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예약이 꽉 찰 정도...‘똥’ 향한 집념에 생긴 이곳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3. 10.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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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아이·어른 모두에게 똥의 의미와 화장실 문화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유익한 박물관이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국내 유일 똥 박물관 ‘해우재’. 이곳에서 똥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조차 발걸음을 떼기 싫어할 정도로 재미난 똥 전시물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단체 방문객으로 인해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다.

배변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조차 똥을 잘 누게 만든다는 수원 이색 박물관 ‘해우재’가 궁금해져 여행 플러스가 직접 다녀왔다.

기네스북에 오른 국내 변기 모양 박물관 ‘해우재’
해우재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해우재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거대한 수세식 변기 모양을 한 박물관 건물 앞에 황금색 똥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완공 당시인 2007년 세계에서 가장 큰 변기 모양 건축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똥 박물관의 이름 ‘해우재(解憂齋)’는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찰에서 화장실을 일컫는 말인 해우소(解憂所)에서 따온 말이다.

(좌)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고 심재덕 (우) 해우재 박물관 외관 그림 / 사진=해우재
이 박물관은 본래 심재덕 전 수원시장 겸 화장실협회 회장 생가였다. 심재덕은 외국 언론에서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화장실 문화에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었다.

심 전 수원시장은 세상을 떠날 때 화장실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변기 모양으로 설계한 자신의 집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이후 그의 뜻에 따라 이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화장실 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 ‘해우재’로 탈바꿈했다.

심재덕은 화장실을 배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봤다. ‘똥’을 향한 그의 집념은 그가 제22대 수원시장으로 활동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 / 사진=수원시문화재단
심 전 시장은 2002년 FIFA 월드컵을 수원에서 개최하고 싶었다. 다만 당시 서울과 비교했을 때 수원의 편의시설은 개수가 적거나 낙후한 상태였다. 특히 대규모 인파가 몰렸을 때 감당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이에 심 전 시장은 1996년부터 수원에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화장실 문화 운동을 펼쳤다. 전국 최초로 화장실 전담 부서를 신설해 수원의 공중화장실 규모를 늘리고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실제로 2002 FIFA 월드컵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 수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 내부에도 161개소 남녀 화장실을 지어 큰 호평을 받았다. 당시 올라온 기사 중 동아일보 기자는 ‘흡사 호텔 화장실에 온 것 같다’며 수원 월드컵 경기장 화장실을 극찬했다.

이 일을 계기로 화장실의 중요성을 깨달은 심재덕은 이후로도 ‘세계화장실협회(WTA)’의 초대 회장으로 활약하며 그 중요성을 알렸다. 2007년 설립한 국제 민간 단체인 세계화장실협회는 인류 보건과 위생을 향상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낙후한 국가에 깨끗한 화장실을 지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심재덕이 실제로 사용했던 전기 변색 유리 화장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입구를 지나 해우재 안으로 들어서면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장실과 마주한다. 위치에서부터 화장실 집의 중심으로 생각했던 고 심재덕의 신념이 엿보인다. 이곳은 그가 실제로 사용하던 화장실로 특이한 점은 전면 벽이 유리로 지어져 안에서 밖을 훤히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사실 이 유리 벽은 ‘전기 변색 유리’라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 관람객이 전환기를 자유롭게 켜고 끄며 체험도 할 수 있다.

1층 상설전시실 ‘화장실의 역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해우재 1층은 상설전시실이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의 역사’와 ‘화장실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전시 구역을 구분한다. 화장실의 역사 전시 구역에서는 전 세계 인류의 화장실 문화를 배울 수 있다. 화장실의 탄생부터 시작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와 서양 요강이 어떻게 다른지, 시대별로 전 세계인이 사용했던 변기 모양 등 광활한 화장실 역사를 설명한다.
1층 상설전시실 ‘화장실의 과학’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1층 상설전시실 똥 관련 게임 구역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화장실의 역사 전시 구역을 지나면 ‘화장실의 과학’ 전시가 나온다. 수세식 변기 발명, U자형 관과 물의 압력을 이용해 변기 물을 내리는 ‘사이펀 원리’ 등 화장실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그림과 모형 등을 곁들여 쉽게 풀어냈다.
기획전시 ‘심개똥의 똥 공장’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기획전시 ‘심개똥의 똥 공장’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전시실에는 똥 제품을 생산하는 주역인 ‘입·식도·위·소장·대장·항문 6개 핵심 부서’와 음식 원료의 분해를 돕는 ‘2개 도움 부서인 쓸개와 간’의 각 역할을 세세히 나눠 알려준다. 공장 내 부서의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져야지만 약 24시간~72시간 사이에 ‘똥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획 전시는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새롭게 바뀐다.

