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공간 만든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김주영 2023. 10.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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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의 서울시 국정감사
“오 시장, 유족과 공식 만남 없어”
吳 “상상 이상 자주 접촉 시도 중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철거 유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놓고 공방도
해외 저임금·학대 문제 등 지적에
吳 “첫술에 배부를 순 없어” 반박
여당 의원들 故박원순 시절 겨냥
기후동행카드 등 현안 질의 많아
“대권 도전, 시인도 부인도 안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대상 국정감사에선 곧 1주기를 맞는 10·29 이태원 참사와 시범운영을 앞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월 6만5000원에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등 현안 관련 질의가 쏟아져 나왔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됐던 정책 등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전에 유족과 합의를 봐서 원하는 방으로 추모공간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하자 “최근 사고 현장에 추모공간을 만드는 안이 유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한 형태로 진척이 있다”며 “(유가족과) 꾸준히 물밑 접촉하고 있고, 최근 (추진안을) 결재했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시와 자치구(용산구)가 절반씩 비용을 부담한다고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오 시장은) 아직 유가족과 한 번도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직접 만나야 한다”고 촉구하자 오 시장은 “의원님의 상상 이상으로 자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유가족은 대리인으로 선정한 분 외엔 접촉 자체를 안 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그들을 설득하려고 수없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태원 유족 측이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한 분향소 철거 여부와 관련해선 “되도록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있으나, 마냥 1∼2년 있을 순 없다”며 “적어도 (참사) 1주기까지는 시민들께서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민주당 송재호 의원 질의엔 ”기관 간 공조협조체계가 부실했고 사전 예측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 시장은 국감 시작 전 인사말에서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시의 대책과 안전조치에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만들어 이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원 유족 측은 오전 국감이 끝난 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오 시장과 만나지 않은 이유가 “유의미하게 대화할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이 1000만 시민의 안전과 이태원 참사의 여러 분야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리하게 분향소를 강제 철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감에선 오 시장이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정부에 도입을 건의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의 실효성과 인권 문제 등도 집중 거론됐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적정 임금 수준을 묻는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질의에 “현재는 (이용료가) 월 200만원 정도인데, 100만원 정도가 돼야 정책효과가 좋겠다는 의견”이라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서울의 물가가 비싸서 월 100만원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이들이 입주해 숙식이 해결되면 월 이용료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라며 “월 100만원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2월부터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100명이 서울에 시범도입될 예정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먼저 도입한) 홍콩·싱가포르에서 합계출산율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저임금과 근로조건 차별 때문에 학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그래서 시범사업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해외와 구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제도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재임 당시부터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식자재 공급망 일부를 특정 시민단체가 독점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박 전 시장 때 서울시와 특정 시민단체가 한 몸통인 것처럼 정책설계를 하고, 시민단체 핵심인물이 서울시의 급식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과장)로 채용돼 그 시민단체 대표가 급식TF위원장 자문관으로 가서 끼리끼리 담합한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일갈했다. 조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총 공급액 940억원 중 6개 민간단체(한살림·행복중심생협·한국유기농업협회·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품앗이마을·복지유니온)가 공급한 액수가 248억원(전체의 26%)에 달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가운데)이 지난 1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도로교통공단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조 의원은 “아이들 건강보다 시민단체를 배불리는 비정상적인 짬짜미 유통 구조”라며 “부패 커넥션이 있었는지 감사나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시가 최근 개선안을 마련했고, 지속적 감사를 통해 불법요소가 있으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친환경유통센터로 통합 운영을 한다.

오 시장은 종로구 세운상가 주변이 재개발되지 않아 도심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세운상가는 박 전 시장 시절 계속 보존하는 쪽으로 정하는 바람에 그전에 제가 세워둔 재건축 계획을 전부 원점으로 되돌린 바 있다”며 “새롭게 재정비 계획을 세웠는데 장애가 있다. 전임 시장 시절 1100억원을 들여 공중 보행로를 만들어 속된 표현으로 ‘대못질’을 해 놓고 나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이게(보행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서도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됐는데 철거를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아파트 관리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주민 참여 검수를 도입하겠다 하셨는데, 그동안 시장님(오 시장)이 나갔다가 들어오고 나니 (박 전 시장 재임 때인) 2019년도에 아파트 관리 감독 권한 자체를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다 넘겨 버렸다”며 “시장님이 2010년도의 오세훈으로 다시 돌아가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김교흥 행안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오 시장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움직임에 대해선 “누구나 공훈이 있고 실수한 부분도 있고, 죄과도 있는 게 보편적인데 굳이 단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다만 “(흉상) 위치를 이전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야당은 오 시장의 최측근 인사인 강철원 정무부시장이 과거 실형을 선고받은 일을 언급하며 “임명은 시장 권한이지만 시민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에 조은희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본인이 전과사범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경기도지사 때 살인사건 전과자까지 중용했다”고 받아쳤다. 조 의원은 “반면에 과거의 실수를 딛고 더 좋은 정치를 해가는 분도 있다”면서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을 예로 들기도 했다.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 시장을 겨냥한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관련 질문도 나왔다. 오 시장은 ‘다음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질의에도 부인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민주당 강병원 의원에게 “대권 도전이라는 게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나오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강 의원이 ‘오세훈표’ 주요 사업들의 착공이 다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이란 점을 언급하며 “다음에도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시작한 것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주영·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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