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사냥’에…게임 공모 당선되고도 배제

유선희 기자 2023. 10.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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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테일즈’ 이용자들, 1등작 계정 털고 “페미 성향” 제기
업체 ‘게임 구현’ 안 지켜…피해자 “페미가 검증 대상이냐”

카카오게임즈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가 진행한 공모전에서 게임 이용자(유저)들이 공모전 참여 여성 작가의 ‘페미니즘 성향’을 문제 삼자 당선작을 게임에 구현하겠다던 가디언 테일즈는 발표 7시간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회사는 “젠더 이슈 때문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게임 유저들이 여성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뒤지고 문제제기하면 회사가 받아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가디언 테일즈는 지난 8월 ‘개성만점 코스튬(의상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은 3주 동안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면 유저들이 투표를 통해 ‘상위 10명’을 뽑는 행사였다. 회사는 “당선작 중 내부 검토를 거쳐 ‘인 게임 구현’ 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 테일즈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당선자 10명을 발표했다. 공모전에 수차례 응모한 프리랜서 팬아트(팬에 의해 창조된 예술 작품) 작가 A씨 작품이 ‘1등’으로 뽑혔다. 가디언 테일즈는 당선자를 발표하면서 A씨 작품을 포함한 5개를 게임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발표 직후 벌어졌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가디언 테일즈 커뮤니티 유저들은 A씨의 개인 SNS 계정을 ‘털었고’ 그의 글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자신의 SNS에 여성 인권,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관련한 글을 계속 공유해왔다. 유저들은 A씨 계정에 올라온 글을 커뮤니티에 잇달아 나르면서 “페미를 왜 뽑냐”고 집단 항의했다. 일부 유저들은 “페미 논란이 있는 유저 공모전 수상은 빼야 한다. 수상 취소가 어려우면 ‘인 게임 구현’이라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디언 테일즈는 같은 날 오후 11시쯤 당선작 공지 게시글을 수정해 A씨 작품을 ‘인 게임 구현’ 대상에서 제외했다. 회사가 결정을 번복하는 데 7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회사는 ‘결정 번복’을 A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여성·젠더 이슈와 관련해) 의견을 담고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검증 대상이 됐다는 점이 어이가 없다”면서 “ ‘인 게임 구현’ 취소는 ‘페미니즘을 검증해야 할 사상’으로 여기는 악성 유저의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같은 결정이 ‘젠더 이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에서 논란이 일어났고 이 이슈를 계속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게임 구현 작품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성 PM유저협회 대표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뿐 아니라 공모전에 응모한 작가에게까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자행된 것은 게임업계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사가 (일부 유저들의) 편향된 이야기만 듣고 당사자 확인 등 2차 검증 없이 게임 구현 작품을 교체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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