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 6년, 대법관들 치고받는 논쟁 활발해졌다[이토록 XY한 대법원]

이혜리·김희진·김혜리 기자 2023. 10.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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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여성 대법관 20년, 아직도 여성이 부족하다
김명수·양승태 대법원 전합 소수의견 분포 분석
김명수 때 ‘전원일치 판결’ 양승태 때의 2분의 1
유리문 안 쪽으로 대법원 대법정과 로비가 보이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양한 대법관이 대법원에 있을 때 어떤 판결이 나올까. 경향신문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과 양승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수 분석했다. 분석 결과 김명수 대법원 때 대법관들이 더 많은 소수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대법관들이 각자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보다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수는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기간(2017년 9월25일~2023년 9월24일) 113건,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기간(2011년 9월25일~2017년 9월24일) 116건으로 비슷했다.

양승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특징은 심리에 참여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총 13명이 똑같은 의견을 낸 판결이 많다는 점이다. ‘전원 일치 판결’이 39건으로 전체의 33.6%였다. 대법원은 주로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논쟁하는 사안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는데 정작 대법관들 사이에선 별다른 이견 이 없었던 것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13대 0의 전원 일치 판결을 계속하는 것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전원 일치 판결이 19건으로 전체의 16.3%였다. 양승태 대법원 때의 2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소수의견은 많았다. 78개(67.2%) 사건에서 반대의견이, 48개(41.3%) 사건에서 별개의견이 제시됐다. 별개의견은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지만 이유가 다른 것으로, 소수의견에 포함된다. 양승태 대법원 때는 66개(56.8%) 사건에서 반대 의견이, 20개(17.2%) 사건에서 별개의견이 제시됐다.

대법관별로 소수의견을 낸 횟수를 따져보면 두 시기의 차이가 보다 두드러진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을 합쳐 20번 이상 소수의견 쪽에 선 대법관 수가 김명수 대법원 때는 9명이나 됐다. 김재형 대법관이 39번으로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냈다. 양승태 대법원 때는 20번 이상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수가 5명에 그쳤다. 김용덕 대법관이 30번으로 가장 많았다.

2015년 7월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관 임명식에서 한 신임 법관이 임명장위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로스쿨 출신 판사임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양한 성향의 대법관들, 반대·별개의견 내며 적극 토론

김명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선 대법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서로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법원이 제사 주재자로 ‘장남’이 아니라 ‘최근친 연장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보면 다수의견 외에 대법관 3명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냈고, 대법관 4명이 별개의견을 냈다. 여기에 또 대법관 2명이 각각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내며 공방을 벌였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공무원이 받는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고 한 판결에서는 5개 갈래의 의견이 제시됐다. 다수의견 외에 대법관 3명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관 1명이 별개의견, 대법관 5명이 반대의견, 대법관 2명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관 1명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냈다. 민유숙·오경미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 사이의 작은 차별이라도 시정하려는 절실함으로 높은 담의 돌 몇 개를 빼낸 자리는 오히려 돌담 너머를 바라보고 양쪽이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창문이 될 수도 있다”며 다수의견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편향된 대법관들을 앉혔다고 주장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들끼리 언제나 같은 의견을 낸 것도 아니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 1년 이후에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하면 받을 수 없다는 판결에서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박상옥·박정화 대법관이 김 대법원장이 제청한 민유숙·김선수·이흥구 대법관과 함께 반대의견 쪽에 섰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관 구성은 이전에 비해 다양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대법관 4명 시대를 열었고, 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 비서울대 출신도 다수 있었다. 김선수 대법관은 판사나 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로, 대법관은 판사 출신이 해야 한다는 ‘순혈주의’를 깬 제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이토록 XY한 대법원]의 XY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말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법관 다양화와 관련한 더 많은 기사를 읽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
링크: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78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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