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마취없이 생살찢는 거세…어린나이에 너무 아파 울부짖는데"
"살아보지도 못하고, 주인에 의해 잔인하게 죽는 산란계 수평아리"
"달리기만 하다 경마장에서 퇴역해 사람의 식용이 되는 경주마들"
[※ 편집자 주 = 오늘 송고하는 인터뷰 기사는 전진경 카라 대표의 세 번째 기사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10월5일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는 10월10일 [삶] "갓난 강아지 애타게 우는데…어미에서 떼어내 사흘 굶겨 죽여"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젖소의 꼬리를 자르고, 닭의 부리를 없애고, 어린 돼지를 마취 없이 거세하고, 췌장을 폭파하고, 쓸개를 빼낸다.
전진경(59)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는 사람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이런 잔인한 행위를 한다고 했다.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사회적 생활을 하고, 지적이며, 전략적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의 몸을 함부로 훼손하고, 잔인하게 죽인다"고 했다.
그는 "동물을 무자비하게 학대한 사람이 실형을 받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 대표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약국 일을 하면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화여대 에코 학부 대학원에 진학해 동물행동 생태학을 공부했다. 2002년에 카라의 전신인 '아름품'의 창립 멤버였고, 2014년에는 동물권 행동 카라의 상임이사로 상근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 생명의 정체는 무엇인가.
▲ 우연히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은 증식 외에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진화는 어떤 좋은 걸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생존한 생명들인데, 이들이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단지 변화에 적응한 존재들이다.
-- 야생에서 힘센 사자가 약한 토끼를 잡아먹는 것은 정의로운가.
▲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다. 자연은 엄혹하고 잔인하다. 누군가는 어떤 생명을 먹고, 거기에 의지해 살아간다.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이 정당하다고 해서 동물에 대한 사람의 학대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동물보호 운동가로서 나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동물에게 부과하는 고통은 잘못된 것이고,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면 개의 심장에 사는 사상충을 약으로 죽이는 것은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나. 사상충들도 가족끼리 오손도손 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텐데.
▲ 평소에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기에 히드라(강장동물)가 있고 사람과 친한 개가 있는데, 어느 한쪽만 구조할 수 있다면 100번이면 100번 모두 히드라를 포기하고 개를 구조할 것이다.
-- 그 이유는.
▲ 개가 히드라보다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고, 고통에 대한 감각도 훨씬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 그건 사람의 주관적 관점 아닌가. 넓게 보면 생명이라는 차원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사람이 한번 호흡할 때도 세균과 진균,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많이 들어오지만, 우리 신체의 면역계가 이들을 거의 모두 죽인다. 기생충 감염률이 90%였던 1970년대만 해도 학교들은 구충약을 정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보급해 기생충을 죽였다. 사람 몸에 사는 기생충을 죽이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해당 동물이 생존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등으로 판단해야 한다.
-- 이런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를 많이 하나.
▲ 현실적으로 동물운동가가 이런 사변적인 논쟁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동물들의 고통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실천적 활동이 필요하다.
-- 동물들도 사람처럼 사회적인가.
▲ 그렇다.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2년이나 된다. 그래서인지 새끼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다. 실제로 있었던 일로, 연구자들이 보고한 게 있다. 코끼리들은 모계사회로, 연장자 코끼리가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새끼가 없는 어미 코끼리가 다른 무리의 새끼 코끼리를 유괴해왔다. 아기를 빼앗긴 무리는 아기를 되찾기 위해 나섰다. 당연히 분쟁이 일어났다. 결국은 연장자들이 중재에 나섰고, 새끼 코끼리는 원래의 무리로 돌아갔다.
-- 이런 코끼리를 사람들이 죽이는 이유는.
▲ 젓가락이나 장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상아를 얻기 위해 그런 짓을 한다. 이렇게 영적이고, 영리한 동물의 생명을 젓가락이나 장식품과 맞바꾸려는 존재가 인간이다. 미국의 유명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코끼리 보호 활동을 펼치는 사람이다. 상아를 압수해 불태워버리는 일도 했다.
-- 동물들은 예측하고 전략적 행동도 한다고 하는데.
