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소속 항저우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4人이 있다

전영지 2023.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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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국대 박수한-김세훈이 이천선수촌 수영장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들고 승리를 다짐하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자유형 100-400m에 나서는 박수한과 개인혼영, 평영, 배영 100m에 출전하는 베테랑 김세훈.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0월초, 경기도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 수영장 앞에서 대한항공 유니폼을 맞춰 입은 '수영 국대' 김세훈(26) 박수한(20)을 만났다. 한가위 망중한을 즐기고 복귀한 선수들을 기다린 건 대한항공 임직원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항공 소속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 이천선수촌을 찾았다.

▶'스포츠 프랜들리' 대한항공의 '항저우'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대한항공 장애인선수단엔 총 32명의 직원들이 있다. 2022년 4월, 수영 9명, 탁구 6명, 2023년 8월 수영 6명, 탁구 3명, 컬링 8명이 입사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함께 개발한 '장애인선수단 창단 지원' '체육직무 활성화' 사업에 동참했다. 정부는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회사는 민간기업 3.1%, 공공기관이나 국가 및 지자체는 3.6%의 장애인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에 해당하는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여전히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 벌금을 내고 마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최근 5년간 민간 기업 고용부담금 총액은 6000억원을 넘는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고안해낸 '장애인선수단 창단 지원' '체육직무 활성화' 사업은 장애인선수단 창단을 통해 의무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루 4시간 훈련을 공식 업무로 인정받으며 월급을 받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대한항공은 장애인선수단 창단 사업을 도입했다. 매년 20명의 선수 선발을 목표로 삼았고, 2년 연속 각 17명의 선수를 뽑았다. 수영 김세훈, 박수한(지체장애), 이주영, 이다은(이상 지적장애) 등 4명이 22일 개막하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97년생 베테랑' 김세훈은 중학교 때 교통사고 이후 재활로 수영을 시작, 고2 때부터 선수로 활약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아시안게임인 베테랑이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혼영 200m, 평영 100m, 배영 100m와 단체전에 나서는 김세훈은 항저우에서 세 번째 메달을 목표 삼고 있다. 최근 평영 1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마음 편하게 하면 기록이 잘 나오는 스타일이라 훈련한 대로 편하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동계 땐 알파인스키 선수로 활동중인 2003년생 박수한의 첫 하계아시안게임이다. 박수한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수영을 시작했다. 선천적 장애인인 그는 양팔의 강력한 스트로크만으로 물살을 가른다. "수영을 시작하고 앞으로 나가는 데만 4년이 걸렸다. 물이 싫어 샤워실에 숨기도 했지만 그동안 해온 게 아깝고, 자존심 때문에 그만둘 순 없었다"고 했다. 그랬던 소년은 2021년 바레인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에 첫 출전해 자유형 400m 1위, 자유형 100m 3위에 올랐다. 첫 성인 국제무대 도전을 앞두고 "처음이라서 긴장된다. 하지만 죽으라고 하면 메달 따지 않을까. 이 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자유형 100m, 400m 두 종목 모두 메달권에 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직원'으로 나서는 첫 아시안게임이다. 김세훈은 "대한항공에 들어가면서 책임감이 더 생긴다. 직장 없이 운동에 집중하긴 힘들다. 선수생활에 돈은 중요하다. 장애인 선수들은 재활도 해야 하고 수영은 개인 코치도 써야 한다"고 했다. "대한항공 신유빈 선수의 탁구 경기를 응원하며 봤다"는 김세훈과 박수한은 "대한항공 직원분들이 아침 일찍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깜짝 놀랐다. 대한항공이 저희들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주말여행을 즐기는 김세훈은 대한항공만의 '복지'도 귀띔했다. "항공권 직원 할인이 있는데 한달에 한번 주말여행을 간다. 가족도 복지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대한항공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웃었다.

항저우 포디움을 목표로 하루에 1만~1만5000m 물살을 가른다는 선수들에게 메달 세리머니를 요청했다. 김세훈이 가족과 여자친구를 향한 볼 하트 세리머니를 공약하자, 스무살 박수한이 뭔가 떠오른 듯 웃음을 터뜨렸다. 양팔을 들어올리는 코믹한 포즈와 함께 "이걸 꼭 하겠다"고 했다.
금메달 따면 이 세리머니할게요! 김세훈은 볼하트 세리머니를 박수한은 힘 포즈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사진제공=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항공 소속 국가대표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이천선수촌 수영장을 찾았다. 왼쪽부터 심재구 스포츠단 부장, 이충희 스포츠단 사무국장, 허은주 스포츠단 부장, 박수한, 김세훈, 권용범 커뮤니케이션실 차장, 김종민 인사전략팀장, 최중락 인사전략팀 차장.사진제공=대한항공

▶장애인 선수와 대한항공의 '윈-윈'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배구팀, '탁구신동' 신유빈이 맹활약하는 여자 실업탁구팀을 운영하는 스포츠 친화 기업이다. 스포츠에 진심인 대기업답게 장애인 스포츠 선수단을 후원하는 고용에 적극 동참했다. 장애인 선수들은 훈련에 전념할 수 있고, 기업은 장애인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윈-윈' 솔루션이라고 판단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인사전략팀 부장은 '수영 국대' 사우들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장애인 채용을 많이 하지 못했고, 업무 특성상 조종사, 객실 승무원, 안전책임요원 등이 모수에 들어가면서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졌다. 한때 장애인고용 우수기업이었던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스포츠 직능을 개발해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스포츠친화 기업으로서 작년부터 채용을 시작했다. 20명을 목표로 했는데 17명을 채용했고, 2명이 이직했다. 올해도 17명을 뽑아 총 32명의 선수단이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광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장애인스포츠단 운영을 통해 선수는 운동에 전념할 경제적 기반을 얻고, 회사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선수단 후원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ESG 경영을 자연스럽게 실천해나가는 길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배구단, 탁구단을 이끄는 이충희 대한항공 스포츠단 사무국장은 항저우 장애인 국대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을 전했다. "선수단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서포트할 준비가 돼 있다.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말고 본인의 실력을 맘껏 펼치고 오면 좋겠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갖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대한항공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함께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 이천선수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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