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외부동산 공모펀드…구원투수 나올까
금융사 책임출자 필요 vs 법이 금지하는 손실보전 해당
1조원이 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묶인 해외부동산 공모펀드가 손실위기에 처한 가운데 리파이낸싱 펀드가 지원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자산 매각에 따른 펀드 청산을 막기 위해 대환 대출을 해줘 시간을 벌어보자는 목적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금융회사의 출자를 요구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이를 반길지 미지수다.
제2 펀드사태 우려 속 리파이낸싱 펀드 부상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된 공모펀드 판매액은 1조2757억원이며, 투자자 수는 2만7568명 상당이다.
해외부동산을 매입할 때 펀드 투자자들의 돈을 모은 펀드와 현지 은행 대출로 구성되는데, 펀드 만기와 대출만기가 대부분 일치한다. 은행이 요구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맞추지 못하거나 추후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할 경우, 대출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대출만기가 가까워진 시점 자산가격이 하락해 기존 은행의 대출만기 연장이나 채권자를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리파이낸싱(재융자, 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갚기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실감한 국내 운용사들은 줄줄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트리아논펀드로 알려진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99호 뿐아니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네슬레 오피스에 투자하는 204호와 영국, 프랑스 스페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한 281호의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역시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와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의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연이은 환매 연기(9월 22일)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해외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20~30%가량 급락한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제2 펀드사태를 우려하며 대책으로 리파이낸싱 펀드를 밀고 있다. 공모펀드의 대환대출을 지원함으로써 펀드 청산을 막고 환매 시기를 늦추기 위한 목적이다.
채수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개발투자팀장은 지난 9월 윤창현 의원실에서 주관한 세미나에서 "사모펀드는 자금여력이 있는 기관을 통해 추가 출자가 가능한 반면, 수만명의 개인투자자들로 모집된 공모펀드의 경우 현실적으로 자본 출자가 쉽지않다"며 "시장실패에 대응하고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 개입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금융사에 출자 필요'.. 자본시장법 저촉 논란도
다만 정치권에서는 금융사들의 자금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 요구한 사항은 캠코가 주관한 PF 정상화 지원펀드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 형태였으나,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위한 리파이낸싱 펀드의 경우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 자금이 아니라 운용사와 판매자가 리파이낸싱에 참여하는 방안"이라며 "다만 시장가치가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 장기적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는 상품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본 출자에 대한 부담이 있을뿐더러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지하는 손실보전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회생 불씨를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긴급처방이 될 수 있다"면서도 "간접적으로라도 손실보전으로 볼 수 있어 건전한 투자 문화 형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를 주도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로 모집된 공모펀드는 만기에 맞춰 팔아야하고 이를 연기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할 수 있는지 연구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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