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온라인서 안 판다... ‘K김밥 대란’ 美마트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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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마트에서 출시한 한국산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전역에 560여 개 점포를 둔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경북 구미에서 만든 냉동 김밥을 직수입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팔았는데, 이를 구매한 한 한인 교포가 틱톡에 올린 '김밥 데워 먹는 영상'이 주목받으면서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눈은 한국 김밥을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 낸 트레이더 조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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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마트에서 출시한 한국산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전역에 560여 개 점포를 둔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경북 구미에서 만든 냉동 김밥을 직수입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팔았는데, 이를 구매한 한 한인 교포가 틱톡에 올린 ‘김밥 데워 먹는 영상’이 주목받으면서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20여 일 만에 조회수 1100만 회를 넘겼고, 마트가 준비한 250만 톤(t)의 김밥은 한 달도 안 돼 동이 났다
‘코리안 스시’라 불리며 일본 음식의 아류로 취급받던 김밥이 세계적으로 조명되자, 매스컴은 ‘K푸드의 세계화’가 가까워졌다며 연일 떠들썩한 반응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눈은 한국 김밥을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 낸 트레이더 조에 쏠린다.
김밥으로 소셜미디어(SNS)를 달궜지만, 정작 트레이더 조는 온라인 쇼핑도, 배송도, 심지어 판촉도 하지 않는 유통사다.
1958년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이 식료품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본질에만 집착한 ‘외골수 전략’으로 아마존과 월마트, 코스트코와 크로거 등 유통 공룡의 공세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트레이더 조는 미국 내 560여 개 매장에서 연간 165억 달러(약 22조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4631개 매장에서 6110억 달러(약 828조원)의 매출을 낸 월마트와 1900여 개 매장에서 1000억 달러(약 135조5000억원) 이상을 번 크로거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그러나 평방피트 당 매출은 2100달러(약 285만원)로 선두 업체들을 압도한다. 이는 아마존 홀푸드보다 2배 더 많고 월마트, 크로거보다 4배 높은 수준이다.
비결은 단순하다. ‘상품’에 집중하는 것.
트레이더 조의 매장은 경쟁 마트보다 공간이 좁다. 이에 회사는 판매하는 상품 수(SKU)를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인 4000개만 선보인다. 15개 브랜드의 케첩을 진열하는 대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 하나만 두고 전량 파는 식이다.
상품의 80% 이상은 트레이더 조 라벨을 단 PB로, 지나치게 가격을 낮추거나 할인 행사를 하는 대신 연중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25년째 19센트(약 257원)에 판매 중인 바나나가 대표적이다.
진열 공간의 한계로,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팔던 상품을 중단하는 식으로 자주 상품을 교체한다. 그렇다 보니 고객들은 트레이더 조가 제안하는 상품들을 무조건 신뢰하고, 처음 보는 상품도 충동적으로 구매한다고 한다.
이번에 대란이 일어난 한국의 냉동 김밥도 이런 방식으로 매대에 오르고, 고객들에게 발견돼 스스로 전파됐다. 회사 측은 이를 ‘보물찾기’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동종업계 최고 시급을 받는 친절한 직원들이 이 경험을 돕는다.
트레이더 조의 신념은 1979년 유럽 식료품 체인 알디(ALDI)에 매각된 후에도 지켜지고 있다. 아마존의 공세에도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과 배송, 셀프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경험’을 지키기 위해서다. 전자상거래는 비용만 추가할 뿐 경험에 투자할 자원을 감소시킬 거란 판단이다.
타라 밀러 트레이더 조 브랜드 마케팅 부사장은 지난 5월 자사의 팟캐스트에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제품을 보여주는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는 건 매장 경험과 같지 않다”라고 했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률이 1%에 못 미치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 트레이더 조의 김밥 대란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역만리 구미에서 냉동 김밥을 찾아낸 미국 마트처럼 과연 우리 마트에도 이런 기획력이 있는지, 온라인 쇼핑에 매몰된 나머지 오프라인 본연의 서비스를 소홀한 것은 아닌지.
온라인 쇼핑의 부상과 규제 탓을 하기 전에 자사의 핵심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은영 채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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