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빅뱅]〈3〉바퀴 달린 컴퓨터 'SDV'…車 자체 OS 개발 특명
미래 자동차는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자체 운용체계(OS)로 성능과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난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컴퓨터'를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차체와 엔진과 변속기 등 하드웨어(HW) 중심의 제조업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의미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SDV 시대 핵심은 '차량용 OS'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완성차·빅테크 기업들은 차량용 OS 개발과 통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을 자동차와 접목하며 제조업을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나아가는 것을 미래 방향으로 정했다. SW 기반 서비스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역시 결국 SDV 기술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SDV 핵심은 차량용 OS다. 스마트폰처럼 무선 통신을 활용한 차량용 OS 국제표준 '오토사'를 통해 차량 수리·관리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능 강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자동차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점차 방대해지고 SW가 HW까지 관할하면서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는 SDV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차량용 OS는 SW를 통해 자동차를 신차로 만든다. 차량 OS 무선 SW OTA(Over-The-Air)로 성능을 지속 업데이트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다. OTA 업데이트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신규 서비스와 상시적인 차량 성능 향상 효과를 제공한다. SDV를 도입하면 제조사들은 ECU의 공용화와 SW 내재화로 차량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전자 아키텍처 기반의 고성능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완성차 제조사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기반 스마트카로의 혁신을 '강요'받고 있다”며 “OTA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통합제어 플랫폼과 SW,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생태계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량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 미래 경쟁력 초점이 SW로 이동하며 SDV 관련 시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IHS마켓에 따르면 2025년 600억달러(약 81조원), 2030년 830억달러(약 11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SDV 투자 박차
SDV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글로벌 기업은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판도 자체를 뒤흔들 잠재력을 지녔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 사례가 대표적이다. SW 구독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한 테슬라는 SDV를 고도화한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등 전통 완성차 제조사도 자체 차량용 OS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자체 OS 탑재 전기차 출시가 목표인 벤츠는 향후 5년간 연구개발 예산 25%를 SW에 투자한다. 폭스바겐 역시 2025년부터 40조원을 SW에 쏟아붓는다. 자체 OS를 자사 모든 브랜드에 적용하기 위해 SW 기업 '카리아드'를 설립했다.
일본 토요타는 2025년 차량용 OS '아린'을 탑재한다. 아린을 탑재한 모든 차량에 같은 신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자체 OS 개발과 동시에 자율주행 크루즈 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경쟁사 포드 역시 자체 SW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SDV 시대 준비에 적극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SDV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포티투닷을 인수해 SDV 전환을 선도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구심점 역할을 맡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 시스템을 SW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완벽한 SDV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며 SDV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벤츠와 볼보 등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는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SDV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인카페이 서비스를 도입한다. SK에너지 주유소·충전소 플랫폼 결제가 가능해지는 등 SW 역할이 더 커진다. 컨트롤웍스는 SDV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 에이스랩을 흡수합병하는 등 SW 사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드림에이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카-투 클라우드, SDV 세 가지 솔루션으로 콘티넨탈 등 다양한 파트너와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와 SDV 협력을 추진 중인 스트라드비젼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S) 기반 객체 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자율주행차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보쉬는 자회사 ETAS 를 통해 SDV 구축을 위한 통합 솔루션 역량을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콘티넨탈은 차량 SW 확장 솔루션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엣지 프레임워크(CAEdge)'를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보유하고 있는 클라우드와 차량을 연결하거나,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결합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송소영 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은 “한국 기업들은 기술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로 신기술 도입과 혁신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안전한 SW 개발과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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