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넘어 ‘빅게임 피처’로 떠오른 몽고메리, 속쓰린 양키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새로운 빅게임 피처가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속쓰린 팀이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10월 16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텍사스는 이날 2-0 승리를 거뒀고 적지에서 먼저 리드를 잡았다.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월드시리즈 진출 확률은 64%. 1차전을 원정에서 승리한 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은 56%로 낮아지지만 텍사스가 유리한 상황에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선발투수 조던 몽고메리였다. 몽고메리는 6.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6.2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휴스턴의 '특급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벌써 이번 포스트시즌 2승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통산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낸 몽고메리는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다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승리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 7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휴스턴은 가을의 절대강자 중 하나. 특히 '가을 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내에서는 7년 동안 한 번도 순위 또는 승률이 낮은 팀에게 진 적이 없는 팀. 가을만 되면 누구보다 강해지는 휴스턴인 만큼 텍사스 입장에서는 1차전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선봉장'으로 나선 몽고메리는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몽고메리는 텍사스가 여름 이적 시장에서 트레이드로 품은 선수. 최근 선수 영입 '선구안'이 물오른 텍사스는 몽고메리도 완벽한 영입 성공사례가 됐다.
반면 이런 몽고메리의 활약에 속이 쓰린 팀이 있다. 바로 몽고메리의 '친정'인 뉴욕 양키스다. 양키스는 올해 정규시즌 82승 80패, 승률 0.506을 기록해 간신히 루징 시즌을 면했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겨울 애런 저지에게 9년 3억6,000만 달러, 카를로스 로돈에게 6년 1억6,2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안기며 시즌을 준비했지만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992년생 몽고메리는 양키스가 2014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지명한 선수로 2017년 데뷔해 지난해 여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다. 특급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양키스에서 6시즌 동안 98경기에 등판해 502.2이닝을 투구하며 22승 20패, 평균자책점 3.94의 무난한 성적을 썼다. 2022시즌에도 몽고메리는 여름 시장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21경기 114.2이닝을 투구하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몽고메리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던 양키스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마운드 강화를 위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이스인 프랭키 몬타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몬타스 영입 하루 뒤 몽고메리를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를 영입했다. 몬타스가 몽고메리보다 좋은 투수라고 판단하고 계획한 일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양키스의 의도와는 180도 다르게 진행됐다. 2-3선발급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몬타스는 양키스 합류 휴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한 뒤 부상을 당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전혀 활약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종료 직전에야 복귀해 정규시즌 단 1.1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뒤 몬타스는 그야말로 '1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였다.
베이더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부상으로 14경기 출전에 그친 베이더는 올시즌에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끝에 정규시즌 종료 한 달을 남기고 웨이버 공시 돼 신시내티 레즈로 향했다. 그나마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맹타를 휘둘렀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베이더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2시즌 동안 정규시즌 98경기에 출전해 .237/.274/.353 7홈런 46타점 19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양키스를 떠난 몽고메리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이적 후 11경기에서 6승 3패,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한 몽고메리는 올시즌 세인트루이스 에이스로 활약하며 21경기 121이닝, 6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고 여름 시장에서 텍사스로 향했다. 텍사스 이적 후에는 11경기 67.2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2.79로 성적이 더욱 향상됐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날 경기 포함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해 '빅게임 피처' 면모까지 선보이고 있다.
올해 야심차게 영입한 로돈이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14경기 64.1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6.85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형편없는 모습만을 보였다는 점에서 몽고메리의 활약을 바라보는 양키스의 속은 더욱 쓰릴 수 밖에 없다. 몽고메리의 올시즌 연봉은 단 1,000만 달러. 로돈은 2028년까지 연평균 2,7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선수다. 올시즌 양키스에 로돈이 아닌 몽고메리가 있었다면 지금 가을 야구를 계속하는 팀은 텍사스가 아니라 양키스였을 수도 있다.
순간의 선택은 팀의 시즌 뿐 아니라 미래까지 좌우할 수도 있다. 선택의 순간마다 최선에 가까운 옵션을 고른 텍사스는 가을 질주를 이어가고 있고 매 순간 최악에 까까운 선택지에 손을 댄 양키스는 굴욕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자료사진=조던 몽고메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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