이렇게 알찬 전시를 볼 수 있는 해우재는 입장료가 무료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평균 2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던 해우재는 현재도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비교적 한산하게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 오후 방문을 추천한다. 다만 전시 해설을 해주는 학예사는 따로 없다. 박물관 입구에서 똥 모형이 달린 볼펜, 똥 색칠 공부 책 등 똥을 주제로 제작한 여러 기념품도 판매한다.

신입 공무원이 수원에 발령받으면 꼭 들르고 간다는 곳
(좌) 똥지게 메는 사람 (우) 왕궁리 화장실 유적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변기 위에 앉아 생각하는 사람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똥지게 메는 사람, 생각하는 과거 똥을 먹여 돼지를 길러서 돼지우리와 화장실이 이어진 통시 변소,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변형해 만든 ‘변기 위에 앉아 생각하는 사람’,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화장실인 전라북도 익산 왕궁리 화장실 유적을 재현한 모형 등 기념사진을 찍기 제격인 익살스러운 조형물이 가득하다.
똥 부분만 노랗게 변한 똥 누는 조각상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똥 부분만 노랗게 변한 똥 누는 조각상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중 바지를 반쯤 내리고 똥을 누고 있는 조각상을 놓쳐선 안 된다. 이 조각상의 엉덩이 부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똥을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 신규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이 복을 기원하며 이 조각상의 똥 부분을 한 번씩 만지고 가서 갈색 칠이 벗겨지며 매끈한 노란색으로 변했다는 재미난 뒷이야기가 있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도 당선 전 이 조각상의 똥을 만지고 갔다고.

이밖에 쉼터도 좌변기와 요강 모양으로 만들어 쉬어가는 공간에서도 화장실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똥 도서관부터 변기 미끄럼틀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해우재 문화센터
해우재 박물관만 보고 가면 화장실 문화의 절반만 안 것이다. 이곳에 왔다면 해우재와 마주하고 있는 4층짜리 건물 ‘해우재 문화센터’를 반드시 들러야 한다.
똥 책 도서관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문화센터 1층에는 ‘똥 책 도서관’과 화장실 유물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수장고’가 있다. 도서관에는 별도의 출입증 없이 자유롭게 출입해 독서를 즐길 수 있으나 내부 도서는 대출할 수 없다.
어린이 체험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2층에서는 어린이들이 체험하며 화장실 문화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어린이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체험관 내부 전시 구역 신비로운 몸속 여행, 황금 똥 물렁 똥, 뿌글뿌글 뿡뿡 황금 똥이 나와요!, 유익한 똥이야기 등 총 4가지로 나뉜다.
황금 똥 물렁 똥 전시 구역을 관람하는 가족 방문객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변기 모양 미끄럼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중에서도 점토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대변 모형을 만질 수 있는 ‘황금 똥 물렁 똥’과 거대한 변기 모양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뿌글뿌글 뿡뿡 황금 똥이 나와요!’가 인기다.
4층 옥상 전망대에서 본 해우재 건물과 하장실 문화 공원 전망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문화센터의 백미는 4층 옥상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커다란 변기 모양 해우재 건물과 화장실 문화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박물관 측에서는 안정상 이유로 옥상 전망대를 유동적으로 개방한다.

7년째 해우재에 몸을 담고 있는 이정아 교육 기획 담당자는 “첫째 아이를 데리고 온 관람객 이 둘째 아이를 데리고 또 찾아오셨다는 걸 알았을 때 이 공간이 참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다”며 뿌듯했던 일화를 전했다. 또 그는 “해우재에 오셔서 화장실의 중요성도 알아가고 가족과 즐겁게 머무르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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