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는 ‘극적, 결정적, 기쁜’ 3D한 진료과[경희대병원 명의토크]

기자 2023. 10.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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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김원 심장내과 교수


어린 시절, 공상과학영화를 보며 우주를 동경했던 저는 심장을 연구하는 의사가 됐다. 의사의 길은 ‘무거운 짐을 지고 평생 걸어가는 여행자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의학 지식을 공부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지만, 여행자처럼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인도자가 되고 싶다.

오늘도 의사의 길을 따라 환자를 만난다. 필자의 진료실은 언제나 지긋한 나이의 어르신 환자로 북적인다. 어르신 환자는 최대한 가까이 몸을 붙여 목소리를 듣고 몸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같은 심장 질환을 앓더라도 젊은 환자에 비해 호소하는 증상이나 표현이 다르기에 생긴 오랜 습관이다. 어르신 분들은 아파도 정확하게 증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호소하는 여러 증상들 속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수많은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익숙할 거라고 여기겠지만, 환자는 늘 새롭다. 즉, 의사로서 처음 환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사고가 안 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날마다 여행자처럼 다양한 환자를 만난다. 환자의 증상에 귀 기울이고, 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병이 있음에도 삶을 긍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한다.

아침마다 아내는 필자에게 오늘 하루도 환자를 웃는 얼굴로 대하고 짜증 내지 말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서 일하라고 말한다. 하루의 끝에서 정말 성실하고 최선을 다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의사로서 끊임없이 제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심장학회 최초로 심근경색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또한 심근경색증 환자의 혈관 재협착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무수한 밤을 지새웠었고, 심장노화 연구와 심혈관 질환에서 장내미생물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필자 스스로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묻는 과정 속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3D(Dramatic, Definitive, Delightful)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경희대병원 김원 심장내과 교수


필자는 전공의 시절 진로를 결정할 때 1, 2, 3지망 모두 심장내과를 써냈다. 심장내과가 아니면 안 가겠다는 결연한 마음이었다. 요즘은 심장내과가 전공의들 사이에서 어렵고 피하고 싶은 진료과라고 한다. 필자는 심장내과란 어떤 과보다 3D한 과라고 본다. 즉, Dramatic(극적이고), Definitive(결정적이고), Delightful(정말 기쁜)하다. 3D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힘든 줄도 모르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특효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욕심을 덜어내고 환자의 곁에서 터벅터벅 눈앞의 길을 걸어가는 것뿐이다. 심장 질환의 골든타임은 90분이다. 심장 기능이 나빠질 대로 나빠져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에크모를 장착하는 동시에 막힌 혈관을 뚫는 인터벤션을 시행하며 김원 교수는 무수히 많은 3D의 순간을 경험했다.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했을 정도인데. 하루에 스무 건 이상 해낸 적도 있다. 단지 늘 처음 하는 긴장감으로 수술대 앞에 서는데 ‘테크닉’만 추구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10년 후까지 생각해 치료의 내용과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을 추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경희대병원 김원 심장내과 교수


김원 교수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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