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67세, 팀원 55세…"만리장성 고칠 젊은이가 없어요"
중국 내에서 만리장성과 고성 등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보수인력의 심각한 고령화와 연구인력 부족은 문제로 지적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산간 오지를 전전하는 어려운 업무환경을 젊은이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6일 특집기사를 통해 만리장성의 원형으로 잘 알려진 베이징 화이러우구 젠커우(箭?) 장성과 팔달령장성으로 유명한 옌칭구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수리작업 현장을 보도하며 이같이 전했다.
만리장성은 중국의 상징이자 전세계적으로도 소중한 문화재다. 서쪽의 간쑤성(甘肅省) 자위관(嘉?關, 가욕관)에서 동쪽 허베이성(河北省) 산하이관(山海關, 산해관)까지 2700㎞에 걸쳐 지어졌다. 지형의 높낮이 등을 반영하면 실제 성벽의 길이는 무려 6352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부터 조성돼 보수해야 하는 곳도 산적해 있다.
장성은 여러 지역에서 관광지로 개발돼 있기도 하지만 개발되지 않은 '야생 만리장성'들도 많다. 젠커우 장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이 고도 1100m 이상 지역에 10km가까이 장성이 둘러쳐 장관을 연출한다.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만리장성의 유명한 사진 중 대부분이 젠커우에서 찍은 것들이다. 여행이나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포인트인데, 고도가 높아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그간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사상자가 나오는 사고도 빈번하다. 중국 문화재당국이 가장 신경써서 보수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천안문 보수 등에 참여했다가 지난 2016년부터 젠커우 장성을 보수하고 있는 청용마오 기술담당은 올해 나이 67세다. 그는 차이신에 "만리장성은 산속에서 태양광과 바람, 초목의 뿌리 등에 그대로 노출된다"며 "자금성같은 문화재를 보수하는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침식 과정을 늦추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선 만리장성 수리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위험하고 고된 근무환경 탓이다. 이날 진행된 장성 수리작업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장성은 개발된 등산로가 아니며, 당연히 차량이나 헬리콥터가 접근하기 어렵다. 보수팀은 노새에 짐을 묶어 끝없이 올랐다. 산꼭대기 장성에 이른 후 몸에 안전로프를 두르고 계곡으로 굴러떨어진 성벽 석재를 묶어 위로 끌어올렸다. 석재를 다시 제자리로 옮긴 후에는 두터운 모르타르로 틈을 채웠다. 되풀이되는 작업 속에 식사시간이 돌아왔다. 성벽에서 조리한 음식들로 허기를 채웠다.
청용마오 팀에 속한 50명 직원 중 거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청용마오는 "직원들 대부분이 허베이성 등 산촌 출신으로 열심히 일하고 산길을 걷는 데 거부감이 없다"며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옌칭구에 걸쳐있는 바다링 장성 보수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푸린 수리사업팀장 아래 팀원이 60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세다. 장푸린 팀장은 차이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지금 멤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직원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절반 정도가 은퇴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인원이 채워질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장뿐 아니다. 고고학 연구인력 중에서도 만리장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적다고 중국 언론은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국영 베이징고고학연구소 만리장성 고고학 담당은 39세의 샹헝 연구원인데, 앞서 언급한 보수팀에 비해 나이는 비교적 젊지만 문제는 만리장성 담당이 샹헝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샹헝은 "만리장성은 궁전이나 고분같은 고고학 연구대상에 비해 발굴되는 유물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구성과에 따른 성취감도 높지 않다"며 "만리장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장기간의 등반이 필요한 만큼 조사 과정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차이신은 만리장성을 보호할 인력을 추가 확보하지 않으면 장성의 파손과 관련 문화재 유실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리장성에 대한 연구와 보호는 고대건축은 물론 건축재료,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만리장성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적인 만큼 보수 문제는 전세계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청용마오는 "일 주일에 두세 번씩 장성 현장을 오가고 있다"며 "만리장성 보수에 대한 열정을 갖고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청년들이 더 많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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