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법관 20년···아직도 여성이 부족하다[이토록 XY한 대법원]
여성 법관 35% 시대, 대법관 ‘유리천장’ 여전
윤석열 정부서 후퇴 우려…다양성 강화 필요
어떤 대법관을 원하십니까.
지난 6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 제청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특정 대법관 비토(거부)설이 흘러나오자 법원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기 전에 대통령이 ‘특정인을 제청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하는 건 삼권분립 위배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판사들은 배제 대상으로 거론된 후보 2명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여성 대법관이 점차 늘어나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논란을 무릅쓰고 윤 대통령이 현재까지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은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이다.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 법관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 지명됐다가 낙마했다. 이들이 살아온 환경과 궤적,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서로 얼마나 다를까. 두드러진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법원에 있는 여성 법관은 1097명이다. 전체 판사(3117명)의 35%를 돌파했다. 이제 1심 법원에서는 재판하는 여성 판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은 그렇지 않다. 현재 대법원장과 대법관 총 14명 중 여성은 3명, 비율로 따지면 21%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법관의 자리는 줄어든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김영란 대법관이 취임(2004년 8월25일)한 지 20년째인 해다. 첫 여성 대법관 취임 이후 남성 대법관 34명이 임명되는 동안 여성 대법관은 8명 뿐이었다. 한국 사법역사상 대법원장이 여성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당장 오는 12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이 문제다. 4명까지 늘었던 여성 대법관 수가 2명으로 줄어드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다.
경향신문은 여성 대법관이 왜 필요한지, 배출되기 힘든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실증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첫 단계로 전국 6개 고등법원의 118개 재판부 현황을 분석했다. 여성 법관이 1명도 없는 재판부가 60개(50.8%)에 달했다. 서울지역의 지방법원 5개와 행정·회생·가정 등 특수법원 3개를 분석했더니 합의부 158개 중 56개(35.4%)에 여성 법관이 없었다. 단순화하면 전국 2심 사건의 절반, 서울지역 법원 합의부 사건의 3분의 1은 남성 법관만으로 심리가 이뤄진다. 법관의 성별·인종 다양성을 까다롭게 따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를 분석할 제대로 된 자료조차 없다.
판사들은 ‘여성 대법관’이라는 화두는 여성 대법관 당사자나 여성 법관만의 화두가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이시대의 흐름을 판결에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라고 했다. 대법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출신과 배경, 경험을 가진 대법관들로 대법원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 다양성의 중심 축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이토록 XY한 대법원]의 XY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말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법관 다양화와 관련한 더 많은 기사를 읽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
링크: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78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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