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그리다] 포도 익는 계절엔 이모집이 생각난다

한국화가 박진순 2023. 10. 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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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전 세계적인 기록적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보냈다.

우물 건너편 43번국도 길가에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봄에는 포도나무 밑에 딸기를 심어서 수확하고, 여름에 포도가 익으면 길옆 원두막에서 이모님은 포도를 파셨다.

요즘도 43번국도 은고개를 지날 때면 예전에 이모님댁이 있던 자리를 찾아보며,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원두막에서 이모님이랑 이종사촌 언니 오빠들과 함께 달콤한 포도를 먹던 추억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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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33×41cm 한지에 수묵담채. 인류역사상 오래전부터 재배한 과일 중에 가장 사랑받았던 포도, 전통미술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포도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여름은 전 세계적인 기록적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어서 저녁에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9월 중순이다. 이번 그림은 요즘 제철인 포도 작품이다. 포도는 무덥고 따가운 햇빛을 받으면서 달콤하고 향긋한 열매가 익어간다. 포도는 예로부터 전통미술에서도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사랑받는 소재다.

인간이 재배한 과일 중 가장 오래된 포도는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과일이다. 약 8,000년 전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는 고대 유적지에서도 씨앗이 발견되고, 성경에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이미 포도가 재배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이모님댁에 놀러가서 여러 날을 이종사촌 언니 오빠들과 보내곤 했다. 이모님은 남한산성 근처 은고개란 마을에 시집을 가셨는데, 그 마을에서 제일 크고 넓은 기와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모님댁 대문 밖 마당 옆에 우물이 있었는데 겨울에도 얼지 않고, 여름에는 얼음처럼 차가워서 더위를 식히기에 아주 좋았다. 우물 건너편 43번국도 길가에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봄에는 포도나무 밑에 딸기를 심어서 수확하고, 여름에 포도가 익으면 길옆 원두막에서 이모님은 포도를 파셨다. 이모작이었던 셈이다.

차갑고 시원한 우물물을 퍼올려 포도를 씻어서 파시던 이모님 옆에서 이종사촌 언니 오빠들과 포도를 먹었던 추억이 아련하다. 지금은 중부고속도로가 마을 한가운데를 괸통하면서 이모님댁은 물론 마을 전체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요즘도 43번국도 은고개를 지날 때면 예전에 이모님댁이 있던 자리를 찾아보며,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원두막에서 이모님이랑 이종사촌 언니 오빠들과 함께 달콤한 포도를 먹던 추억을 회상한다.

한국화가 박진순

인천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인천대학교와 경기대학교에서 교수 활동.

1994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국립현대미술관).

2006 서울미술대상전특선(서울시립미술관).

2006 겸재진경공모대전특선(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동방예술연구회 회원.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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