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의대 증원' 갈등…3년前 '의사 파업' 재연되나
의협 긴급 대표자회의 소집…"총력 대응" 예고
"정부 의지 문제…증원 전략·전술도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3년 전 의사 진료중단(파업) 사태와 같은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 현재 정원(3058명)의 약 3분의 1인 1000명가량을 늘릴 것이라는 등의 보도가 쏟아지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매년 4월 대학 정원을 확정하기 때문에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려면 적어도 내년 4월 전까지는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료계 요청에 따라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의사 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했던 2020년이다.
당시 복지부는 감염병 대응 인력 확충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나 전공의 파업과 의협 등 의료계 반발로 중단됐다.
이때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문제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정 합의'를 맺었고, 약 3년이 지난 올해 6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의사 수를 둘러싼 관점은 저마다 상이하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붕괴 방지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선 의사 수를 현재보다는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미치지 못하고 비교 대상 38개국 중 3번째로 낮다. 의대 정원 규모도 인구 10만 명당 우리나라는 7.26명으로 OECD 평균 13.5명보다 적다.
반면 의협이 2010~2020년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2.84%로 OECD 평균 2.19%를 앞지른다.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2047년부터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가 5.87명이 돼 OECD 평균 5.82명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의예과와 본과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등 10년에 걸친 의사 양성 과정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지금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인기 과목, 인기 병원, 수도권 등 쏠림·편중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의사 수만 늘리는 건 필수·지역의료 확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단,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년 전에도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나라와 OECD 격차는 더 벌어졌다"며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대란, 지방 환자 수도권 원정 치료는 왜 나타나나. 일부 현상이나 숫자만 갖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바라보는 의료계 입장은 2020년과 유사하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의대 증원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사협회와 전 회원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함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간호법 거부권 행사, 비대면진료 수가 확대 등 굵직한 사안에서 의사단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의정 간 협조적 관계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협은 이날 오후 7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또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의대 증원을 하면 의사들이 반대를 하겠지만 중단을 하느냐 마느냐는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정부가 의지를 보였다면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전략이나 전술도 갖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다른 직종을 늘릴 때는 당사자들의 입김이 결정적이지 않은데 의사 수를 늘릴 때는 의사들 목소리가 너무 절대적"이라며 "보편적인 이익이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보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와 발표 시점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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