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맥주·땅콩·소다 만드는 상조회사, 세 가지 이유

연지연 기자 2023.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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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브랜드 식음료 연이어 내놓는 상조업체
① 비용 최대 40% 절감 가능
② 라이프스타일 사업체 변신에 도움
③ 상조서비스 차별화로 락인 효과

국내 상조업체들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식음료 시장에 발을 뻗고 있습니다. 상가(喪家)에 내놓는 여러 종류의 식음료를 자체 브랜드로 내놓으면 예상되는 사업적 이점이 여럿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래픽=손민균

최근 교원그룹 계열사 중 장의 관련 서비스업체인 교원라이프는 최근 장례 전문 브랜드 ‘교원예음’의 전용 맥주 ‘내곁에일’을 출시했습니다. 이는 교원라이프가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카브루’와 공동 개발한 맥주입니다.

다른 유통망엔 전혀 공급하지 않고 일단 전국 7개 교원예움 장례식장에만 공급하고 있지요. 교원라이프는 앞으로 전용 PB상품을 더 다양하게 내놓을 계획입니다. 편백나무 찜기를 이용한 수육, 닭강정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다른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는 국내 견과·육포 브랜드인 ‘머거본’과 장례 전문 브랜드 ‘쉴낙원’ 전용 상품인 ‘프리미엄 너트믹스’를 선보였습니다. 프리미엄 너트믹스는 장례식장 조문객이 자주 찾는 꿀땅콩과 볶음 아몬드, 바나나칩, 쌀과자 등 인기 견과로 구성된 상품입니다. 교원에일과 마찬가지로 전국 10곳의 쉴낙원 장례식장에만 공급됩니다.

보람상조는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는 계열사 보람바이오를 통해 자체 제작한 식음료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마실 수 있는 ‘수박소다’, 고령 친화 식품을 표방한 ‘뇌보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상조회사들이 자체 먹거리 브랜드(PB) 상품을 만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비용 절감입니다. 업계에서는 시중 식음료 브랜드에서 공수해오는 것보다는 비용을 30~4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조회사와 계약을 맺어 자체 브랜드를 달면 그만큼 납품단가가 저렴해져 수익을 더 크게 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수익처 다변화의 의미도 있습니다. PB상품을 내놓으면 부가적인 매출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일단은 장례식장 PB상품으로 시작하지만 납품처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당장 편의점이나 마트 등의 유통망을 공략하는 것은 아니고 최근 상조회사가 추진하는 사업 다각화와 긴밀하게 맞물려있습니다. 최근 상조회사는 라이프 스타일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보람그룹은 전국적으로 결혼식 컨벤션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고, 반려동물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울산 남구에 보람컨벤션센터를 열고 반려동물 전용 장례 상품 스카이펫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프리드라이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 돌봄부터 장례까지 지원하는 ‘프리미엄 반려동물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교원라이프는 일찌감치 여행부터 물류, 네트워트 마케팅 등 사업을 다각화했지요.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조회사가 하는 모든 신사업에 식음료 서비스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손쉽게 매출처를 확대할 수 있고 마니아 층이 생긴다면 장기적으로 유통망 확대까지 누릴 수 있으니 크게 계산할 것 없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락인(lock-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습니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는 주 연령대가 40~50대이고, 이들이 장례식장에 방문했을 때 먹었던 식음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상조서비스를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상조회사 관계자는 “상조회사 서비스의 차별화 수단은 사실 가시적으로 알리기 쉽지 않아서 불만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고, 차별화 수단으로 가장 쉬운 것이 방문했던 장례식장의 식음료 서비스가 가장 쉬운 차별화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신사업을 모색하는 상조회사들. 그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안정적인 매출처가 확실한만큼 큰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손실은 나지 않을 식음료 PB사업인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신사업의 성공여부겠지요. 상조회사가 라이프스타일 회사로 자리매김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체 식음료 브랜드가 얼마나 수익에 기여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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