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주장 반납→4할 타율' 60억 베테랑의 대반전, "최악 시즌이었는데" 해피엔딩이 눈앞에 왔다

잠실=안호근 기자 2023. 10.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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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SSG 한유섬이 16일 두산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는 SSG 선수들.
"야구장에 나오는 게 정말 행복하지 않았어요."

극심한 부진에 주장도 반납했다. 9월 이후 타율 0.429를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시즌 타율은 0.274에 머물고 있다. 한유섬(34·SSG 랜더스)의 올 시즌이 얼마나 롤러코스터와 같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기록들이다. 100%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지만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끌고 있기에 한유섬의 방망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유섬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 맹활약하며 팀에 3-2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승리로 SSG는 0.5경기 차 3위로 올라 섰고 17일 두산과 홈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1회초 한유섬이 선취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리고 있다.
한유섬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파고든 추신수. /사진=뉴스1
상대 투수는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였지만 한유섬은 1회초부터 알칸타라의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1사 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추신수를 불러들이며 선취 타점을 올렸고 팀이 1-0으로 앞선 3회초엔 깨끗한 우전 안타로 2루 주자 김민식을 득점을 이끌어냈다. 선발 로니에스 엘리아스의 눈부신 호투 속에 한유섬의 2타점은 팀 승리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최선봉에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8월까지만 해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스토리였다. 타율 0.278 31홈런 9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2021시즌을 마친 그는 비FA(자유계약선수) 다년 계약으로 5년 6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타율 0.264 21홈런 100타점으로 다소 내림세를 겪었지만 팀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끌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의 신뢰 속 주장 완장까지 찼다.

그러나 4번 타자 역할까지 병행한 부담감이 너무도 컸던 탓일까. 7월까지 타율 0.184에 허덕인 한유섬은 올 시즌 2번째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주장직을 스스로 반납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시즌 중후반까지만 해도 선두 경쟁을 이어가던 SSG는 급격한 하락세를 탔고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6위로 처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상승세로 전환하며 다시금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 불을 지폈고 그 중심에 한유섬이 있었다.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어깨가 가벼워진 한유섬은 서서히 타격 감각을 되찾아가기 시작했고 8월 타율 0.286으로 기대감을 키우더니 가을 냄새를 맡은 뒤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9월 이후 타율은 0.429(105타수 45안타)에 달한다.

3회초 추가 적시타를 때리는 한유섬. /사진=뉴스1
한유섬의 우전안타 때 김민식(오른쪽)이 홈을 파고들고 있다. /사진=뉴스1
김원형 감독도 경기 전 "타격 쪽에선 한유섬이 있었다"고 칭찬했고 이날 경기 후에도 "득점 찬스에 중심타선에서 한유섬, 에레디아가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유섬은 경기 후 "지금은 결과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고 상대 투수와 타이밍 싸움만 생각하고 심플하게 타석에 나서고 있다"며 "물론 잘 맞은 게 잡히고 빗맞은 게 안타가 되는 운도 분명히 작용하는 것 같다. 항상 좋은 타격을 하기는 어려운데 9월부터 지금까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가을에 누구보다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그다. 통산 가을야구 타율은 0.171(70타수 12안타)에 불과하지만 20경기에서 6홈런 15타점을 올리며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섰다.

가을이 온 것을 체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그런(가을에 강하다는) 수식어는 정말 좋다. 나는 가을에 한 게 없다. 그런데 가을에 잘 살아난다는 말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이야기인 것 같다"며 "작년에 정말 뜻 깊은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그때에 비하면 저조할 수 있는데 그래도 지금 이렇게 가을야구를 위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적시타 후 세리머니를 하는 한유섬(왼쪽). /사진=뉴스1
김원형 감독이 팀 득점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값진 통합 우승을 경험했기에 부진을 딛고 막판 결정적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유섬은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까 너무 급하지 않고 차분해지는 감은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며 "의욕만 앞서면 돌아오는 게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가을야구 등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상황에 맞게 방어적 혹은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기 때와 180도 달라진 반전 활약에 대한 질문엔 "모르겠다. 거의 내려놨었다"며 "야구 자체를 내려놨다기보다는 전광판을 안 본 지가 엄청 오래됐다. 최악의 시즌이라고 볼 수 있었고 8월 말쯤부터 '올해는 안 되는 해인가 보다' 생각을 하고 편하게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장에 나오는 게 정말 행복하지 않았고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이고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준비를 한다면 언젠가는 조금 반등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를 했다. 그런데 9월부터 조금씩 살아나면서 이렇게 팀에 보탬이 된다는 것 자체가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17일 홈에서 치르는 두산과 시즌 최종전. 대반전 드라마의 주연으로 떠오른 한유섬은 해피엔딩을 기다리면서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계속 언급을 했던 게 '144경기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는 것이었다"며 "기회는 꼭 두 번에서 세 번 온다고 하는데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그런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하고 있고 내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인데 우리 팀 선수들이 잘하고 있고 똑같이 하던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끝으로 한유섬은 "문학에서 준PO를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며 인터뷰를 마쳤다.

경기 후 한유섬이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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