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실무' 사무총장에 TK 발탁... 국민의힘서도 "국민 눈높이 맞나"
계파색 옅은 수도권 인사 발탁해 '쇄신' 강조
공천 관여할 핵심 당직엔 TK 발탁해 뒷말도
국민의힘이 16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쇄신 일환으로 당직 인선을 발표하며 '김기현 지도부 2기' 체제 출범을 알렸다. '통합형 인선·수도권 인사 발탁'을 강조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의 재선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반쪽짜리 쇄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의 쇄신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첫 인선부터 "영남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에서다.
"수도권 중심"이라더니... 핵심 보직은 TK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 사무총장을 포함해 김예지 지명직 최고위원, 유의동 정책위의장, 함경우 조직부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등 당직자 7명의 인선을 확정했다. 지난 14일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는 8명 중 5명이 영남 출신이었던 반면, 이번 인선에선 유 정책위의장, 함 부총장, 윤 선임대변인, 김 원장 등 4명이 수도권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은 사무총장에는 경찰 출신 이 의원을 임명했다. 김 대표가 전날 긴급 의원총회 후 "당직 인선을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핵심 당직에 TK 인사를 임명하면서 당 4역(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중 3명이 영남 출신으로 유지됐다.
TK 출신 핵심 당직 기용... "황당하다" 반응도
사무총장 인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TK 출신이면서 상명하복에 충실한 경찰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신임 사무총장에 대해 "오더를 내리면 성실하게 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다들 사무총장이 누구로 바뀌는지 지켜보고 있었을 텐데, 안 될 인선을 했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안정 속 변화'를 택한 인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사무총장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공정하게 공천을 하겠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당에선 '친윤석열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때 유승민계'인 유의동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발탁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탕평 인사'라고 주장했다.
'돌려막기' 비판에 사무총장에 '박대출→이만희' 선회
그러나 당초 김 대표가 사무총장에 정책위의장이었던 박대출 의원을 임명하려다 이 의원으로 급하게 바꿨다는 뒷말도 나온다. 이날 최고위 도중 조수진 최고위원의 휴대폰 화면에는 김성호 여연 부원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포착됐는데, 박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한 인선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답신했다. 최고위 직후 발표된 인선과는 사무총장이 이 의원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처음 제시한 안에는 박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적혀 있었지만, 최종안에서 이 의원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박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할 경우, 돌려막기 인선으로 쇄신 의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에 결국 이 의원을 낙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국민의힘의 쇄신 여부는 향후 출범하는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의 인선과 활동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최고위에서 3대 혁신방안으로 △국정운영 비전과 목표 서민친화형으로 강화 △민심부합형 인물 배치 및 상향식 공천 원칙 적용 △도덕성·책임성 강화를 제시했다. 6대 실천 과제로 △당 혁신기구 출범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건강한 당·정·대 관계 구축 △당직에 수도권 인물 전진 배치를 강조했다.
눈물 보인 이준석 "尹, 여당의 묵언수행 저주 풀어달라"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의총 결과에 대해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며 "선거 패배 이후 며칠간의 고심 끝에 나온 메시지가 다시 한번 '당정 일체의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범도 흉상 이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수사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에 있어 정부와 여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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