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금융,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서 'IB명가'로 입지 굳힌다

홍콩=박슬기, 홍콩=이지운 기자 2023. 10. 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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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아시아금융허브서 IB명가로 활약하는 K-금융①] '별들의 전쟁터'서 현지 딜 적극 참여해 협업 강화, 신사업 모색에도 분주

[편집자주]그 동안 홍콩이 '국가보안법'과 '제로 코로나' 늪에 빠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홍콩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쇠퇴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직접 찾은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은 변함이 없었다. 아시아는 물론 미주·유럽·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많은 IB(투자은행) 거래들이 홍콩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홍콩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기관들도 새로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을 올린다. 국내를 넘어 해외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K-금융사를 만나봤다.

홍콩 센트럴 거리./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르포] K-금융,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서 'IB명가'로 입지 굳힌다
②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톱티어 IB 면모… 해외법인 승승장구
③이지스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권역 대상 포트폴리오 수립 박차
④ 키움증권, 리스크 관리 속 해외 공략 드라이브 재시동

홍콩 국제공항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약 36㎞를 달리다 보면 마천루로 빼곡한 홍콩섬에 다다를 수 있다. 홍콩섬에 위치한 대부분의 건물들은 금융회사다. 홍콩에는 전 세계 금융기관 2만8543곳이 모여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면서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돼 홍콩 금융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졌다. 홍콩은 아시아와 유럽 등을 이어주고 최대 물류 중심지란 지리적 이점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금융중심지가 됐다.

서울의 약 1.8배인 1104㎢ 면적에 불과한 이곳에 세계적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홍콩섬 내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경쟁심리는 건물 외관에서도 드러났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HSBC(홍콩상하이은행) 본점 건물과 중국은행 타워 건물 입구에는 사자상이 위용을 뿜어낸다. 사자상이 부와 번영을 의미해 은행의 지속적인 수익을 불러온다는 믿음이다.

특히 중국은행 건물은 한 자루의 칼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중국이 홍콩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창을 꽂아놓은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풍수학적으로 날카로운 칼 모양의 모서리 부분은 좋은 기운을 잘라내고 주위에 나쁜 기운을 뿜어 낸다는 속설도 있다.

실제 건물이 지어질 당시 중국은행 건물의 모서리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던 리포 센터에 들어간 회사들은 3~5년을 버티지 못하고 재정악화를 겪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에 중국은행 인근 청콩센터는 나쁜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 건물 외관에 반사필름을 붙였고 옆에 있는 HSBC 건물 옥상에는 대포 모양의 크레인을 설치해 포구가 중국은행을 향하도록 했다.

실제로 중국은행 타워가 지어지자마자 HSBC 홍콩 본점의 실적이 떨어졌지만 두 개의 대포 모양의 장식물을 옥상에 설치한 이후 HSBC의 실적이 다시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펴는 홍콩에서 한국계 금융사들은 아시아금융 전초기지로 성장하기 위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홍콩 센트럴 거리./사진=박슬기 기자


끈끈한 네트워크 기반으로 딜 참여에 적극적


전 세계 대다수의 은행들이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계 은행 홍콩지점들은 오래 전부터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진범 신한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 기반의 현지 여신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신 팀 내 새로 조직한 '로컬 영업팀'과 현지 금융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한 '우량 현지 기업 여신' 취급을 강화하고 있다"며 "당행 중국 법인인 '신한 중국'과 협업을 강화해 대 중국기업에 대한 여신, 수신, 수출입 등 전방위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홍콩IB센터와 협업을 통한 'IB영업 강화'로 승인 가능성이 높은 산업 위주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인성 KB국민은행 홍콩지점장은 "현지에서도 한국계 은행들이 우수한 자금력과 크레딧(신용도)을 보유하고 국내외 금융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IB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며 "홍콩에 소재한 글로벌 IB들과 끈끈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우량 글로벌 딜에 공동 참여하는 등 시장 지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와의 신뢰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이태훈 우리은행 홍콩지점장은 "IB 시장에서는 시장 내 플레이어의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 공유, LOC(출자확약서) 제출 기한 준수 등이 신뢰의 척도"라며 "항상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LOC 제출함으로써 글로벌IB와 글로벌 PE로부터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IB와의 딜 진행 사전협의(market sounding)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계 은행들의 동향과 검토의견까지 같이 전달함으로써 한국계 은행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67년 1월30일 한국계 은행 최초로 홍콩지점을 개설한 하나은행은 50년 이상의 영업을 통해 구축한 현지 교민, 기업과 강한 신뢰관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노광국 하나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금융 규제 완화와 금융 인프라 확대를 통해 더욱 발전 할 것"이라며 "현지 금융전문가 채용을 더욱 늘리고 홍콩 소재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자산운용 라이센스·글로벌 사모펀드 네트워크 형성 구축에 박차


홍콩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각종 금융기관이 즐비해 있는 홍콩섬 센트럴지구. 이곳에 모인 국내 증권사들은 아시아 공략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홍콩 진출을 망설이지 않았다.

홍콩에 거점을 마련하면 중국 본토에 직접 발을 걸치지 않아도 중국의 성장과 아시아 시장 확대의 과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즐비한 홍콩 금융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은 IPO(기업공개), 채권발행, 인수·합병(M&A) 등 각종 IB 사업은 물론 브로커리지(위탁매매)·파생상품운용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홍콩에는 현재 총 9곳의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진출해 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지만 여전히 홍콩은 아시아 자본시장 내 별들의 전쟁터다.

홍콩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홍콩의 위기들을 극복하며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홍콩법인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하면 홍콩시장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홍콩이 가진 장점들을 무기로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에 나서면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신사업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JP모건 인근에 위치한 자딘하우스(Jardine House)에서 만난 이강희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을 매매할 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역할을 하기 위해선 홍콩증권거래소 회원이 돼야 정식으로 주식 중개를 할 수 있다"며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어 철저한 현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증권거래소와 같이 신규 사업을 준비 중이고 IB팀 같은 경우에는 우량한 해외 투자 기회를 확보해 한국 본사와 협력, 한국 투자자에게 공급하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구룡반도 국제상업센터(ICC)빌딩에서 만난 이지훈 신한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아가고 있다"며 "홍콩법인은 자산운용업을 신사업으로 시작함과 동시에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지 알짜 PE(사모펀드)와도 지속적으로 협업하면서 내실있는 투자처를 발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콩=박슬기, 홍콩=이지운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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