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폭락, 과잉공급, 경쟁격화…'3중고' 시달리는 배터리 소재
에코프로의 실적 쇼크 이후 배터리 소재 업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리튬과 같은 핵심 원료 가격의 폭락, 글로벌 과잉 공급 심화, 업체들 간 격화되고 있는 경쟁이 3중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탄산리튬은 ㎏당 158.5위안에 거래됐다. 1년전(514.5위안)의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580위안을 넘으며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후 지속 하락하는 중이다. 리튬과 함께 이차전지 양극재의 주 원료로 쓰이는 니켈 가격도 약세다. 1년 전 톤당 2만1920달러였던 니켈 가격은 1만8335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1월 최고 3만1200달러 선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만 50% 수준의 시세 폭락을 겪은 셈이다.
이는 지난 2분기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와 같은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실적 쇼크까지 나온다. 에코프로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선을 밑돈 건 6분기 만에 처음이다.
업계는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 기업의 실적 역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한다. 양극재와 같은 소재 가격은 메탈 가격에 연동한다. 메탈 가격이 떨어지면 양극재 가격도 내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비싸게 구입해 쌓아둔 리튬을 써야 한다. 값비싼 원료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기에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양극재 기업 뿐만 아니라 동박을 만드는 SKC,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도 마찬가지다.
한 소재 기업 관계자는 "메탈 가격 하락세가 연말쯤 둔화될 것으로 보지만, 반등 시점은 예측하기 힘들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메탈 가격 폭락은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 △원료 생산 역시 덩달아 폭증 △올들어 중국 및 유럽의 전기차 시장 확장세 둔화 등의 과정을 거쳐 발생한 현상이다. 그동안 쌓아둔 재고의 정리, 전방 수요의 회복 등이 이뤄져야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과잉공급' 이슈도 존재한다. 각 사들이 경쟁적으로 증설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만 봐도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에스티엠의 합산 생산능력은 2022년 49만톤에서 2025년 154만톤, 2027년 233만톤, 2030년 315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설비능력은 2030년 기준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전기차에 공급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벨기에 유미코어와 합작사인 이온웨이를 통해 양극재를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의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 역시 양극재를 자체 생산키로 했다. 중국의 XTC와 리코(Lico)는 프랑스 업체들과 JV(합작법인)을 통해 양극재 공장을 현지에 건설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가 무서운 상황"이라며 "가격이 싸다는 이점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려는 수"라고 말했다.
미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말이 나온다. LG화학은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사업에서도 천연·인조흑연, 실리콘계 등 전제품의 생산판매 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는 2027년까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총 6만1000톤 규모로 키우는 게 목표다. 향후 5년 내에 크게 열릴 것으로 유력한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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