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김영권·조현우, 데뷔 꿈꾸는 김주성...클린스만호, 두 마리 토끼 잡을까[오!쎈 수원]
[OSEN=수원, 고성환 기자] 대표팀에서 얼굴을 보기 어려워진 김영권(33), 조현우(32, 이상 울산 현대)부터 클린스만호 데뷔를 준비 중인 김주성(22, FC서울)까지.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의 선택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가 공언한 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10월 A매치 2차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26위 한국이 95위 베트남에 크게 앞선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장 손흥민 없이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홈 승리를 따내며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1-0)에 이어서 연승을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다음 상대는 베트남이다. 전력 차이는 작지 않다. 베트남은 한국에 오기 전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을 만나 모두 0-2로 완패했다. 여기에 에이스 미드필더 응우옌 꽝하이까지 허벅지를 다쳐 출전이 어렵게 됐다.
결과와 과정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대. 클린스만 감독도 경기를 하루 앞두고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친선경기"라며 "지난 튀니지전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분명 비교적 약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 약한 상대라 생각지 않는다. 아시안컵 16강에서도, 더 나아가 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만날 수 있다"라며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건 우리이며 베트남 역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대라고 얘기했다. 마지막 친선 경기인 만큼, 우리가 얼마나 준비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시험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전처럼 최선을 다해 준비할 예정"이라고 다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다른 목표도 공개했다. 그는 주축 선수들 위주로 조직력을 다질 생각인지 혹은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인지 묻자 "두 가지를 다 생각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교체 카드 활용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팀이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져가야 하는 시기라 조직력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론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최대한 많이 교체하고 싶다. 전반을 잘 마친다면, 새로운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면서 실험할 예정이다. 두 가지 모두 얻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자기 실력을 보여줄 증명의 장,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멀어졌던 클린스만 감독의 시선에 다시 들어설 절호의 기회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은 지난 3월 콜롬비아·우루과이와 2연전을 치른 뒤 A매치 출전 기록이 없다. 6월엔 허벅지 부상으로 낙마했고, 9월에는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유럽에 동행하고도 팀 동료 정승현에게 밀려 벤치만 지켜야 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김영권의 입지를 생각하면 놀랍기까지 한 일이다.
조현우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3월 우루과이전 이후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6월과 9월 열린 네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김승규(알 샤밥)에게 골문을 맡겼다. 예상보다 빠르게 김승규가 주전 수문장 경쟁에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김태환도 비슷한 처지다. 그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막 부임한 3월 A매치에선 2연전 모두 뛰며 청신호를 밝혔으나 이후로는 대표팀과 거리가 멀었다. 10월이 돼서야 7개월 만에 재승선에 성공했고, 지난 튀니지전에서 약 10분간 피치를 누비며 복귀전을 치렀다. 어느새 대표팀에서 존재감이 작아진 김태환 포함 세 선수 모두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루키 수비수 김주성도 있다. 2002년생 센터백인 그는 지난 6월부터 꾸준히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 시절 중용받던 박지수(우한)와 조유민(대전)을 대신해 과감히 김주성을 선택 중이다. 하지만 그 역시 첫 승리가 절실했던 팀 상황 때문인지 아직 1분도 경기장을 밟지 못하고 있다. 실험을 예고한 이번 경기에서 클린스만호 데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가오는 카타르 아시안컵에 데려갈 선수로 이미 10명 정도는 추렸다고 말했다. 나머지 13자리 정도는 아직도 고민 중인 상황으로 보인다. 아직 최정예 멤버를 추릴 시간이 남은 만큼,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야 바람직하다. 과연 베트남전에선 그동안 다소 잊혔던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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