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러시아-중국의 숨통을 틔웠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10. 17. 0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sraeli tanks are stationed near the border with Lebanon, in Israel, Saturday Oct. 14, 2023. (AP Photo/Petros Giannakouris) [텔아이브=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인근에 이스라엘 전차들이 주둔해 있다. 2023.10.15. /사진=AP 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벌이는 전쟁이 지구촌 수퍼파워인 미국과 대치하던 러시아와 중국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세가 민간인에게도 피해를 입히면서 전쟁과 인권탄압을 일삼아 온 독재국가들마저 훈수에 나서면서 국제정세를 복잡하고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단순히 지역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자원을 확장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WSJ는 중동 폭발의 장기적인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헤게모니를 쥔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궁극적으로 성공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더불어 중요한 문제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지가 민간인 사상자 증가로 인해 명분을 얻을 수 있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초반 전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끌려가는 모습이다. 하마스는 잔혹한 공격을 퍼부어 민간인 1400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뒤이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복도 민간인들에게 집중되면서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가자지구 지상전면전 준비…러시아 푸틴까지 훈수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중국 매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2023.10.16 ⓒ News1 정지윤 기자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특히 독재국가로 비난받아온 중국과 러시아, 이란까지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그 지지자인 미국과 서방 국제 체제를 훼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알렉산더 스텁 전 핀란드 총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변화하고 움직이는 세계 질서의 일부"라며 "미국이 세계의 권력 공백을 만든다면 누군가는 그 공백을 채우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중동전쟁에 힘을 집중하면서 또다른 전선을 구축한 러시아는 격변의 확실한 수혜자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2년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27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이 전쟁은 미국의 중동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법적으로 불법침공을 한 전쟁범죄자가 중동에 대해선 가당찮은 훈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스베르기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끄는 모든 분쟁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러시아인들은 이스라엘 분쟁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술적으로 승전할 가능성이 높고 서방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서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위구르족은 테러범이라며 '하마스' 지적 못하는 중국
(베이징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3일(현지시간)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오 국빈관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으로 '두 국가 방안'을 거론했다. 2023.10.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팔레스타인 지지를 밝히면서 자국의 이익에 중동전쟁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을 탄압하면서 이를 테러리즘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중국은 하마스 공격을 묘사할 때 테러리즘이라는 단어는 쏙 빼놓았다. 이번 하마스 테러에서 중국 시민 4명이 사망했고 3명이 인질로 잡혀있지만 이를 규탄하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하마스 침공이 전쟁을 촉발한 이후 첫 공개 연설에서 "문제의 핵심은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보다는 미국과 서방에 대한 반대를 위한 명분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을 두고 미국과 충돌 가능성을 높여왔다. 그런 중국이 미국의 관심을 딴 데로 쏠리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파리 전략연구재단의 중국 전문가 앙투안 본다즈는 "중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에게 자신을 대안이자 더욱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중국에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익이고, 중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이미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을 불안정의 요인으로, 중국을 평화의 요인으로 묘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동전쟁나자 항공모함 즉각 투입한 미국이 패권국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모임서 "이스라엘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보냈다"고 밝히고 있다. 2023.10.1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하마스의 테러는 중국과 경쟁을 벌이는 인도에도 타격을 입혔다.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환승통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의 핵심 요소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정상화에 관한 회담이 전쟁으로 인해 무산되면서 계획 자체는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목소리를 내는 것과 별개로 미국이 중동의 전쟁발발 이후 즉각 두 대의 항공모함을 파견한 것은 이 시대의 진정한 중재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증명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동의 위기가 오히려 미국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성난 이스라엘의 지상 전면전 의지를 미국은 배후에서 제압해 계속적으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USA아시아센터의 고든 플래이크는 "중동에서도 중국의 주요 영향력은 시장 접근과 투자 접근이었고, 그것은 바로 경제력이었다"며 "하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는 아무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중국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