 변요한, 박정민, 김정현, 정연주 등이 그와 동기다.
“‘수호는 가수 아니야?’하고 당연히 생각하시겠지만, 배우로서 수호도 정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의 수호는 템포가 느린 것이고, 엑소 수호로서는 좀 더 달리는 분위기였죠.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뮤지컬 등 공연 연기도 하면서 가수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서로 다른 가수와 배우의 템포. 그 안에서도 배우로서의 템포는 갑자기 들어오는 변주로 풍성해진다. 수호는 김석윤 감독도 알고 있는 ‘모범생으로서의 이미지’ 그 극적인 변주도 노리고 있다.
“제가 평소에 생각이 많고 엄친아(엄마친구아들)에 모범생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가수 활동 때 탈색도 해보고 하면서 변신을 꾀했었죠. 하지만 배우로서는 오히려 좋다 싶어요. 이러다가 제가 갑자기 누아르 장르를 하면 다들 놀라실 것 같고요. 평소 이미지가 모범생인 것이 제겐 오히려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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