▲ 예를 들어, 까치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다. 어떤 사람이 까치들을 괴롭힌 뒤 며칠 후에 그들이 있는 곳에 갔다. 그랬더니 까치들은 깍깍거리고 달려들었다. 그곳을 떠나라는 메시지였다. 까치들은 그렇게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적 행동을 한다. 까치뿐 아니라 상당수의 동물은 지적일 수밖에 없다. 반사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는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적이라는 것이 책 읽고, 탐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순간순간 상황 판단을 하고, 자기 생존에 유리한 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 개들은 실생활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데.
▲ 범죄를 추적하는 경찰견, 폭발물을 감지하는 군견, 재난 현장의 구조견, 시각장애자를 돕는 안내견, 사람을 치료하는 치료견이 있다.
-- 개가 시각 장애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돕나.
▲ 안내견은 신호등 앞 횡단보도, 지하철 개찰구 등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해준다. 주로 세세한 부분에 대해 안내하는 일을 맡는다. 안내견이 코스를 외워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자가 파주에서 종로에 올 경우 코스는 시각장애인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 안내견은 어떤 훈련을 받나.
▲ 개의 본성은 사람을 보면 반가워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뛰어가는 것이다. 안내견은 이런 충동을 억제하는 것을 배운다. 자기의 본성대로 움직이면 뒤에 따라오는 시각장애인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가 거의 도인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본성을 억눌러야 하는 안내견들을 우리는 존중해줘야 한다.
-- 개가 사람에게 제공하는 다른 도움은.
▲ 보청견이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예를 들어, 냄비 안의 물이 끓고 있을 때 보호 대상자를 데리고 부엌으로 간다. 이럴 때 보청견이 없다면 청각 장애자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당뇨 탐지견도 있다. 소아당뇨 환자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도 하는데, 탐지견은 아이가 혼수상태로 쓰러지기 전에 저혈당 상태임을 알아채고 알려준다.
-- 위의 동영상은 어떤 내용인가.
▲ 도살장 안의 모습이다. 도살할 예정인 어미 개로부터 새끼들을 분리해놓은 상태다. 도살장에 끌려온 개들은 자신의 생명이 종료됨을 알고 부들부들 떠는 경우가 많다. 도살자는 전기가 잘 통하도록 하기 위해 개에게 물을 뿌려놓곤 한다.
-- 도살 외에도 동물을 때리고, 굶겨 죽이고, 불태워 죽이고, 화살로 쏘고, 던지고, 눈을 훼손하는 등의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인간의 본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들이 있다. 공기업에 다니는 어떤 남성은 푸들 개를 계속 입양했다. 동물 구조자들은 구출한 동물을 입양 보낼 데가 없기에 그가 고마웠고 그에게 푸들을 입양 보내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푸들을 한 마리씩 고문해 죽였다. 이런 사람은 가해의 타깃을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위험한 사람이다.
-- 동물 학대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나.
▲ 현행법상 동물 학대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법적 형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 판사들은 왜 처벌을 강하게 하지 않나.
▲ 동물 학대 사건은 양형기준이 없다. 축적된 판결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판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내린 판결이 판례가 되는 것인데,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판결에 온정주의도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동물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 사람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
▲ 해외 농장 조사에서 꼬리가 잘린 젖소들의 실태가 고발된 적이 있다. 농장주들은 젖을 짤 때 꼬리가 자기를 친다는 이유로 잘라버리거나 아예 결박했다. 농장주들은 젖소 양다리에 쇠고랑을 채워놓기도 했다. 분뇨로 미끄러운 바닥에 서 있는 젖소들이 큰 유방으로 인해 뒷다리가 벌어져 쓰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 사람은 다른 가축들에게도 잔인한 행위를 하나.
▲ 돼지는 영민한 동물이다. 하루 종일 심심하니 동료의 꼬리를 물어뜯는다. 이에 대응해 사람이 한 일은 돼지의 꼬리를 모두 잘라버리는 것이다. 닭에게 부리는 사람의 손과 눈을 합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리에 거의 모든 감각이 모여 있다. 닭은 하루 종일 부리로 뭔가를 쪼면서 탐색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런 동물이 A4용지 절반만 한 크기의 육면 철제 케이지에 갇혀있기에 부리로 쫄 수 있는 것은 동료 닭뿐이다. 이걸 막기 위해 농장주는 닭의 부리 끝, 가장 감각이 예민한 부분을 잘라버린다.
