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봉준호의 디테일한 샷 분석… ‘떡잎이 달랐구나’

라제기 2023. 10. 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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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4관왕 봉준호 감독은 대학생 시절 어떤 모습이었을까.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청년시절부터 꼼꼼했던 봉 감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연구자료집을 낸 노란문은 봉 감독이 군 제대 후 지인들과 함께 1992년 결성한 영화 동아리다.

연구자료집에는 고전 영화 '대부'(1972)와 '내 멋대로 해라'(1960)에 대한 봉 감독의 장면(Shot) 분석 글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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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봉준호 글과 그림으로 고전영화 분석
영화 수련 과정 엿볼 수 있는 자료 첫 공개
대학 때 활동 동아리 다룬 '노란문' 27일 선봬
봉준호 감독이 20대 때 활동했던 영화 동아리 노란문이 발행한 연구자료집에 실린 고전영화 '대부' 장면 분석 그림에서 청년 봉준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오스카 4관왕 봉준호 감독은 대학생 시절 어떤 모습이었을까. 24세 영화학도 봉준호의 수련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첫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27일 선보이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홍보물을 통해서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청년시절부터 꼼꼼했던 봉 감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16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다큐멘터리 ‘노란문’ 홍보물은 1993년 발행된 ‘노란문 영화연구자료집 제1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홍보물은 연구자료집보다 분량이 적은 28쪽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원래 연구자료집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하고 표지를 새롭게 해 당시 책자 같은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27일 선보이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포스터. 봉준호 감독이 소속됐던 영화 동아리 노란문의 활동을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연구자료집을 낸 노란문은 봉 감독이 군 제대 후 지인들과 함께 1992년 결성한 영화 동아리다. 봉 감독을 비롯해 ‘플라이 대디’(2006)와 ‘저 산 너머’(2020) 등을 연출한 최종태 감독, ‘미싱타는 여자들’(2022)의 이혁래 감독, ‘소리도 없이’(2020)의 제작자인 김형옥 브로콜리픽쳐스 대표 등 서른 명 넘게 활동했다. 시나리오작가였던 봉 감독의 아내 정선영씨도 노란문 회원이었다. 봉 감독은 대학 졸업 후 노란문 활동을 마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영화 공부를 이어갔다.

봉준호 감독이 20대 때 활동했던 영화 동아리 노란문이 발행한 연구자료집에 실린 고전영화 '내 멋대로 해라' 장면 분석 글과 그림에서 청년 봉준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집에 실린 봉준호 감독의 그림들. 봉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 스토리보드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자료집에는 고전 영화 ‘대부’(1972)와 ‘내 멋대로 해라’(1960)에 대한 봉 감독의 장면(Shot) 분석 글이 실려있다. 봉 감독이 노란문 연출분과 회원들의 토론 내용을 그림과 함께 9쪽에 걸쳐 꼼꼼히 정리했다. 그림들은 영화 속 장면처럼 세세하다. 연세대 사회학과 재학시절 학보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했던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들 스토리보드 속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봉 감독은 노란문에서 활동할 때 생애 첫 단편영화인 애니메이션 ‘루킹 포 패러다이스(Looking for Paradise)’를 연출했다. 22분가량 분량인 ‘루킹 포 패러다이스’는 1992년 크리스마스에 노란문 회원 열명 정도에게만 첫 상영된 후 공개된 적이 없다. 다큐멘터리 ‘노란문’은 인터넷은커녕 DVD도 없었던 당시에 봉 감독 등 노란문 회원들이 열정으로 뭉쳐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시절을 돌아본다. ‘루킹 포 패러다이스’ 등에 대한 회원들의 회고를 전하기도 한다. 노란문 회원이었던 이혁래 감독이 연출했다.

1990년대 영화 동아리 노란문의 비디오테이프 목록 공책 복사본. 가운데 오른쪽에 '관리인 Bong'이라 적혀 있다.

‘노란문’ 홍보물에는 노란문 회원들이 애지중지했던 비디오테이프 관리 목록 공책 복사본도 포함돼 있다. 동아리가 소장 중인 유명 영화 비디오테이프 명단이 30쪽에 걸쳐 영어철자와 가나다 순으로 적혀있다. 봉 감독이 목록을 관리해 공책 표지에는 ‘관리인 Bong’이라 적혀 있다. 이혁래 감독은 홍보물에 동봉된 서신을 통해 “(명단) 대부분은 봉준호 감독이 작성했지만 군데군데 다른 회원들의 글씨도 섞여 있다”며 “영화를 수집하고 복사하고 함께 감상하며 토론한 추억이 담긴 매우 소중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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