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잔나비·백예린…'인디음악 성지' 네이버 온스테이지, 11월 굿바이

이재훈 기자 2023. 10.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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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인디뮤지션 650여팀·영상 2700여 편 소개
누적 조회수 3억 회 크게 웃돌아
"인디음악 라이브 영상 아카이브, 韓 인디음악사 이정표 기대"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2.0.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날치, 잠비나이, 혁오, 잔나비, 새소년, 빈지노, 강아솔, 백예린, 박문치…

2010년 11월 출발한 네이버 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창작 지원 사업 '온스테이지'는 지난 13년 간 명실상부 '우리 인디음악의 성지'로 통했다.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를 모토로 내걸고 매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음악을 완성도 높은 라이브 영상으로 소개해 왔다.

17일 네이버문화재단에 따르면, 온스테이지는 오는 11월16일 새로운 라이브 영상 콘텐츠 업로드를 끝으로 마지막 숨은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고 쉼 없이 돌아가던 카메라를 멈춘다.

온스테이지 측은 "13년 동안 다양한 라이브 영상 플랫폼이 생겼고 누구나 쉽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음악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기에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스테이지는 그간 뮤지션 650여 팀을 발굴하고 라이브 영상을 포함한 인디 음악 영상 콘텐츠 2700여 편을 제작해 소개해 왔다. 매월 음악 전문가로 구성된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의 만장일치로 뮤지션을 선정·소개하는 공정한 프로세스로 주목 받았다. 기획, 연출, 비평, 창작 등 밀도·공신력 있는 전문가 집단이 공들인 라이브 무대를 꾸준히 만들며 희소 가치를 가져왔다.

온스테이지가 우리 인디 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적은 인디 뮤지션의 라이브 영상을 지원하고 음원으로 발매하는 등의 지속가능한 활동 지원 모델을 처음으로 인디신에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2.0.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일1범'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날치, 뉴트로 트렌드를 이끈 박문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백예린은 온스테이지를 통해 명실상부 싱어송라이터로 발돋움했다. 이렇게 온스테이지는 뮤지션과 함께 성장하는 음악 채널이었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미역수염 같은 평소 대중이 접하기 힘든 하드록 계열의 밴드도 온스테이지 무대에 올랐다. 국악, 블루스, 월드 뮤직, 힙합까지 수 십여 장르를 소개하며 인디 음악 채널 중에선 독보적인 인디 음악 채널로 자리 잡았다.

또 온스테이지는 라이브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라이브 공연, 음원 제작 지원, 수익금을 전액 뮤지션에게 환원하는 등 뮤지션 창작 지원의 영역도 확장해 왔다.

라이브 음악 영상에 대한 다양한 실험

2018년부터는 뮤지션의 라이브 음악에 집중한 '원테이크'(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이어서 촬영)로 포맷을 바꾼 온스테이지 2.0으로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조회 수도 가파르게 급증해 현재까지 누적 조회 수 3억 회를 훌쩍 넘겼다. 아울러 2018년엔 인디 뮤지션과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인 '온스테이지X'를, 뉴트로 열풍을 이끌며 과거의 숨은 음악을 재해석한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20. 공연 이바다.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2020년 온스테이지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텐스테이지(1ONSTAGE)' 프로젝트는 음악팬의 사연으로 20팀의 뮤지션이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나에게 온 스테이지', 온스테이지 베스트 100곡을 음원으로 발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디 뮤지션과 인디음악 10년의 기록을 재조명했다.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무대 공연이 어려운 뮤지션을 위해 온라인으로 콘서트 실황 공연을 보는 '안방 1열' 생중계를 지원했다. 지속 가능한 인디신 지원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공연 플랫폼 활성화 프로세스도 시도했다. 온라인 공연 생중계마다 해외 팬들의 공연 반응과 뮤지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실시간 채팅창으로 국내 팬들과 공감하며 온스테이지 공연을 함께 즐겼다. 단순히 관람을 위한 공연 생중계에서 나아가 인디 뮤지션을 해외로 알리는 생중계 공연 문화로 진화시킨 것이다. 작년엔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과 뮤지션의 성장 배경이 되는 지역 라이브 공연 활성화를 위해 '로컬 라이브 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잠비나이·이날치·강아솔…온스테이지가 발견한 뮤지션과 숨은 음악들

2020년 온스테이지 10주년 당시 기획 위원들은 '온리 온스테이지(Only Onstage)' 라이브 음원 100곡을 선정하며 한국 인디 음악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의미 있는 온스테이지 음원과 뮤지션을 꼽았다.

"보컬 없이 밴드 연주 만으로 10분간 채우는 실험적인 음악임에도, 그 압도적인 흡입력과 감동으로 숨이 막혔다"(프렌지), "국악과 접목된 밴드로도 처음 소개돼 한국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한 첫 시작"(잠비나이), "한국의 포크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시킨 첫 영상"(강아솔) 등이 선정됐다.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이날치.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판소리를 흥겨운 댄스음악으로 재해석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날치도 온스테이지를 거쳐 흥행몰이를 했다. 이날치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선보인 온스테이지 영상들은 현재까지 조회수 1811만 회를 넘겨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 재즈계의 대모' 고(故) 박성연의 '잇 돈트 민 어 싱(It Don't Mean a Thing)',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라이브 버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은 빈지노의 '아쿠아 맨(Aqua Man)', 윤석철과 함께 했던 자이언티의 '마담' 라이브 버전, '난 뚱뚱해'를 부른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90년대 감성으로 뉴트로 열풍을 일으킨 박문치, 장필순 1집 수록곡 '어느새'를 자신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해 관심을 모은 백예린, 그리고 국내 대표 밴드들이 된 혁오·잔나비·새소년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온스테이지를 통해 화제가 됐다.

전날 네이버 바이브, 온스테이지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등에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소식이 공지되자 음악 팬들은 일제히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유튜브 채널엔 오후 공지 이후 반나절도 안 돼 댓글 300여개가 달렸다.

"온스테이지는 늘 새롭고 가능성있는 팀을 일찍 발굴해내 라이브 영상이란 명함을 만들어주고, 온스테이지 나온 팀이란 브랜드를 심어줘 모든 장르 전반에 토양을 다져줬습니다"(so********), "음악 디깅을 해본 분들이라면 온스테이지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실 거예요"(fp*********), "그간 멋진 음악을 멋진 무대로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방 소도시민으로서 실제 무대를 보러 가기엔 제약이 많은데 이런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lw********) 등이라고 온스테이지와 이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온스테이지는 종료되지만 13년의 라이브 영상은 아카이빙이 돼 한국 인디 음악사에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계속 해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스테이지 관계자는 "온스테이지는 종료하지만 '어떻게 하면 뮤지션과 음악이 더 돋보일 수 있게 할까' 묵묵히 고민하며 기획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모든 뮤지션의 라이브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 "온스테이지 종료에 따라, 다른 영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 공헌 사업을 준비 중에 있으며 그동안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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