-- 동물이 의학실험에서도 이용된다고 하는데.
▲ 동물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그런 실험을 한다. 즉 신경 체계와 신경 전달물질이 사람과 같고, 통증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다.
-- 실험 내용은.
▲ 약의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체크한다. 신약을 개발할 때 독성 시험을 한다. 한꺼번에 어느 정도 먹어야 죽는지 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독성 검사는 여러 차례 진행되는데, 초기 검사는 대체로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다. 사람에게 약을 적용하기 위한 전임상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다.
-- 일부러 장기를 파괴하기도 한다는데.
▲ 예를 들어 당뇨약을 테스트할 경우, 먼저 비글종 개에게 약물을 먹여 췌장을 파괴한다. 일부러 병을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에 당뇨약을 제공해서 치료가 되는지를 테스트한다.
--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실험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 토끼의 눈 점막에 매니큐어를 떨어트려 보고, 눈에 마스카라를 계속 발라보기도 한다. 피부의 털을 밀어내고 약으로 반복적인 자극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화장품실험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했다. 현재는 대부분이 불법화된 상태다.
--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이런 실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 거대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실험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고지혈증은 적게 먹고 운동하면 치료될 수 있다. 그렇지만 비만이나 고지혈증약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이런 잔혹한 실험을 하는 게 연구자의 권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스위스에서 일어났다. 이는 이 나라의 헌법에 동물권이 명시되는 계기가 됐다.
-- 결국, 이런 실험이 결국 사람한테 도움 되는 것 아닌가.
▲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 동물에게 부작용이 없다고 해서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탈리도마이드라는 입덧 방지약이다. 과거 서독에서 만들어진 이 약은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기적의 약으로 선전됐다. 이 약으로 인해 세계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출생했다. 입덧은 아기를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런 불편마저 참을 수 없다면서 약물로 없애려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 실험용으로 사용된 동물은 어떻게 되나.
▲ 죽여서 폐기 처분한다. 약품이 들어갔으니 식용으로 쓸 수 없다.
-- 새끼돼지를 거세한다고 하는데.
▲ 수컷 돼지한테서는 호르몬으로 인해 냄새가 난다. 웅취(雄臭)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고기로 먹을 때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농장주는 새끼돼지를 면도칼로 거세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마취 없이 생살을 찢으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당연히 새끼돼지들이 울부짖는다.
-- 농장주는 수의사가 아닌데, 직접 거세 수술을 할 수 있나.
▲ 현행 수의사법상 반려동물이 아닌 농장 동물, 즉 가축은 농장주가 거세할 수 있다.
-- 돼지들은 성장 과정도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 돼지들은 앞으로 두발짝, 뒤로 두발짝 정도만 움직일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 내가 직접 축산업을 하시는 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나 같으면 병들어 죽을 듯한데, 저 돼지들은 어떻게 저렇게 사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돼지는 현명해서 내려놓습니다"라고 했다. 저항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단념한다는 것이다.
-- 한국에서 사람이 식용하는 돼지는 얼마나 되나.
▲ 연간 2천만 마리의 돼지가 식용으로 죽는다. 대한민국 국민이 5천만명 정도이니 돼지고기 소비량이 작지 않은 규모다. 소는 연간 100만 마리 정도가 식용으로 도살된다.
-- 웅담 채취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주사기를 찔러 채취하는 방식이 있다. 아예 쓸개를 떼어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곰을 죽여야 한다. 웅담에 대한 수요는 중국, 베트남, 한국에 있다.
-- 산란계는 과거에 1년에 100개의 알을 낳는데, 요즘에는 거의 매일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맞는가.
▲ 산란계가 너무 알을 자주 나아서 칼슘이 몸으로부터 빠져나가는 바람에 골다공증으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보다 끔찍한 일은 수평아리를 죽이는 행위다. 산란계가 낳은 수평아리를 닭으로 키워 고기로 사용하는 일은 없다. 고기용인 육계와 다른 품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인은 수평아리를 갈아 죽이거나 포대 속으로 계속 던져 넣어 질식사하도록 한다.
-- 동물이 덫에 걸리면 스스로 자기의 다리를 물어 끊은 뒤 달아나기도 한다는데.
▲ 감시 카메라에 발목이 잘린 산양이 포착된 적이 있다. 덫에 걸려 몸부림치다 발목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초식동물은 노출된 상태에서 위험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발버둥 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크게 다친다.
