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말하지 마라” 택배기사 유족 호소에도…택배노조 또 허위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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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 배송지에서 숨진 60대 택배기사의 죽음을 놓고 유가족이 "택배노조와 정치권은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지 하루 만에 택배노조가 재차 "해당 택배기사는 과로사로 숨졌다"고 주장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택배업무 중 숨진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심장 비대 질병'이라고 구두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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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 배송지에서 숨진 60대 택배기사의 죽음을 놓고 유가족이 “택배노조와 정치권은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지 하루 만에 택배노조가 재차 “해당 택배기사는 과로사로 숨졌다”고 주장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택배업무 중 숨진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심장 비대 질병’이라고 구두 의견을 밝혔다. 의학적 소견으로 기저질환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에도 택배노조는 계속해서 ‘과로사’로 사망 원인을 규정짓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지난 13일 새벽에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A씨가 숨진 지 10시간 만에 “과로사로 추정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불과 3일 만에 또다시 A씨가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13일 오전 4시쯤 택배기사 A씨는 경기 군포시의 한 배송지에서 숨졌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서 부검했다. 그 결과 A씨의 심장은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사망 원인을 질환으로 보고 내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학계 일각에서도 “단순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며 노조 주장과 배치되는 견해를 내놨다. A대 심장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심장비대 환자는 심장이 10~15% 정도 커져있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심장이 정상 수준의 2배 이상인 800g라는 점에서 단순히 고혈압을 넘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심근경색을 앓아왔다는 것은 오랜 기간 심부전 기저질환의 영향으로 심장비대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부검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단순 1년 근무로 인한 과로사로 단정할 수 없고 수십년간의 유전질환과 다년간의 기저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A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CLS와 위탁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으로 약 1년간 일해왔으며, 독립적으로 업무시간과 양을 정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쿠팡에 따르면 A씨는 주 평균 52시간 일했고, 평균 배송 물량 또한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조는 “A씨가 숨진 이유는 전형적인 과로사이자 뇌심혈관 질환 증상”이라며 “부검 결과 과로사에 대한 추정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유족들은 이 같은 주장이 반복되자 지난 15일 전문배송업체 B물산에 “아버님은 어머님과 자녀에게 성실한 가장이셨다”며 “아버님의 장례 중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정치권이 함부로 말하고 언론에 유포되는 것은 고인을 잘 보내 드려야 하는 가족에게 아픔”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한편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택배노조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호소와 심장 비대로 인한 국과수의 1차 부검 소견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악의적 비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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