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씩 간병…치매환자 돌보는 가족 절반이 '수면장애'
치매 환자와 함께 사는 환자 가족의 절반 가까이가 수면 장애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 환자와 동거하는 사람의 수면 장애 위험은 치매 환자가 없는 사람의 1.4배였다.
원광대 의대 예방의학과 이영훈 교수팀이 2018년 8~10월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21만5676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치매 환자 유무에 따른 수면 장애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지역사회 치매 환자의 가족과 일반인의 수면의 질 비교: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는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 교수팀은 연구 대상자를 △치매 환자와 동거 그룹 △치매 환자와 비동거 그룹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없는 일반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의 수면의 질 평가를 위해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도구를 이용했다. PSQI 점수(0∼21점, 점수가 낮을수록 수면의 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가 5점을 넘으면 수면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했다.
전체 대상자 중 '치매 환자 동거 그룹'은 2445명(1.1%), '치매 환자 비동거 그룹'(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지만 함께 살지 않는 그룹)은 9132명(4.3%),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없는 일반 그룹'은 20만4099명(94.6%)이었다.
PSQI 점수가 5점 이상인 수면 장애 유병률은 치매 환자 동거 그룹이 48.3%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치매 환자 비동거 그룹(40.7%),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없는 일반 그룹(38.8%)의 순이었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없는 일반 그룹보다 치매 환자 동거 그룹과 치매 환자 비동거 그룹의 수면 장애 위험은 각각 1.4배, 1.2배 높았다.
치매는 퇴행성·진행성·비가역성의 특성을 가진 질환으로, 가족의 간병 기간이 장기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인 치매 환자의 간병 기간은 평균 5.1년으로, 노인 암 환자보다 4배 이상 길고, 간병에 하루 평균 12.2시간이 소요된다. 치매 환자의 간병 부담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세고, 시간이 길며, 오래가는 특성이 있어 가족 구성원에게 신체적·정신적·심리적 부담을 줘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치매 환자의 간병은 간병인 자신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약물 복용, 진료 일정 등 모든 일상적 요구를 기억해야 하므로, 스트레스와 인지적 부담이 증가한다. 결국,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치매 환자로 인해 간병인은 밤에 자주 깨게 되므로 숙면을 방해받는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현재 치매 환자와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치매 환자 가족은 일반인보다 수면의 질이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역사회에서 치매 관리를 위해선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 가족의 정신건강 관리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치매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 주의 집중력, 시공간 감각 능력 같은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나 혼자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질환이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2019년 약 5740만 명에서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2050년에는 약 1억5280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 상병자는 약 89만 명으로 유병률은 10.4%이며, 2050년에는 3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간병을 위해 주당 21.9시간을 사용하며,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심해질수록 간병의 시간·강도가 높아져 가족 구성원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치매 환자의 간병 부담은 다른 질환자의 간병 부담보다 강도가 세고 오래 가 가족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을 크게 초래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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