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식의 e런 사람] 'AG e스포츠 金' 김관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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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날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14일 사당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김관우를 만날 수 있었다. 귀국 이후 아무 일도 없이 쉬었던 날이 하루였다는 김관우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최근에는 인기 TV 프로그램 촬영까지 마쳤다고 한다. 국민 MC 유재석과 '스트리트 파이터'를 한 판 했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 그는 쏟아지는 관심에 감사함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오락실과 PC 통신을 통해 게임하던 시절,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혹은 올림픽 같은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는 깜짝 스타가 탄생하고는 한다. 그러나 깜짝 스타는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서글픈 말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깜짝 스타였던 이유는, 그들의 종목이 대회 시작 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위치한 '비인기 종목'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깜짝 스타 김관우 역시 비인기 종목 '스트리트 파이터 V'의 국가대표였다. 당초 많은 이들에게 메달 기대를 받지 않았던 종목이었기에, 첫 한국 e스포츠 금메달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김관우는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준비하면서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큰 관심이나 지원이 없었던 종목이다. 그래서 지금 와서 서러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입을 연 그는 "감독님도 같은 말을 했는데, 늘 관심이 없었고, 힘든 환경에서 해왔기 때문에 준비하면서 특별하게 서럽게 느껴진 것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금메달을 땄으니까, 앞으로 관심을 받고 봐주는 분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렇듯 비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이유에서 김관우가 주목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스토리 역시 그를 스타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1979년생의 노장 게이머가 숱한 어려움을 거치며 금메달을 딴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전국의 격투 게임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스파링 상대가 돼줬다는 이야기였다. 금메달 획득 직후부터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던 김관우. 그는 감사함을 넘어 한국 격투 게임씬을 대표한다는 사명감 역시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포함해 도움을 준 많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김관우는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스파링 상대로 나서준 최고수들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또, 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도 심리 상태, 컨디션 관리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도움을 주시는 분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너무 쉽게 끝나면, 저의 여정이 쉽게 끝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김관우의 금메달 여정을 도왔다. 그리고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강성훈 감독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IV' 시절부터 시작된 김관우와 강 감독의 인연은 10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그만큼 둘 사이는 애틋해 보였다. 강 감독은 김관우의 금메달 획득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을 정도다.
김관우는 "'스피릿제로'라는 팀을 운영하며 국내 대회 중계, 해설, 전문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강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 동생 하는 사이일 만큼 친하다"며 "서슴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더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무언가를 해냈을 때 더 편하게 기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강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역시 잊지 않고 전했다.
김관우가 금메달을 따자, 오락실에서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전국의 40대들이 열광했다. 같은 '오락실 세대'인 김관우의 금메달이 그들에게 옛 추억을 다시금 소환한 것이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II'를 하며 처음 격투 게임과 연을 맺었다는 김관우. 그렇게 시작했던 '스트리트 파이터'는 결국 그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줬다. 김관우는 큰 이유 없이 그저 '스트리트 파이터'가 제일 재밌어서 '스트리트 파이터' 게이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격투 게임이 있는데, 바로 '킹 오브 파이터즈'다.
김관우가 처음 자신의 격투 게임 실력에 확신을 가지게 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라고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PC 통신'을 즐겼다는 김관우. 그는 "당시 '킹오파'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PC 통신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했다. 그때 각지의 고수들과 만나서 대전할 수 있는 경험을 얻었는데, 실력 발휘를 하면서 내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첫 대회 우승 역시 '킹 오브 파이터즈'로 이뤄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으며 오래전 추억을 이야기한 김관우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첫 우승도 '킹 오브 파이터즈'를 하던 시절이다. 격투 게임에 재미가 들려서 시작한 건 초등학교 다닐 때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II'를 하면서였지만, 게임에 집중해서 성적을 낸 것은 '킹 오브 파이터즈' 때다. '킹 오브 파이터즈 97'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게임을 하면서 작은 대회, 큰 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만큼 '스트리트 파이터'만큼이나 '킹 오브 파이터즈'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우는 "지금도 '킹 오브 파이터즈'를 많이 즐기던 시절이 그립다.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재밌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며 "게임도 그렇고 그때 같이 놀던 형들, 친구들을 포함해서 좋은 추억이 많은 시절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다양한 창구를 통해 격투 게임을 즐겨온 김관우. 그는 저물어 가는 오락실 시대 등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격투 게임을 즐길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보였다. 김관우는 "사라지는 오락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게임 제작사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지금처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을 위해 힘 쓰거나, 이를 포함해 계속해서 다양한 자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대로 버려지지 않고, 발전해 나가려는 노력과 시도가 있어서 그 부분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멋진 스토리와 함께 값진 한국 e스포츠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선물한 김관우. 그는 한국 격투 게임씬을 위한 애정을 보이며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제 금메달로 인해 그렇게 큰 변화가 찾아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입을 땐 김관우. 그는 "그래도 조금의 관심, 지원 등이 생긴다면 저로서는 많은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김관우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준비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제가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진 아직 모르지만, 저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 돕고 싶다"며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금메달리스트로 좋은 선례를 남겨야 e스포츠의 비인기 종목으로서도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일단 멀리 보기보다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정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향후 계획으로 현재로서는 너무 멀리 보고 있지는 않다"며 "귀국하고 나서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실감이 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그 일정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기성 스포츠에서는 국제대회를 치른 후에 자국 리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규 리그가 있다면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 역시 올라갈 것이다. 김관우는 "정규 리그가 있으면 정말 확실히 더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우선은 격투 게임 대회가 지금도 없진 않다. '캡콤컵'이라는 큰 대회로 연결되는 규모 있는 대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사실상의 문제는 정규 리그의 유무보다는 지금 있는 대회들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김관우는 향후 열릴 대회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강성훈 감독님이 운영하는 '스피릿제로'라는 채널이 있다. 그 채널을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 V'의 후속작인 '스트리트 파이터 VI'의 대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월드 워리어'라는 대회도 있고, 그곳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미국에서 열리는 '캡콤컵'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 있는 대회도 있으니까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참가도 해주시면 좋겠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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