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노리는 거미줄 전선… 안전사고 ‘電지적 방관’ 시점 [현장, 그곳&]
한전 “지자체 이설 희망시 조치”, 막대한 예산 필요… 지중화 난항
“아이들이 매일 같이 오가는 학교 주변에 전선이 뒤엉켜 있어 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16일 오전 8시40분께 안산시 상록구의 어린이보호구역.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이곳엔 전봇대 등 6대의 전신주가 모여있었으며 전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맞닿아 있었다. 특히 한 전신주엔 가로등과 전선이 뒤엉켜 가로수 사이에 파묻힌 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학부모 김지현씨(36·가명·여)는 “전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주렁주렁 내걸려 있는 걸 보면 감전 사고가 날까 위험해 보인다”며 “특히 통학로에 전신주가 가득한데 아이들이 다치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교 담장 옆으로 4대의 전신주가 놓여 있었다. 전신주와 연결된 갖가지 전선은 학교 주변을 큰 사각형 형태로 둘러싸고 있었지만 감전 등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기도내 학교 주변이 전선과 전신주로 인한 감전 등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는 학교도 37개에 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이 확정된 후 각 지자체와 함께 전주와 통신주를 제거하고 전선과 각종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중화 사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이 긴 데다 투입되는 예산도 막대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해마다 조금씩 예산을 투입, 사업을 추진하는 실정이라 사업 기간이 더욱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선 지중화 사업은 장기간 검토가 필요하고 매설 작업도 오래 걸린다”며 “특히 작업 비용이 막대해 한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1년 경기지역 내 14건의 지중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온전히 전선 및 전신주가 매설된 것은 단 2건(14.2%) 뿐이다. 현재까지 8건의 사업이 진행 중이며 3건은 설계 단계다. 1건의 사업은 완전히 취소된 상태다.
전선 및 전신주가 외부로 드러날 경우 감전이나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며 전자파 노출 등의 문제가 생긴다. 특히 올해 8월 말 기준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는 37개교에 달하고 있어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작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더뎌 보이는 것”이라며 “지중화 사업의 경우 한전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 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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