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틀린 청춘은 없다"…美日 열광 재즈 애니 '블루 자이언트'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선정
세계 최고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는 색소폰 연주자 다이,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 초보 드러머 슌지, 세 사람이 결성한 밴드 JASS재스의 격렬하고 치열한 음악을 담은 영화 '블루 자이언트'(감독 타치카와 유즈루)는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에 뽑히는 것은 물론, 신선도 지수와 관객 지수 100%를 동시에 기록한 작품이다.
'블루 자이언트'는 그래미상을 수상한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히로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서 5점 만점에서 4.5점 호평을 받은 데 이어 10억 엔(한화 약 90억 원)의 극장 수익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로튼 토마토가 뽑은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에는 '블루 자이언트'와 함께 국내에서도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왜 일본과 미국이 이토록 '블루 자이언트'에 열광했는지, 원작 작가 이시즈카 신이치와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 내용은 '블루 자이언트' 측에서 제공한 일문일답.
원작 작가 이시즈카 신이치 "재즈를 더 많은 사람이 알길"
Q.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0대에 미국 유학, 귀국 후에는 회사원을 거쳐 만화가로 변신했고, 지난 2013년부터 '블루 자이언트'를 '빅 코믹'(쇼가쿠칸)에서 연재하며 제62회 쇼가쿠칸 만화상(일반대상 부문), 제20회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대상(2017년)을 받았다. 현재는 '블루 자이언트' 시리즈의 미국 편이 되는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스토리 디렉터 NUMBER8)를 연재 중이다. 재즈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창 시절 미국에서 재즈를 처음 접하고 '이런 음악이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았고, '재즈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가지고 미국에서 돌아왔고 그 후 만화가가 되어 이전에 연재했던 작품('산')이 끝난 직후, 편집자이기도 했던 넘저(NUMBER)8씨에게 "다음에는 재즈를 그리고 싶다"라고 말해 재즈 만화가 실현됐다.
Q. 독자들로부터 소리가 들린다는 호평을 들었던 연주 장면도 원작의 매력 중 하나다.
연주 장면은 연재 초기부터 그리느라 고생해 온 부분이지만, 그만큼 독자분들이 상상력으로 각각의 소리를 머릿속에서 울림으로 만들어 주신 덕에 호평받았다. 내가 할 일은 그림을 그릴 때마다 변화를 주고 그림 그 자체로 열량을 높여 캐릭터의 매력을 더해가는 것이었다.
항상 암중모색(暗中摸索·어둠 속에서 물건을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확실한 방법을 모르는 채 일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함)이다. 연주 장면에서는 비유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넣지 않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소리에서 전해지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들지 않는 편이 읽는 사람이 좋아하는 소리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Q. 애니메이션 영화화 기획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영상화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있었지만, 넘버8씨와 "애니메이션이라면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졌을 때는 엄청나게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도쿄 편부터 시작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에피소드와 에피소드의 연결 방식도 새로운 각본 덕에 신선했다.
Q. 더빙 현장에 참관하러 갔다고 들었다.
야마다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라고 직접적으로 질문을 받았는데, 그 성격과 모습만으로도 이미 '다이' 그 자체였다. 정말 그런 말을 할 것 같은 인물이다. 야마다씨의 목소리에는 애교가 있고 소년다운 승부욕도 있었는데, 그것이 아주 딱 맞았다. 마미야씨와 오카야마 씨도 각각 유키노리와 슌지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그리고 더빙할 때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팅 때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더빙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대사에 대해 정말 세세하게 디렉션을 하고 있어서 캐릭터에 대해 매우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Q. 관객들이 이 영화의 어떤 점에 주목해 주길 바라나?
우선 만화에서 내지 못한 소리, 목소리, 움직임.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원작 만화와 조금 다른 전개가 있다. 모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블루 자이언트'를 만드는 것이라 더욱 감동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자고 타치카와 감독과 각본의 넘버8씨와 함께 소망했던 결과다. 그 점도 꼭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다.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매력"
Q. 수많은 대히트작을 만들어 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매드맥스 출신이다. 2018년에는 극장판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감독에 발탁, 극장판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은 흥행수입 91.8억 엔을 돌파했다. 2020년에는 완전 오리지널 TV애니메이션 '데카당스'를 감독했으며, 현재는 TV애니메이션 '모브사이코 100' 시리즈 최신작이 방영 중이다. 또한 올해 개봉한 극장판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의 감독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블루 자이언트'는 원작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연출하게 된 건가?
연출 의뢰가 들어와서 원작을 읽었는데, 재즈를 모르는데도 중반부터 멈출 수 없게 되어 결말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재즈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리고 있는 것은 인간 내면의 매력이나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 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Q. 긴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2시간 정도의 영화로 정리하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일 첫 단계에서 원작자 이시즈카 선생님께서 TV에서는 큰 음량을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라면 큰 음량으로 현장감이나 라이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후 취재도 할 겸 '블루 자이언트 나이츠 2019'(BLUE GIANT NIGHTS 2019, 블루 노트 도쿄(BLUE NOTE TOKYO)에서 열린 '블루 자이언트'를 피처로 한 재즈 라이브 이벤트)를 맨 앞줄에서 봤는데 아티스트의 숨소리도 들려와서 생생했고 연주 소리에 컵 속의 물이 흔들리더라. 그런 소리의 '압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고, 극 중에서도 말하는 '뜨겁고 강렬한 재즈'를 실제 소리로 체감하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근간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거기에 어떻게 다이와 친구들 캐릭터의 드라마와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와 음악을 조합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영화의 각본은 원작의 담당 편집자이자 '블루 자이언트 수프림'의 스토리 디렉터로 활약 중인 넘버8이 맡았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느 시점부터 영화를 시작할 것인가, 어떤 에피소드를 골라야 하는가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원작의 대사를 자르고 보태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데, 다이의 캐릭터성을 다 아는 넘버8 씨가 참여해 준 것은 정말로 도움이 됐다. 세 명의 젊은이가 살아가는 느낌이 전해지도록 원작보다 더 생생한 표현으로 대사들을 고쳤다.
그리고 넘버8씨가 말했던 '의견이 달라서 충돌하더라도 다이도, 유키노리도, 타마다도,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는 점은 연출할 때도 의식했다. 이 세 사람이 모두 틀리지 않은 채 의견을 주고받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으로 보편적인 청춘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Q. 다이라는 주인공은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출을 했나?
영화는 다이가 상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구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이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전하기는 어려운 포인트였다. 보통은 주인공이 안고 있는 갈등으로 드라마를 조합하지만, 도쿄로 상경한 다이에게는 그다지 그런 요소가 없었다. 그래서 '세계 최고가 되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강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부분을 축으로 그려서 그 '강함'을 가진 다이가 유키노리나 슌지처럼 벽에 부딪히는 캐릭터에게 빛을 비춰가는 형태로 만들었다.
영화 첫 부분에 눈 속을 걸어가는 길고양이가 나오는데, 거기에 다이라는 캐릭터나 이 영화 본연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그리고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야마다 유키씨가 센다이에서 올라온 다이의 소박함을 꽤 잘 표현해 주어서 매력적인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 이 작품은 어떤 관객들이 보기를 원하나?
한결같이 직진하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던가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게 느끼는 것 자체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있는 사람' 혹은 '하고 싶은 일을 잊어가는 사람'이 보고 '아아, 왠지 의욕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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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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