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가 암세포만 파괴… 부작용 적어 고령 환자에 적합”

조백건 기자 2023. 10. 1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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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한달 만에 치료’해 화제
금웅섭 세브란스 방사선과 교수
까다로운 암도 치료 가능한 회전형 치료기 -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치료센터에서 금웅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올 연말 가동을 시작하는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계가 360도 돌면서 중입자를 쏘는 방식으로, 까다로운 위치의 암도 치료할 수 있다. /장련성 기자

“암을 정확히, 강하게 파괴합니다.”

중입자 치료의 장점을 묻는 말에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웅섭 교수는 곧바로 이렇게 답했다. 금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치료실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치료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 온 방사선 치료 중에서도 중입자 치료는 가장 앞선 형태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환자의 암세포에 쏘아 치료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방사선 암 치료나 양성자 치료보다 암세포만 더 정밀하고 강도 높게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술지 네이처지는 이 치료를 ‘암세포만 파괴하는 날카로운 명사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보다 암 파괴력이 2.5~3배 높다.

세브란스병원은 작년 말 3000여 억원을 들여 일본에서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왔다. 올 4월부터 국내 최초로 가동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은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16번째 병원이다.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 가속 기계. /연세암병원

-’강하고 정확한’ 치료로 환자가 얻는 이득은.

“암 파괴력이 강하니 치료 기간이 짧아진다. 또 정확하게 암세포를 사멸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후유증 등이 적다. 환자가 상대적으로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치료는 몇 번 정도 받아야 하나.

“평균 12회로 생각하면 된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받으면, 한 달이면 치료를 마칠 수 있다. 암세포가 안전한 부위에 있으면 4회로 끝나기도 한다. 최장 16회를 넘지는 않는다. 통상 30회 정도 치료받아야 하는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치료 한 번에 걸리는 시간은.

“중입자 치료 시작 버튼을 눌러 환자 몸에 중입자를 다 쏘기까지 시간은 2분이 채 안 된다. 그전에 환자 자세를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다 합쳐도 30분 이내다.”

-다른 암 치료보다 부작용이 적은가.

“항암제 치료의 경우 오심(메스꺼움), 무기력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기존 방사선 치료도 조사(照射)하는 방사선량이 많으면 폐암의 경우 폐렴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중입자 치료는 약간의 무기력증과 주변 장기의 염증 등이 생길 수 있지만, 부작용이 확연히 적다.”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나.

“치료 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었던 환자라면 치료 후에도 전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금기 사항은 따로 없나.

“중입자 치료 자체로 인한 금기 사항은 따로 없다. 목욕은 몸이 퉁퉁 붇는 정도로만 하지 않는다면 별 상관 없다(웃음). 규칙적인 운동은 권장 사항이다.”

-노인에게 적합한 치료법인가.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싶지만,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 부담을 갖고 있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치료다. 우리가 중입자 치료 도입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고령의 암 환자에게 수월한 치료라는 점이었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60대 전립선암 환자가 고정형 치료대에 누워 있다.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치료센터

-치료 비용이 비싸기로 유명한데.

“가장 큰 장벽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균 12번의 중입자 치료 비용은 총 5000만원이 넘는다.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정부에 건보 적용을 신청한 것으로 아는데, 실제 건보 적용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중입자 치료가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나.

“그렇지는 않다. 중입자 치료는 고형암(간·신장 등 고형 장기에서 발생하는 암) 가운데 암세포 전이 부위가 3군데 미만일 경우 효과가 큰 국소 치료다. 백혈병처럼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움직이는 혈액암은 치료 대상이 아니다. 암세포 전이가 많이 됐을 때도 중입자 치료는 효과적이지 않다.”

-어떤 암에 효과적인가.

“일본 등에서 많은 치료 데이터가 축적된 암은 전립선암, 췌장암, 간암,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뇌기저부종양, 골·연부조직육종 등이다.”

일본 지바현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가 1994~2006년 환자 1600명을 상대로 중입자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암 완치율을 나타내는 ‘5년 생존율’이 전립선암은 87%, 뇌암은 80%에 달했다고 한다. 폐암은 67%, 간암은 57%였다. 당시 한국의 암 평균 완치율은 30%대였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치료기가 고정된 상태에서 환자에게 탄소 원자를 쏘는 ‘고정형 중입자 치료기’ 1대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전립선암 환자만 치료하고 있다. 올 연말부터는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 2대를 가동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한 해 1200여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왜 전립선암 환자만 치료하나.

“전립선은 몸의 중앙에 있어 고정형 치료기를 통한 치료 효과가 크다. 올 연말 가동하는 회전형 치료기는 기계가 360도 돌면서 빔을 쏘기 때문에 까다로운 위치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 회전형 비용은 5000만원보다 비싸질 것 같다.”

-중입자 치료에 ‘꿈의 암 치료’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 데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암 환자의 꿈은 완치다. 중입자 치료로 모든 암을 완치할 수는 없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러 치료 방법 중 굉장히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일 뿐이다. 중입자 치료가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오해가 확산하는 것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중입자 치료만 기다리다가 더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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