-- '젤리 머리'는 무엇인가.
▲ 동물 목에 올무가 걸려 조여지면 피가 머리 쪽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그 바람에 얼굴이 커지는 현상을 젤리 머리라고 한다. 반려동물에게도 그런 현상을 종종 본다. 개에게 어렸을 때 목줄을 해준 뒤 어느 정도 키우다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 동물이 성장하게 되면 목줄이 목을 조이게 되고, 젤리 머리 현상으로 얼굴이 두배로 커진다. 이런 개는 사람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기에 구조대가 접근하면 달아난다. 동물단체가 도와주기 쉽지 않은 이유다. 나는 젤리 머리 개와 항상 함께 다니는 다른 개가 혀로 동료의 상처를 핥아주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 트로피 사냥은 무엇인가.
▲ 동물들을 일정한 공간에 가둬 놓고 재미로 사냥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냥 후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신체 일부를 소장용으로 가져온다. 오직 살해의 기쁨, 짜릿한 손맛을 보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 왜 공정하지 않은가.
▲ 사자가 야생에서 사냥할 때 성공률은 30%에 불과하다. 상대방이 목숨을 걸고 덤비기에 사자도 목숨을 걸고 사냥해야 한다. 사람들이 하는 트로피 사냥은 일방적이고 위험도 없다.
-- 경주마 학대도 심하다고 하는데.
▲ 경주마의 수명이 한국처럼 짧은 나라는 없다. 잘 뛰지 못하면 도살된다. 몸이 아파도 치료받지 못한다. 약물이 투입되면 사람이 먹을 수 없기에 주인이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 퇴역마들은 어떻게 되나.
▲ 한국에서 매년 1천마리 이상이 경마장에서 은퇴한다. 이중 절반 정도가 도살된다. 나머지 절반은 승용마 등으로 활용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경주마들은 총알처럼 달리도록 단련돼 있어 승용마가 되려면 적지 않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애마 문화가 없기에 반려마가 되기도 어렵다. 미국에는 애마 문화가 발달해 있어 부호들이 퇴역마를 데리고 산다.
-- 경주마들의 운명이 기구한 듯하다.
▲ 수많은 말들이 평생 달리기만 하다 숨진다. 한국은 퇴역마 보호 방책 없이 산업만 키워놓았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 오죽하면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가 경주마를 한국에 넘기지 말자는 운동까지 벌이겠는가.
-- 국가기관인 마사회가 말산업을 하는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닌가.
▲ 국가가 담배 사업도 하지 않는가. 마사회가 돈을 많이 번다. 우리는 동물보호 캠페인 광고를 한번 하려면 돈이 없어 쩔쩔맨다. 수도권 전철 4호선에는 아예 경마공원역이 있다. 마사회는 경마가 무슨 새로운 스포츠인 것처럼 전철역에 대규모 광고를 한다.
-- 동물 학대자들을 현장에서 만나본 적이 있나.
▲ 나는 지금 카라의 대표이지만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에 가는 일이 많다. 즉각적 판단을 해야 하고, 활동가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살장에 가면 주인이 전기 도살 봉을 들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나는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우리가 이렇게 나오면 그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개 도살을 하시던 분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이런 도살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제는 개운하고 홀가분하다고 했다.
-- 조직적 학대가 더 문제라고 하는데.
▲ 사회와 법 제도로 공고하게 자리 잡은 구조적인 학대, 예를 들면 공장식 축산 같은 것이 문제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협동조합 같은 조직과 대기업들이다. 사료 생산부터 고기까지 수직계열화돼 있기도 하다. 그들은 성을 공고히 쌓고 있으며 여기에는 과학자들도 들어가 있다.
-- 본인 삶의 원칙은.
▲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직 그럴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거기에 몰입하고자 한다. 죽을 때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 동물보호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생각인가.
▲ 이 운동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 사람이 동물보호나 동물권에 귀 기울이면 세상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이런 아름다운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동물권 운동은 인간이 무지를 벗고 제자리로 찾아가는 운동이다. 지금은 무지로 인해 인간도 행복하지 않고, 동물도 행복하지 않다.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들과의 유대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이 그들을 착취하고 산업의 도구로 삼아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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