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8-8-3-7-8' 몰락한 왕조의 선택은 이종열, '성적+육성' 절대 포기 못할 '두 마리 토끼'

안호근 기자 2023. 10. 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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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신임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정근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왼쪽)과 악수를 나누는 이종열 신임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9-6-8-8-3-7-8.

지난 7년 간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다. 동시에 홍준학 전임 단장 재임 시절이기도 하다.

홍 전 단장이 삼성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를 보여주는 숫자다. 이전 7년 간 순위가 '2-1-1-1-1-2-9'로 크나 큰 대비를 이루기에 삼성 팬들로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몰락한 왕조는 홍준학 단장 대신 이종열(50)을 택하며 변화를 꾀한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불리는 그를 통해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Win)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Wow)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 구단은 16일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패배 후 아쉬워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삼성 라이온즈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원태인(가운데)을 지명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홍준학 전 단장(왼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홍준학 단장은 삼성 팬들에게 재임 기간 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재임 기간 중 가을야구 진출이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니 충분히 납득 가는 반응이다.

물론 삼성의 몰락을 전적으로 홍 전 단장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과도한 일이다. 과거 '돈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프로야구 어떤 구단보다 과감한 투자를 했고 '왕조'를 세울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운영 주체를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며 '자생'에 초점을 두면서 팀 성적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홍 단장 선임 직전 시즌에 이미 9위에 머문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과거 맹위를 떨치던 삼성 스포츠단이 종목을 떠나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꼭 필요할 땐 투자를 하면서도 육성에 더 초점을 두고 자생할 수 있는 건전한 구조를 만든다는 게 목적이었다. 홍 단장이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 대목이다. 원태인과 김성윤, 김지찬 등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육성에 초점을 두고 7년이라는 세월 동안 키워낸 선수들이라기엔 그 수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올 시즌 급성장한 김성윤.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 김지찬. /사진=삼성 라이온즈
세부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트레이드와 허약한 불펜진 등의 문제도 꼽을 수 있지만 가장 큰 핵심은 육성도, 그렇다고 성적에서도 모두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종열 신임 단장의 어깨가 더 무겁다. 1991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통산 1657경기를 출전했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지 않고 LG 프랜차이즈 스타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생활 마무리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끊임없이 공부했고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며 시야를 넓혀 야구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40년 동안 내부 인사로만 단장을 선임했던 삼성의 선택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삼성의 변화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에 따르면 이 단장은 "삼성 라이온즈라는 명문 구단에 오게 돼 기쁘고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그리고 1년 반짝하는 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산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이재현(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미국에서 야구를 공부한 그가 단장직을 맡으며 떠올린 인물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의 단장을 지낸 테오 엡스타인이다. 이 단장은 "미국에 있을 때 현지 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지도하고 계신 조성호 교수님과 소통을 자주 했다. 나의 야구 방향이나 팀 운영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때 얘기를 했던 게 테오 엡스타인 같은 스타일로 운영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확실한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다. 나아가 초대형 선수들이 아닌 알짜배기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의 완성도를 높였다. 2001년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인 만 28세의 나이로 보스턴 단장을 맡은 그는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2004년 86년 만에 보스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이후 팀 상황이 좋지 않던 컵스를 맡은 엡스타인은 리빌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팀 전력을 차츰 완성시켜나가더니 2016년엔 108년 간 이어졌던 '염소의 저주'마저 깨뜨리며 컵스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삼성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걸맞은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육성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성에 초점을 두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동안 타 팀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 삼성이다. 단순히 육성을 넘어 유망주 발굴부터 시스템 개편에 대한 철저한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성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하위권에만 머물렀던 삼성이다. 단숨에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만 외부인 단장을 선임한 만큼 확실히 나아지는 면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는 이 단장이다.

이종열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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